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록 여행스케치> 맑은 기운 넘쳐나는 경북 청도

붉은 닭의 날갯짓처럼 활짝 열린 정유년(丁酉年) 새해. 대지를 덮은 하얀 눈이 아름답고 눈부시다. 신년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이곳저곳을 떠올리다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은 고장, 바로 경북 청도다. 청도는 경북 내륙의 자그마한 고을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지만 교통망이 잘 뚫려 있어 연중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눈길을 끄는 볼거리 못지않게 특산물이 유난히 많은 고장이기도 하다. ‘맑을 청(淸), 길 도(道)-맑은 길이 있는 고장’에서 보듯 발 딛는 곳 어디나 맑은 기운이 넘쳐난다.

 

▲ 프랑스 화가 마티스의 그림을 옮겨놓은 노란 기차(프로방스)

사랑이 찾아오는 프로방스

모처럼 청도를 찾은 길손은 빛의 마을, 프로방스로 간다. 이곳은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의 전원마을을 배경으로 꾸며졌다. 고흐, 세잔, 샤갈 등 세계적인 화가들이 사랑한 마을이 청도에 아름다운 불빛으로 옮겨 앉은 것이다. 낮보다 빛이 은하수처럼 펼쳐지는 밤이 더 볼만하다. 물론 낮에도 프로방스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유럽풍의 정취에 몸과 마음이 즐거운 곳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꽃보다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는 빛이라니. 형형색색 수 천 만개의 LED 조명이 연인, 가족들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한다. 자연과 빛의 어울림이 환상적이다. 사진에 일가견이 있다면 평소 갈고닦은 사진 실력을 뽐낼 수 있다. 방문객들은 직접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 프로포즈 로드(프로방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다양한 주제의 포토존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 마티스 그림을 옮겨놓은 노란 기차와 숲 속의 아름다운 기찻길(레인로드)은 동화 속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신비롭다. 입맛 돋우는 프로방스 레스토랑과 허브&리빙 소품점, 베이커리, 커피숍(카페), 기념품점, 양궁장도 들어섰다.

무엇보다 순백색의 화려한 숲길인 화이트 로드와 연인들을 위한 큐피트 로드, 프로포즈 로드, 하늘정원에서 펼쳐지는 일루미네이션 쇼는 놓칠 수 없는 즐길거리다. 70여 미터에 이르는 은하수 조명터널인 프로포즈 로드는 단연 인기다. 연인끼리 사랑을 고백하며 기념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난장이가 백설공주와 결혼한 것처럼 이곳에서는 사랑의 말 한 마디면 결혼에 골인할 수 있다. 하트 모양으로 꾸며진 큐피트 로드는 이름에 어울리게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사랑의 화살을 날려주고, 365일 산타를 만나는 크리스마스로드도 인기 만점이다. 오싹한 공포가 가득한 귀신열차와 환상적인 야광 물고기, 신비로운 거울 미로, 스릴과 재미가 있는 짚라인 체험도 즐길 수 있다. 프로방스 밑에 있는 용암온천은 지하 1천 미터에서 올라오는 천연온천수로 각종 테마탕을 갖추고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 좋은 곳이다. 프로방스 개장시간: 오전 10시-오후 22시, 토·일요일은 22시 30분까지. 입장료: 어른 8천원, 토·일요일 9000원, 어린이 6000원
 

 

▲ 와인 숙성고(와인터널)

와인과 빛의 만남

프로방스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와인터널(화양읍 송금리)은 와인이 주테마이지만 동굴을 은은히 밝힌 빛이 환상적인 곳이다. 무더운 여름날엔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추운 겨울엔 따뜻함과 향긋한 와인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최근 들어 중국인들을 비롯해 많은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경부선이 지나가던 터널을 개조해 청도의 대표 과일인 감와인 저장고와 카페(시음 공간), 갤러리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는데 지역 대표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터널(길이 1.01km)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이 이 터널의 역사를 얼추 더듬어보게 해준다. 대한제국 말기인 1898년에 완공된 구)남성형 터널이 그 시초로, 무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적벽돌을 3겹의 아치형으로 다듬어 건설한 자연석 터널로 내부 연중 기온이 14∼15도, 습도 60∼70%로 일정해 와인 숙성의 조건을 갖췄다.

감 와인은 1, 2단계 과정을 거쳐 병에 주입한 후 보통 1년 이상 숙성시킨다. 천정의 황토 벽돌은 음이온을 다량 방출해 와인이 숙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와인의 원료인 청도 감은 씨가 없어 반시로 불리는데 떫은맛이 덜한 데다 육질이 부드럽고 과즙이 많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

 

▲ 감와인을 음미해볼 수 있는 시음 공간(와인터널)
▲ 경부선이 지나가던 와인터널 입구

 

두꺼운 철제문으로 만든 터널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유럽의 고성 지하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직선으로 쭉 뻗은 아치형 터널에 수백 병의 와인이 전시돼 있는데 그 앞에 시음코너가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와인은 레귤러와인부터 오래된 스페셜 와인, 얼린 홍시로 만든 아이스와인까지 다양하다. 맛 좋다는 저 이탈리아나 프랑스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터널 제일 안쪽은 와인 저장고다. 15만 병이 넘는 감 와인이 이곳에서 숙성되고 있다. 특히 터널벽엔 개인용 와인 진열장을 마련해 방문객들이 자신의 와인을 이곳에서 전시, 숙성할 수 있도록 했다.

