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배층 외세의탁의 역사…‘박대통령, 아베와 유사한 역사왜곡’ 논란도”
“우리나라 지배층 외세의탁의 역사…‘박대통령, 아베와 유사한 역사왜곡’ 논란도”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12.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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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 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 작년 11월 경찰의 직사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떴지만 국가는 잘못을 인정하긴 커녕 사과도 하지 않았다. 우리사회에서 오랜 동안 지속돼온 국가폭력과 인권탄압, 어떻게 보나.

▲ 국가는 기본적으로 폭력조직과 같다. 법에 근거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통상적인 국가의 개념이다. 하지만 그런 폭력을 불법적으로 자행한 게 바로 한국이었다. 역사적으로 대표적 사건들을 보면 이승만 정권하에서 벌어진 반민특위사건이나 4.19 학생의거 당시 총기발포에 의한 사망사건, 5.16쿠데타 이후 박정희 군사독재 시대에 벌어진 가혹한 고문사건과 간첩조작사건, 1980년 5.18 광주민주화 항쟁 등이 있었다. 특히 국민들 중에서 저항하거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인사들에겐 무조건 폭력을 자행한 게 한국의 국가폭력이었다. 그 사람들의 인권과 생명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정당한 항변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적 법적절차에 따라 할 수 있었는데도 무고한 사람들을 가혹하게 처벌한 것이 한국의 인권탄압 역사다. 이런 비극적 인권압살이 작동하게 된 데는 남북분단 상황을 악용한 독재정권 체제가 있었다.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안보위협을 이유로 독재정권은 끊임없이 내부에서 적을 만들어내야 했다. 적이 없으면 일부러 적을 만들어서라도 체제유지를 했다. 남북분단 대치가 독재정권을 유지시키는 토양분이 된 것이다.

 

 

- 지금도 그런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 군부독재정권 집권기 수많은 국민들이 무고하게 잡혀가 엄청난 고문과 탄압을 받았다. 지금은 그러한 식의 눈에 보이는 탄압은 현저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과거처럼 물리적 힘을 쓰지 않는 대신에 ‘부드러운 학살’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언어학살(言語虐殺)’이다. 겉은 부드러운 모습으로 위장하고, 내부적으로는 눈에 띄지 않게 고도의 전략을 동원해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언어학살’은 방송과 언론을 통한 탄압이다. 탄압의 주요 대상은 이른바 ‘종북(從北)’ 세력이다. 이들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집중적인 ‘언어학살’이 알게 모르게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 ‘종북’ 낙인이 찍힌 사람이나 단체는 보수언론들이 지속적으로 떠들어댄다. 이렇게 해서 일단 찍혀버리면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거나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것이 현재 모습만 바뀐 인권탄압의 형태다. 한 예로 몇 해 전에 해체된 통합진보당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석기 대표가 내란음모죄로 구속되었고 법원의 3심 판결이 채 나오기도 전에 헌법재판소가 먼저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진보정당이 해체되었다. 헌재판결에 대해 일부 국민들은 아직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단순히 ‘내란음모’라는 부분 하나만을 끄집어내서 합법적인 정당을 해체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물론 일부 몇 사람이 북한에 동조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당해산이라는 극단적 방법과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공중분해 시켜버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도 문제다.

 

 

- 한동안 잠잠했던 국가보안법, 지금은 어떤가.

▲ 국가 상위법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은 아직도 보이지 않게 작동중이다. 과거보다는 국보법에 저촉되는 사람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 법은 주변을 보아도 있는 듯 없는 듯 체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보법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일반인들은 심리적인 위압감과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이 좌익세력이었거나 북한에 전혀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암암리에 위축감을 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정치적인 반대세력들이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과거 군사정권들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안보상황에 더해 국보법을 통해 용공인사들을 만들어내며 정권창출을 했다. 무소불위의 국보법은 탄탄한 정권유지의 토대가 되었다. 때문에 공안정권은 늘 안보사범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렇듯 국보법은 평범한 일반 국민들에게도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주었다. 민주국가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상당부분 위축되었고 은연중에 정치적인 활동에 제약을 가해 왔다.

 

 

- 여당 등 보수 세력의 국보법 폐기 반대이유가 뭐라고 보나.

▲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 국보법을 폐기하려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2007년 MB정권에서는 야당의원이 다수였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기존 여당의 입장에서 볼 때 국보법 폐지는 정권을 내놓으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차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법 개정이 이뤄지겠지만 완전폐지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폐지해도 큰 문제는 없다. 없앤다 해도 국가안보에 별 지장은 없다. 헌법에 이미 내란음모죄 등에 관한 법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보법은 구시대적 냉전 이데올로기를 악용해 장기집권을 꾀하려는 수구세력들 때문에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는 것이다.

