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는 끝난 적이 없다”
“세월호 특조위는 끝난 적이 없다”
  •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승인 2017.01.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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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인터뷰: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소위 권영빈 위원장

서울 서교동 YMCA 사무실 한 켠의 특조위 사무실. 3명의 조사관이 각자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자료정리를 하기도 하고, 업무를 공유하느라 바쁘다. 지난해 9월 30일로 특조위가 강제 해산된 뒤, 10명의 위원과 26명의 조사관들은 각각의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의했다.

매월 위원 모임, 매주 조사관 모임을 각각 진행하면서 위원들은 세월호 관련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한다. 조사관들은 특조위 조사 내용 점검과 쟁점 검토, 사안별로 보완할 조사 거리 등을 정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지만 이들이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 위원으로 조사관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세월호 특조위가 법적으로는 끝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자기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스러움 그리고 조사관으로서 정부의 방해로 중단된 활동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모임에서 정리하고 검토한 내용은 지난 7일 출범한 국민조사위원회와 2기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반이다. 비록 조사 대상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지만, 사회 전체 차원에서 볼 때,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는 뜻이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특별법 정신에 합당하게 법적으로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강제로 자격을 빼앗고 강제 해산 시켰을 뿐이에요. 일종의 부당해고와 같죠.”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은 특별법 규정대로라면, 인적 구성과 예산 배정이 완료된 2015년 8월 4일부터다. 종료 시기는 1년 6개월 뒤인 2017년 2월 3일, 보고서 작성 기간 3개월을 포함하면 5월 초까지다. 그러나 정부는 정확한 법적 근거를 대지 못하면서도 지난해 9월 30일 특조위를 강제 해산했고, 특조위는 이에 대해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회 권영빈 위원장은 강제 해산된 9월 30일 이후, 일부 언론에서도 ‘공식 활동 종료’라고 쓴 것에 대해 지적하면서, 많은 이들이 특조위가 끝났다고 인식하는 것을 걱정했다.

그는 “특조위는 법적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특조위가 이미 끝났다거나 공식 활동이 종료됐다는 것은 거짓의 ‘프레임’”이라며, “특조위는 공식적으로 종료된 적이 없고, 정부가 억지로 해산한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국가라는 직장에서 부당해고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 서교동 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난 (왼쪽부터)박용덕, 권영빈 위원, 서희정, 김경민 조사관. ⓒ정현진 기자

 

참사 1000일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이 있는지 묻게 된다
오히려 나빠진 상황도 있다…세월호 선체 훼손 심각

최근 탄핵 정국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문제도 함께 떠오르면서, 많은 국민이 광장을 찾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을 보며, 권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권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이 한 사유로 채택됐다는 것과 국민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1000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과연 변한 것이 무엇인지 묻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달라진 것이 있다면 탄핵 이후 세상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나빠진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수중의 세월호는 지난 1000일 동안 만신창이가 됐어요. 선수가 훼손되고 140여 개의 구멍이 뚫렸고, 선체가 조각났습니다. 수중의 세월호가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게 된거에요. 훼손된 대가로 배가 올라오지도 못하고, 언제 올라올지 알 수 없어요.”

권 위원장은 세월호 선체 훼손과 인양 지연이 가장 큰 문제이고, 더욱 나빠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조위가 강제 해산될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도 인양과 관련한 해수부의 밀실 정책을 통제하고 비판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해수부의 행태에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 6월 말 조사활동을 강제 종료시키는 것에 앞장 선 것도 해수부였고, 그 뒤 인양과 관련해 해수부는 특조위와 어떤 협조도 하지 않았다. 9월 말, 강제 해산 뒤에는 인양을 마음대로 진행하다가 결국 약속했던 “연내 인양" 불가를 당당히 선언했다. 권 위원장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빌어도 시원찮을 상황에 인양 실패를 당당히 말하고, 인양 방식도 바꾸겠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또 있다. 해경 본청에 있는 참사 당시 TRS 음성녹취 파일을 가져올 수 없었던 것이다. 2014년 4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공용망 통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은 100만 개가 넘는다. 해경 VTS뿐 아니라 군 관련 통화 내용과 소위 ‘핫라인’ 통화내용도 고스란히 녹음된 중요 증거물이다. 그는 녹음 내용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감추고자 하는 많은 것이 있는데 눈앞에서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특조위의 성과? 진상규명 최대 방해자가 정부라는 것 확인

그러나 특조위는 정부의 끈질긴 방해에도 성과를 거뒀고,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존재다. 특조위를 통해 확인되고 또 끝까지 기억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권 위원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은 어떠한 이유로든, 그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조위 활동 내내 확인했던 것은 “밝힐 것이 너무나 많은데도,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면서, “참사의 진상규명 없이 우리 사회는 단 한 걸음도 새로운 사회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매 순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청문회 등을 통해 “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왜 침몰했는지 그리고 왜 구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모르고 있고 밝혀야 할 과제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2기 특조위 활동을 바라고 있다. 그 연결선에서 국민조사위원회는 이후 2기 특조위가 만들어질 때까지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2기 특조위를 뒷받침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더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특조위의 독립성과 조사권한을 강화하고 특검 요청 횟수 제한을 없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최장 33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권영빈 위원장은 2기 특조위에 대해서, “우선 현재 발의된 법안을 여당 일부와 야당이라도 협의해서 빨리 통과시켜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답을 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현재 특조위가 사실상 와해된 상태에서 2기 특조위를 그대로 이어받기는 힘들 것이다. 새로 구성된 특조위가 다만, 기존의 성과물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해 9월 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 ⓒ정현진 기자

 

2기 특조위의 우선 과제는 해수부 조사와 처벌
참사 당시 해경 책임자에 대한 특검 빨리 진행해야

이어 그는 2기 특조위가 반드시 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서, “다른 곳보다도 해수부를 첫 조사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특조위 활동에 해수부를 비롯한 참사 책임 부처가 관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은 “특조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지금과 같은 정부, 여당이 없어야 한다. 방해가 아니라 전폭적 지지와 지원 속에서 활동해도 대형 참사의 진상 규명은 그 자체로 밝히기 어려운 사건”이라면서, “특조위 성과 중의 하나가 진상규명의 방해 세력이 현 정부와 여당임을 확인한 것이고, 그 사실은 이미 국정농단이 드러나기 전, 특조위 활동 전반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특조위 방해는 마지막 자료 이관 과정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기관 활동이 종료되면 해당 자료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다. 그러나 국가기록원 자료는 사실상 봉인되기 때문에 특조위는 미리 보관 방법을 논의하고 특조위 공인 자료를 잠정적으로 서울시 추모관에 이관하도록 의결하고 실행했다. 그러나 잔존 사무처리 기간이 끝난 뒤, 나머지 기록을 해수부 파견 공무원이 국가기록원에 임의로 넘긴 것이 드러났다. 이에 해수부는 개인적 판단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해 국회 농해수위는 해당 공무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권영빈 위원장은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서, “특조위가 국회에 요청한 특검을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특조위는 지난해 2월 ‘4.16 세월호참사 초기 구조구난 작업의 적정성에 대한 진상규명 사건의 특별검사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 요청안’을 제출했다. 세월호참사 책임이 있는 당시 해경청장, 서해지방해경청장, 목포해경서장 등을 수사해 달라는 요청이었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며 자동 폐기돼, 6월 말 특검 수사 요청안을 다시 제출한 바 있다.

권 위원장은 6개월 전에 요청한 특검이 해가 바뀌도록 처리되지 않았고, 세월호참사 1000일을 맞은 이 시점까지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검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다시 한다.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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