와인터널 시음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할 수 있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와인 한 병을 주문해 마셔보는 것도 좋겠다. 나만의 와인 만들기 같은 체험행사도 수시로 열린다. 홈페이지(www.gamwine.com/ 054-371-1904) 참조.
 

 

▲ 운문호

운문호를 따라가면서 보라

운문호를 따라가면서 경치를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운문호를 일주하는 호반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나고 호수 빛은 햇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은색과 청색의 적절한 배합은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든다. 호수가로는 크고 작은 마을도 들어서 있다. 특히 공암리 마을은 운문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 고즈넉한 운문사 경내
▲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

 

운문호가 끝나는 남서쪽 산자락에는 천년고찰 운문사(雲門寺)가 자리하고 있다. 범종루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한쪽으로 수령 400년을 헤아리는 처진 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가 보인다. 사철 푸름을 잃지 않고 가지를 사방으로 늘어뜨린 모습이 우람하다. 해마다 봄가을에 소나무 밑동에 막걸리 12말을 부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90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만세루와 단아한 석등(보물 제193호), 삼층석탑(보물 제678호), 그 옆으로 조선 초에 세워진 비로전(보물 835호)과 고려 때 지어진 원응국사비(보물 제316호) 등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 신도마을에 있는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 새마을운동 발상지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동상

 

청도읍에서 밀양 방면 25번 국도를 따라 7km쯤 가면 ‘새마을운동 발상지’가 나온다. 화악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들이 그림자를 만들어낸 산비탈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림 같은 마을이다. 아담한 양옥집 50여 가구에 주민 130여 명이 사이좋게 모여 산다. 아득한 역사가 된 이 마을에서 우리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다.

석빙고도 청도의 자랑거리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6개의 석빙고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얼핏 보면 작은 돌무더기에 불과하지만 돌과 돌이 맞물려 아치를 이루고 있는 정교한 형태는 놀랍기까지 하다. 조선시대 상류층 살림집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운강고택과 운문사 가는 길에 있는 처진 소나무도 한번쯤 둘러보면 좋은 곳들이다.

 

▲ 보물로 지정된 청도 석빙고
▲ 운강고택

 

풍각면 성곡리, 코미디 철가방극장(웃음건강센터)이 있는 곳이다. 청도에 정착해 사는 개그맨 전유성씨가 후배 신인개그맨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인다. 4D 공연을 표방하며 입체적인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다. 돔 형태의 상설소싸움 경기장(화양읍 삼신리)에 가면 소싸움 경기가 펼쳐진다. ‘우권(牛券)’을 구입해 돈을 걸고 소싸움을 관람하는 곳이지만 관람석에 앉아 그냥 구경만 해도 된다. 정월대보름에는 이곳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린다. 매해 3~4월에 열리는 청도소싸움축제는 전국의 이름난 싸움소 100~200마리가 출전해 물고 물리는 싸움 경기를 벌인다. 홈페이지(www.청도소싸움.kr/ 054-370-6373),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10회), 관람료: 무료  <여행작가/ 수필가>

 

▲ 개그맨 전유성씨가 코미디공연을 하는 철가방극장
▲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 경기

 

여행 팁】

◆대중교통: 동서울-청도간 하루 3회 고속버스 운행. 청도버스터미널(청도역 맞은편)에서 프로방스(2, 7번), 운문사행 시외버스 이용. 서울역, 부산역(KTX)-청도역(동대구역 환승, 무궁화호). 대구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으로 청도행 시외버스 운행.

◆자가운전: 대구부산고속국도 청도나들목으로 나와 경산 방면으로 15분쯤 가면 프로방스(용암온천)에 닿는다. 88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대구 금호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다시 동대구분기점에서 대구부산고속도를 이용해 청도 나들목으로 빠지면 된다. 와인터널과 소싸움 경기장은 프로방스에서 5분 거리로 찾아가기 수월하다. 신도마을(새마을운동발상지)은 청도에서 부산 방향 20번 지방도로를 타면 된다.

◆여행팁: 청도는 감, 추어탕, 미나리가 유명하다. 청도역 앞 추어탕 거리에 의성식당(054-371-2349), 역전추어탕(054-371-2367) 등 전문식당이 몰려 있다. 맑은 국물에 시래기를 듬뿍 넣은 경상도식 추어탕을 내놓는다. 미나리는 청도읍 남쪽 화악산 자락의 작은 고개 한재골 일대에서 생산된다. 마을 입구에 있는 한재미나리향(054-373-9995)에서는 갓 수확한 싱싱한 미나리를 곁들여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다. 한재미나리는 택배로도 보내준다. 지역 특산물 온라인 장터인 농마드(nongmard.com)로 주문하면 된다. 한재미나리 1㎏ 1만500원, 4㎏ 3만9500원. 택배비 3000원 별도. 운문사 근처에 초이스펜션(054-373-0234), 행복펜션(054-373-9757) 등이 있고 청도읍내에도 숙박시설이 여럿 있다. 여행문의: 청도군청 문화관광과 054-370-2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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