 

 

-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할 태세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1948년 8월15일 건국절 주장인데.

▲ 수구세력들은 과거 역사와 함께 한국의 미래까지 장악하려 한다. 끝없이 타락해버린 탐욕의 발로다. 일본제국시대와 독재정권시대를 거치며 부역해온 친일행각을 통해 엄청난 권력과 재력을 형성했지만 역사적 정당성은 전혀 없는 세력들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1948년 8월 15일 건국절 주장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히 1919년 3월 1일 상해임시정부의 정통성과 제헌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자신들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어떻게 하든지 정권차원에서 국정역사교과서 작업을 완수하려는 것이다. 그런 역사적 욕망의 마무리가 1948년 8월 15일인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근현대사 측면에서 너무나 많은 역사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교과서 내용은 둘째로 치더라도 시대착오적인 역사서술이 국민감정을 너무 깊게 건드리고 있다.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왜곡되고 과거 회귀적인 역사를 강요하는 교과서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 박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 일본 아베 총리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 한때 뉴욕타임즈(NYT)를 비롯한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유사한 역사왜곡을 했다고 사설에서 지적한 바 있다. 사설은 아베 총리가 일본이 대륙침략의 역사를 덮고 희석시킨 우경화된 교과서 제작에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친일내용을 교과서에서 빼거나 축소되기를 원했다. 또한 친일협력행위가 일본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교육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장교를 했고, 1962년부터 1979년까지 남한의 군사 독재자였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침략을 미화한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도 2차 세계대전 전범자였고,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인 계기로 인해 한국과 일본 당국은 정치가 역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외신들은 친일·독재의 역사 미화와 은폐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여의도연구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고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으며 권위주의 또는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일로서 민주국가에서는 자유발행제나 인정제가 일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사드 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도 논란이다.

▲ 한국정부가 일본과 맺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위안부 협정, 미군 사드배치는 전형적인 안보의탁이다. 박근혜 정권이 일부러 기댄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시작전권 무기한 연기도 그런 맥락에서 유추가 된다. 현재의 수구세력 정권이 여실히 보여줬듯 구한 말 이후 우리나라 지배층의 역사는 외세의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고종황제와 민비도 모두 외세에 의존했다가 나라를 잃었다. 현정권의 여당은 속전속결로 일본과 맺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국회비준 사항이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일사천리로 강행해버렸다.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자위대가 한국 땅에 곧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이 협정은 한국의 국정원 등 정보기관들이 북한 군사동향과 각종 대북정보 등을 일본 정보력에 의탁하도록 만든 것이다. 한국은 독자적인 군사정보주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 미국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되는데 국내에 미칠 영향은 어떻다고 보는가.

▲ 미국은 현재 정권 이양기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내문제에 깊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단 한국의 불안한 정국이 향후 급진적 사태로 이어질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 개입이라는 것이 과거 5.18 광주 민주화항쟁처럼 물리적으로 군함을 동원하거나 후방에서 한국군을 지원하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행사와 동북아 지역 헤게모니 패권을 놓고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군사적 이익과 충돌하는 사드 배치 철회움직임이 있을 경우 보이지 않게 막후에서 손을 쓸 공산이 크다. 예를 들면 한국의 2017년 대선후보들에 대한 대미관련 사상검증을 할 수도 있다. 영향력을 동원해 차기 대권 유력 후보가 미국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눈에 보이게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지 미국의 개입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권은 경제우선주의다. 군사는 군사, 경제는 경제라는 기치로 강하게 밀고 나올 전망이다. 군산업체이면서 민간 항공기를 생산하는 미국 보잉사와 달리 순수 군산업체인 록히드사는 부시 정권 때와 같은 중동전쟁 특수가 사라진데다 경기상황이 매우 안 좋다. 그래서 검증이 안 된 사드 배치를 한반도에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전투기 등 한국의 국방전력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점을 주시해야 한다.

 

 

- 얼마 전 북한과 미국이 비밀 회담을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 미국과 북한 당국이 말레이시아에서 비밀접촉을 했다. 지금 미국은 정권교체기다. 국방·안보분야에 트럼프가 뽑은 강경 매파 출신 장관들이 입각했다. 현재 미국이 당면한 문제는 경제적으로 약화된 미국의 재건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대외적 군사외교 정책을 대폭 축소하고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고립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군사·외교적 역할이 축소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체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물밑 작업을 통한 평화협정 등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월남전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프랑스 파리에서 비밀리에 북 월맹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과 유사하다.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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