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꿍의 숭어회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몰라”
“눈꿍의 숭어회는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몰라”
  • 허철희 기자
  • 승인 2016.12.1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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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철희의 바라래 살어리랏다>

 

가을부터 이듬 해 봄까지 변산반도 연안에는 숭어떼가 몰려온다. 언젠가 바닷가 절벽 위에서 새까맣게 몰려있는 숭어떼를 본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이야기를 계화도 사는 한 친구에게 했더니 ‘잡지 그랬어요?’ 하는 것이었다. 맨 손으로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숭어란 놈이 얼마나 의심이 많고 민첩한 놈인데.

정약전은 그의 자산어보에서 숭어를 이렇게 기록하였다.

‘큰 놈은 길이가 5~6자 정도이며 몸이 둥글고 까맣다. 눈은 작고 노라며, 머리는 편편하고 배는 희다. 성질은 의심이 많고 화를 피하는 데에 민첩할 뿐 아니라 잘 헤엄치며 잘 뛴다. 사람의 그림자만 비처도 급하게 피해 달아난다. 맑은 물에서는 여지껏 낚시를 문 적이 없다. 물이 맑으면 그물에서 열 발자국쯤 떨어져 있어도 그 기색을 잘 알아챌 수 있으며, 그물 속에 들었다 해도 곧잘 뛰쳐나간다. 그물이 뒤에 있을 때에는 물가로 나가 흙탕 속에 엎드려 있고, 물속으로 가려하지 않는다. 그물에 걸려도 그 흙탕에 엎드려 온 몸을 흙에 묻고 단지 한 눈으로 동정을 살핀다.’

눈치가 빨라 사람의 그림자만 보아도 급하게 피한다는 놈을 무슨 재주로 맨손으로 잡는단 말인가? 그런데 이 친구의 설명은 아주 간단했다.

숭어의 길목에서 커다란 돌을 들고 기다리다가 숭어떼가 나타나면 내리쳐 잡곤 했다는 것이다. 구석기시대 인류나 이용했을 법한 그야말로 원시적인 어로방법이긴 하지만 수긍이 가는 얘기다. 그 많은 숭어 무리 중에 재수 없이 돌에 맞는 숭어가 분명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얼마 후 변산면 마포리 하섬 앞바다에서 진기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포 주민 여섯이 한 조를 이루어 돌로 내리치는 숭어잡이 방식보다는 진보했지만, 그래도 원시적이랄 수 있는 방법으로 숭어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길이 15m, 폭 1.5m쯤 되는 그물로 숭어가 몰려드는 길목을 둘러쌓다. 그리고는 그물을 양쪽에서 천천히 끌어당기자 그물 안에 든 숭어들은 높이뛰기 선수라도 되듯 수면 위로 1m가 넘게 뛰어서 그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숭어가 다 도망친 줄 알았는데, 그물을 감싸 안아 물가로 나오자 그래도 그물 안에는 팔뚝만한 숭어 20여 마리가 펄떡이고 있었다. 한 물때에 서너 번 그물질을 할 수 있다는데, 많이 잡힐 때는 한 가마니도 잡는다고 했다.

그물질이 끝난 후 바닷가 널찍한 바위 위에서는 즉석 숭어회 파티가 벌어졌다. 바위틈에 숨겨놓은 도마와 칼 꺼내고, 준비해온 소주, 초고추장을 펼쳐놓으니 준비는 완료되었다. 직접 잡아서인지, 아니면 서해안의 기름진 뻘바닥에서 노닌 놈이어서인지 맛이 달고 고소한 게 지금까지 먹었던 회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었다.

“뭘 잘 몰랐구만, 회는 숭어회가 최고여! 특히 눈꿍에 먹는 숭어회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지.”

정약전도 ‘고기살의 맛은 좋고 깊어서 물고기 중에서 첫째로 꼽힌다’며 이들과 일치된 얘기를 했다. 이렇게 맛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자태가 빼어나서일까? 그는 또 숭어를 수어(秀魚)라고도 기록하고 있다.

 

 

숭어(Mugil cephalus, 조기강 농어목 숭어과)는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 동해에 모두 분포한다. 숭어는 바닷물고기이나 어린 새끼일 때는 민물 또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에서 살다가 크면 바다로 내려가는 습성이 있다.

산란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주로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 산란한다. 성숙된 암숭어의 난소는 체중의 오 분의 일이나 될 만큼 크고, 그 난소 하나에는 알이 몇 백만 개나 들어 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치어는 5mm쯤 되면 지느러미가 생기기 시작하고, 1cm미터 안팎쯤 되면 비늘이 생긴다. 처음에는 담수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나 몸길이가 6에서 9cm쯤 되면 담수로 거슬러 올라가 강바닥에 사는 생물과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다. 그렇게 살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다시 바다로 내려간다.

성장은 빠른 편으로 부화 후 만 1년이면 최장 25cm, 2년이면 30cm 로 자라고, 다 자란 숭어는 80cm까지 큰다.

몸 빛깔은 등쪽이 회청색이며, 배쪽은 은백색이고, 가슴지느러미 아래에 청색의 반점이 있다. 몸은 가늘고 길며, 머리는 다소 납작한 편이다. 입은 작고 위턱은 아래턱보다 약간 길며, 양턱에는 작은 이빨이 있다. 눈에는 기름눈까풀이 발달하고, 옆줄은 없다. 각 비늘의 중앙에는 흑색 반점이 있어 여러 줄의 작은 세로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숭어와 비슷하게 생긴 가숭어(假鯔魚)가 있다. 부안사람들은 개숭어 또는 칡숭어라고 부르는데 참숭어보다 오히려 가숭어 맛이 좋다고 한다. 숭어와 가숭어를 구분하는 요령은, 우선 가숭어는 숭어보다 몸집이 커서 1m 가까이 큰 놈도 있다. 몸은 숭어보다 약간 더 둥근 편이고, 꼬리지느러미 끝 부분이 깊이 패어 있다. 그리고 참숭어는 위아래 턱의 길이가 같은데 비해 가숭어는 위턱이 아래턱보다 길다.

<‘부안21’ 발행인. 환경생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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