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빠지는 최순실 청문회

‘거짓말의 향연’ 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었다. 그 동안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일관했던 김 전 실장은 계속되는 증거 제시에 결국 “이름은 들어봤다”고 진실을 일부분 인정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시종일관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내용에 대해서도 “참여자의 의견이나 작성한 분의 생각이 혼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인했고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도 “대통령 관저에서 사사롭게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의 입장 번복은 그의 정치적 운명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모르쇠로 일관 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마침내 인정했다.

그는 그 동안 갖은 의혹과 증거에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윤회 보고서와 관련 “첫 문장에 최순실이 정윤회의 처로 등장을 한다”고 하자 “착각했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박 의원이 2007년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들이대며 “법률자문고문이던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자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최 씨와 만난 사실은 끝까지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 인생에서 자존심 하나로 버텼던 김 전 실장은 청문회에서 바닥까지 고개를 숙였다.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한 그는 청문회에서 “알지 못했다”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무려 60번 넘게 사용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사과는 20여번이 넘었다.

새누리당 비박계 장제원 의원이 “김 전 실장이 최 씨를 모른다고 하면 최씨 국정 농단의 퍼즐이 맞지 않고, 대통령이 그야말로 몸통이 된다‘며 ”건국 이래 가장 비참하게 퇴장할 대통령에게 김 전 실장이 돌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나가도 너무 나가”

김 전 실장은 연이어 지는 추궁 끝에 “최순실씨 이름을 못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씨와의 접촉은 없었다‘며 ”접촉한 일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역시 증인으로 출석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최씨가 고집이 세다고 푸념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의 청문회는 철저한 방어막 치기 속에 일부 입장 변경으로 정리된다. 무엇보다 특검이 기다리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을 못 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 데 대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방어에 치중했다.

김 전 실장은 최씨 측근 차은택씨를 만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만나 보고 문화 융성에 대한 여러 의지를 알아보라고 해서 만났다”며 지시에 따른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특검은 청문회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실장을 비롯한 주요 수사 대상자의 입장을 미리 파악하며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거짓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최 씨의 전 남편이자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윤회를 아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윤회도 모른다. 접촉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정윤회는 2004년 박근혜 의원 비서실장이었다”며 “김 전 실장이 정윤회를 모른다고? 하늘이 두렵지 않나”라고 따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시 국회 출입 기자들 중 정윤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며 “최 씨는 그렇다 쳐도 정 씨까지 몰랐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라인이었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대한민국 5000만명 어느 한 사람도 김기춘을 두둔하거나 동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왕실장' 대신 '오리발 실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겠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통해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특검의 그물망을 김 전 실장이 어떻게 통과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분명한 건 거짓말은 수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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