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 1회

대한민국호가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분노한 촛불민심은 대통령 하야 요구로 이어졌고, 수구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들불처럼 번졌다. 1500여개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과 기독교·불교·천주교 등 ‘박근혜 퇴진 5대 종단 운동본부’도 야당을 압박하며 국민들과 함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국민들이 보여준 이번 촛불민심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과는 다르다. 그것은 우리사회에서 자리잡고 있는 막강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수구세력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소리는 한국사회를 수십 년 간 지배해 왔던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친일정권이 만들어낸 기형적 정치경제시스템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선열들의 피와 눈물로 일구어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샤먼(Shaman)’적 국정농단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국가 이미지마저 실추됐다. 우리사회는 오랫동안 친일 수구세력의 농간에 좌지우지돼왔다. 하지만 국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들불처럼 타오른 촛불은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외치고 있다.

 

▲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이번 촛불시위는 1987년 6월 항쟁 때보다 훨씬 더 폭이 넓고 깊다. 당시 6월 항쟁은 단순히 군사독재에 대한 민중저항이었고, 마음으로 지지를 했지만 광범위한 운동으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16년 11월 촛불민심은 과거의 독재를 뛰어넘어 우리사회 곳곳을 병들게 한 기득권층의 부조리와 부패에 대한 극렬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또한 대통령과 재벌, 관료와 정치인들이 보여준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의 자존심이 대내외적으로 깊이 상했다.”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얘기다. 그는 “현재도 그렇고 예부터 우리나라 양반세력들이 늘 그랬다. 국가가 망해도 자신들의 안위만 찾았다. 일본에 의해 강제합병을 당했을 때도 이들은 나라를 구하기보다 친일부역자로 돌아섰다. 이들이 지금은 박근혜 세력과 연결되어 있다. 과거 군사정권 때도 그렇고 친일세력들은 우리사회에 수많은 문제점들을 양산했다”고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친일청산과 부패척결, 남북통일과 사회개혁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내야 하는 운명적 격변기를 맞고 있다. 김동춘 교수를 만나 작금의 상황을 분석해보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 교수는 최근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건으로 시국이 혼란스럽다.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촛불은 이어지고 있다.

▲ 국민들의 촛불시위 참여도가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0만을 훌쩍 넘긴 촛불민심은 분노를 넘어 혁명의 표출이었다. 현대 법치국가에서 찾기 어려운 고대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샤머니즘(Shamanism)’적 국정농단과 부패한 정치권력 세력을 향해 분연히 개혁의 횃불을 든 것이다. 또한 2014년 304명의 학생들을 수장시킨 세월호 사태와 고 백남기 농민사망사건 등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권에 대한 누적된 절망감과 피로감도 함께 분출됐다. 연이어 밝혀진 민중의 불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어 직무정지 시켰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세월호 사태와 탄핵에 대한 직접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만과 불통을 여전히 꺾지 않고 있다. 대국민 사과 발표문에서도 본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거짓으로 일관했고 남의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참회하지 않는 대통령은 모든 문제를 국회로 떠넘겼고 상황반전을 꾀하려는 꼼수를 썼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처지만 살피는 무능한 대통령과 권력의 언저리에서 호의호식하며,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려온 정치권과 친일세력들이 형성해온 부도덕하고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결의가 횃불로 번졌다. 이러한 촛불의 행보는 과거 독재정권을 넘어서 현재의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척결로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 현 정권의 무능과 부패,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 이번 촛불시위는 지난 1987년 6월 항쟁 때보다 훨씬 더 폭이 넓고 강도도 크다. 6월 항쟁은 단순히 군사독재에 대한 민중저항이었다. 국민들은 마음속으로는 지지했지만 행동으로까지 크게 이어지진 않았다. 이번 촛불시위처럼 광범위하게 번지지 못했고 그 행동의 폭과 넓이도 좁았다. 그러나 2016년은 다르다. 과거 군정시대부터 뿌리 깊게 내려온 우리사회 기득권층의 부정부패에 대한 골 깊은 불만과 염증이 압축된 상태에서 폭발한 것이다. 한 예로 정부 산하기관 퇴직공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특혜만 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현직 부처에서 직무를 맡았던 퇴임공무원을 관련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에 내려 보내는 낙하산과 관피아 등 관행의 뿌리가 너무 깊다. 오히려 퇴직공직자 전관예우 연한을 늘리려는 상황이다. 또한 과거 독재정권시대부터 지금까지 국가를 잘못 이끌어온 친일세력, 정치권, 재벌특혜, 부조리한 사회구조가 국민들을 억압해왔고 노예적 갑을사회로 만들었다. 국민들은 지금을 부패한 친일정권과 수구세력 척결의 최적기로 보고 있다. 야권도 탄핵정국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촛불민심을 받들어 개혁의 날을 세우며 여권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 아직도 9명의 생명과 함께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2014년 4월 16일 오전 진도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로 304명의 어린 학생들이 생명을 잃었다. 그러나 ‘세월호 미스터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현재로서는 ‘유병언-최태민’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사이비종교 커넥션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지 깊게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국정원 연관설도 분분하다. 당시 해양경찰이 눈앞에서 구조를 왜 안 했는지도 미궁이다. 민간 잠수사의 구조 활동만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는 박근혜 정권이 구조를 못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하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문들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의 구조 제의마저 거부하고 곧 바로 언딘을 투입한 배경도 그렇다. 짙고 어두운 바다 속에 묻힌 세월호의 진실을 하루속히 인양해야 한다. 국민들은 의문투성이 세월호 음모론보다 304명을 현장에서 구조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침몰을 방기한 것에 더 크게 분노했다. 특히 대부분 어린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 분노는 더하다. 위기에 처한 국민을 신속하게 구조해야 할 정부의 문제투성이 대응과 부실한 구조체계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론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자초한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는, 침몰사태 이면에 감춰진 무책임한 정치권의 행태와 적폐가 만든 산물이다. 이것들이 결국 국민에 대한 독재적 인권폭압과 인권압살로 표출화한 것이다. 국민들의 정신을 침몰시킨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문제를 유야무야 덮고 가기 힘들 것이다.

