“유산까지 일으키는 반도체공장 독성물질, ‘영업비밀’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일도”
“유산까지 일으키는 반도체공장 독성물질, ‘영업비밀’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일도”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12.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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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리영희상’ 수상,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가습기에 포함돼있다는 ‘살(殺)생물제’(Biocides)는 어떤 물질인가.

▲ 살생물제란 인간과 동물의 건강에 해를 주거나 자연계와 생산물 등에 피해를 주는 유기체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독성물질이다. 여기에는 항곰팡이제와 제초제, 살충제, 살조류제, 구충제 등과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 등 항생제류가 포함된다.

선진국에서는 살생물제 생산과 판매를 엄격히 제한한다. 살생물제는 살아있는 유기체만 죽일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고(高)독성이다. 주로 미생물이나 해충류가 대상이지만, 사용과정에서 인간과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물질은 화장품이나 비누, 샴푸에 많다.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에선 보통 피부와 경구에 대한 독성만 조사를 하지만, 문제는 흡입독성(吸入毒性) 실험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일반 경구나 피부독성 실험의 경우 독성반응이 대체로 낮아서 물에 타서 써도 된다. 한번 피부에 바르거나 약을 복용해도 다음날 다시 반복해서 쓸 수 있다. 하지만 흡입독성 물질은 다르다. 피부나 입속으로 들어가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흡입독성 물질 실험만큼은 호흡기로 완전히 흡입하게 해야 한다. 그것도 무려 6시간 동안 흡입시켜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실험에 따른 다양한 의료장비와 실험조건 등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일부 외국의 독성물질에 대한 실험평가사례가 있지만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유해물질관리법이 있다. 규정에 따라서 신규독성물질에 한해 유해성 조사등록을 할 경우 심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호흡독성 물질에 관해서는 독성조사가 쉽지가 않다. 본래 가습기는 호흡기와 연관성이 매우 밀접하다. 당국이 좀 더 세밀하게 검증을 했어야 하지만 검증을 하지 않은 채 유통이 되어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 흡입독성 물질 검사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얘기해달라.

▲ 흡입독성 물질은 하나의 중합체(重合體)다. 이런 물질을 호흡기를 통해 흡입시켜 검증하고 운용하는 시스템의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다. 중합체는 여러 물질이 합쳐져 분자형태가 된 덩어리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쉽게 대기 중으로 증발이 안 된다. 이것이 증발 안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흡입독성 물질 조사를 자세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종의 면죄부적 조건을 달아준 것이다. 중합체에 비해 미세하고 작은 입자들은 물에도 잘 녹고 증발도 잘 되어 물방울이 만들어질 정도다. 대부분 가스정도로 작은 입자가 아니더라도 미세하게 작은 입자라면 공기 중에 떠다닌다. 그런데 흡입독성 물질이 분자가 결정화 또는 응고된 먼지 형태가 되었어도 크기가 작으면 가스처럼 떠다니게 된다. 이것이 문제다. 이런 경우에는 예외규정을 별도로 두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부는 살균제 독성물질에 대한 유해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고분자 화합물인데다 흡입독성의 염려가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 가습기 독성물질이 진폐증과도 연관이 있나.

▲ 가습기 살균제는 독성이 강하다. 폐 세포 안에 이런 독성물질이 부착되어 죽거나 오랫 동안 폐 안에 머물게 되면, 염증을 일으켜 섬유화 되어 나타나는 증세가 진폐증이다. 특히 돌가루나 석면, 규석 등이 이런 독성을 일으킨다. 일상에서 심각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단 폐 속에 흡입되면 없어지지 않는다. 탄광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 이 질환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석탄 분진을 돌가루로 잘못 알고 있다. 탄광에서 석탄을 캘 때 석탄 주변에 있는 돌까지 같이 파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돌도 섞이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돌가루가 기관지에 문제를 일으킨다. 지하탄광에서는 외국처럼 기계화 자동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탄광은 아직 광부가 굴착기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공간이 좁고 밀폐된 상태여서 막을 장치가 아직 없다. 외국과 같은 조건을 갖춘 탄광은 거의 없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 같은 경우는 어떤가.

▲ 그동안 이 문제를 가지고 노동중재위원회를 통해 중재역할을 맡아왔지만 삼성 측이 중재안을 거부하고 피해자에게 직접 보상을 하겠다고 하자 시민단체인 반올림이 삼성반도체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 반도체 원료는 기본적으로 실리카(Silica, 규소)다. 이 실리카 웨이퍼(Wafer, 판(板))에다 여러 화학물질들을 섞어가면서 도체와 절연체의 중간상태인 반도체를 만든다. 반도체에 회로도를 심을 때 설계회로 형태를 만들고 나서 비정형회로의 나머지 부분은 깨끗이 씻어 내버리거나 없애야한다. 다른 말로 하면 화학물질로 깎거나 부식시킨다. 현재는 유기용제를 써서 씻어낸다. 이렇게 씻어내는 과정을 반복해서 여러 번 한다. 이때 독성물질에 노출되면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사진을 인화할 때처럼 현상액을 담은 트레이에 순차적으로 담가서 현상을 하듯이 반도체 판 세척작업시 작업자가 일일이 손으로 씻어내야 했다. 이것이 자동화되면서 버튼을 눌러 몇 분 동안 회전시키고 나면 다시 꺼내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1990년대 당시에 쓰던 화학물질들 중에 여성 불임과 유산을 일으킨 독성물질이 있었다.

 

 

- 반도체 여성노동자들이 유산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얘긴가.

▲ 당시 반도체 여성노동자들의 자연유산이 심각했다. 월경치료를 받은 것도 일반 여성에 비해 54%나 된다. 생식독성 화학물질로 인해 삼성전자와 반도체 여성노동자들이 일반여성보다 94%나 많은 유산치료를 했다. 물론 그것이 유력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후로 이 물질을 바꾸면서 나아졌다. 반도체에 회로도를 만드는 작업을 할 때 쓰이는 감광액에 이상한 물질들이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이 물질들이 무엇이고 어떤 성분인지를 알려야한다. 작업자가 이것을 모르고 작업과정 중에 실수로 반도체를 깨트리거나 열어보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작업장에서 나오는 생식독성 화학물질이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은행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이와 유사한 유산이 보고됐다. 원인으로 장시간 정신적인 노동과 야간근무가 지목됐다. 1990년대 미국과 2000년대 대만에서도 반도체산업의 생식독성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여성들의 월경 장애와 불임, 자연유산, 기형아 문제가 커지자 조사 한 결과 문제를 일으킨 ‘에틸렌글리콜에테르’ 등 생식독성물질을 찾아냈다. 이 생식독성 물질은 남녀 모두에게 위험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

 

 

- 반도체 회사들이 독성물질의 목록을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 반도체 산업은 상당히 많은 화학물질을 쓴다.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제품을 납품할 때 반드시 제출하는 화학물질성분 확인목록이 있다. 이 목록을 보면 반도체를 만드는데 어떤 물질이 쓰였고 어떻게 관리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들 회사들의 제출 자료가 매우 부실하다. 어떤 것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화학물질을 명확하게 기록하지 않고 빼 버린다. 그런데도 당국이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는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 지난 2009년 반도체 화학물질 조사에서 일부 감광제 원료들을 가져와 분석을 했다. 미량이지만 벤젠 등 여러 가지 물질이 섞여 있었다. 그럼에도 일정부분의 화학물질 성분확인이 안 되고 있다. 그중에 벤젠도 독성물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작업장의 화학물질 사용문제도 심각하다. 문제는 열악할수록 더 고립되는 작업시스템이다. 환경보건과 노동보건 시스템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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