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싱크탱크 대안으로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이 전경련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최근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해야 한다”며 변신을 암시했다.

최 씨의 국정농단과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과정은 또 다시 ‘신정경유착’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재계를 강타했다. 이런 오명속에 재벌 총수들이 나란히 국회에 나오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구 회장이 밝힌 헤리티지 재단은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정치와 정부에서 거리를 둔 채 정책과 정치에 대한 제언과 평가에 무게를 두는 곳이어서 정경유착과는 거리가 있는 기관이다.

1973년 설립된 연구기관인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며 경제를 비롯 전분야에 걸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 고문도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이 맡을 만큼 영향력 있는 곳이다.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이후 성장을 위한 세금 정책, 균형 예산, 규제 완화 입법, 오바마케어 및 도드프랭크 법 폐지, 국방예산 확보를 통한 군사력 강화, 복지정책 개혁 등을 제시하는 등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재벌 총수들 ‘탈퇴’ 의사

역시 보수 성향이 강했던 1980년 레이건 정부 시절엔 3000건의 정책을 제안해 이중 60%가 실제 정책으로 채택되는 등 영향력도 막강했다. 재단인원은 275명 정도로 순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부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부금 상한액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경유착의 고리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난 대한민국 사회에서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기관이 순수하게 존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편에선 전경련 대신 경제인 협의체로의 탈바꿈도 대안으로 나온다. 이 경우에도 전경련이 권위를 가진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면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변화는 오히려 전경련의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전경련 출신 정치인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청문회를 통해 전경련은 사실상 해체의 길을 걷게 됐다.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열린 청문회에서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 “청문회에서 나온 총수들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고 새로운 시대 전경련이 나아갈 바를 고민하려고 한다”며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경련이 변모하는 방안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회원들과 각계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 어떻게 전경련이 나아가야 할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기업 모금을 주도한 이유로 전경련은 벼랑 끝에 섰다. 당장 내년 2월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이 구인란으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전경련은 재정 투명도와 연구 역량에 있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헤리티지 재단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경련의 운영․활동비는 공개되지 않는 기업 후원금에 의존하지만 헤리티지 재단은 후원자의 후원금액과 사용 내역을 보고서로 발표하고 있다. 운명의 기로에 선 전경련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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