 

 

-현정권 들어 87년 이후 이룩해온 민주화와 언론자유 등도 크게 훼손당했다는 지적이다.

▲ 두 개의 정부 즉, 과거 이명박 정권과 현재의 박근혜 정권은 국민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를 현저하게 후퇴시켰다. 언론자유 또한 세계지수와 비교할 때 바닥권이다. 민주화가 후퇴한 주된 이유는 수구세력들이 가진 권력과 금권에 의한 집요한 공략 때문이다. 이들은 1960년대 미·소 냉전 이데올로기시대 박정희 군사정권하에서 온갖 특혜를 누린 ‘친일(親日)·숭미(崇美)’ 집단이다. 시쳇말로 친일을 하면 돈이 생기고 숭미를 하면 권력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특히 이명박 정권에 이어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이들 세력들은 막강한 권력과 금권을 동원해 우리사회의 수많은 유력인사들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포섭과 매수공작을 펴왔다. 치밀하고 교활한 공략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특히 법조계와 언론계 등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층이 정권차원의 마수전략에 힘없이 무너졌다. 그에 따른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는 것이다.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부패가 더 깊어졌고, 부조리한 ‘갑질’ 사회로 전락했다. 거대한 금권을 가진 수구세력에 포섭된 것이 민주화 퇴보의 큰 원인이라 볼 수 있다.

 

 

- 어지러운 가운데도 여야 정치권은 내년 대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년 1월 초순 귀국할 것으로 보이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 어떤 방식으로든 등장할 것이다. 현재의 시국상황에서 보면, MB가 반기문 총장을 적극적으로 옹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반 총장을 중심으로 기득권 세력이 규합해 대반격을 가하려 전투력 결집에 공을 들일 것이다. 급변하는 정국 속에서 정치적 변화의 폭이 어느 선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반면에 국민들은 2017년 대선에서 기존의 정권교체 수준을 넘어서는 형태로 보수정권 세력을 타파하고 사회개혁을 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편과 보수언론들은 자세를 바꿔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MB에게 돌리면서 개혁의 불똥을 비켜갈 수도 있다. 언론개혁도 시급하지만, 결국 불똥은 새누리당과 MB에게 튈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국민이 바라는 개혁의 폭과 넓이가 더 확대될 수 있다. 시국적으로 국내 여건이 자신에게 불리한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노무현을 계승했다며 친노 발언을 통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어차피 새누리당은 현 상태를 지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분당수순을 거쳐 재창당을 한다면, 반 총장은 새로운 당에서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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