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목민심서』라는 책은 나라로부터 벼슬에 임명되어 「부임(赴任)」할 때로부터 벼슬에서 물러날 「해관(解官)」에 이르기까지 벼슬하는 선비의 일거수일투족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세세한 주의사항이자, 벼슬아치라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직자들의 바이블 같은 책입니다. 벼슬살이를 시작하는 「부임」편도 중요하지만 다산이 더욱 세심하게 열거한 「해관」편 역시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재임 동안 높은 치적을 쌓고 훌륭한 벼슬살이를 했을 때에만 아름다운 「해관」을 맞이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목민심서』는 끝나고 있습니다.

해관 편에서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한 조항이 바로 「원유(願留)」라는 부분입니다. 벼슬을 마치고 미련 없이 벼슬을 떠나는 것이 원칙인데, 그만두는 벼슬아치를 그만두지 못하게 해서 오래도록 더 벼슬살이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는 것이 바로 「원유」라는 조항의 내용입니다. “목민관의 떠남을 무척 애석하게 여겨 길을 막으며 유임을 원하는 일은 역사책에 밝은 빛이 전해져 후세에 이르기까지 빛이 나는 것이니 이거야 외형적이 겉치레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惜去之切,遮道願留,流輝史冊,以照後世,非聲貌之所能爲也:「願留」)”라는 글에 다산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과장된 홍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파하여 훌륭한 목민관 노릇을 했다는 평가로서 될 일이 아니고, 벼슬살이를 청렴하고 공정하게 실천하여 주민들의 마음속 깊이 감동을 주지 않고서야 떠나는 벼슬아치에게 더 머물러 달라고 권유하는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정해진 임기를 아름답게 마치고 떠나는 공직자를 붙잡아두려는 마음은 누가 시켜서도 유인해서도 될 일이 아닙니다. 목민관의 인격과 인품에 감복되고, 그의 치적에 공정하고 청렴했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원유가 가능한 것이지 ‘꼼수’나 부리고 거짓 자랑으로 되어 질 일이 아님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국가 최고 목민관인 대통령이 임기도 채우지 않았지만 국민적 요구로 퇴진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훌륭한 치적을 남긴 목민관에게는 「원유」의 미풍양속이 전해졌건만, 공(公)보다는 사(私)를 추구했고, 정직하고 바른 통치행위 보다는 무엇인가를 숨기고 감추면서 사인(私人)이 권력을 농단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원유는커녕, 물러나라는 수백만의 국민적 함성이 나라를 진동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사태 발생의 초기에라도 과감하게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면 행여 아쉬움에서라도 더 머물러주기를 원했을지 모르지만 두 번, 세 번 사과만 거듭하면서 물러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기를 본인이 원하고 있으니 다른 누가 머물러 주기를 바라겠습니까.

공직자로서의 불명예 퇴진, 더구나 죄를 짓고 물러나는 일, 그 이상의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렇게 될 수밖에 딴 도리가 없는데도 위계와 ‘꼼수’로 더 머무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기만 합니다. 언제쯤 우리의 권력자도 「원유」를 받는 때가 올까요.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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