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생각> 류승연

차기 대선준비가 한창이다. 유력 예비후보들의 예비공약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언론은 후보 검증의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뉴스거리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그에 대한 요란한 의견들이 봇물을 이룬다. 삼성특검이 어쩌고저쩌고, 턱받이가 어쩌고저쩌고.

아줌마인 나는 그 모든 뉴스와 의견들을 취합하기가 벅차다. 방학을 맞아 집에서 24시간 한 몸처럼 지내는 아이들 때문에 인터넷 할 시간은커녕 핸드폰 한 번을 마음 놓고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먼저 지도자의 기준을 정하려 한다. 난립하는 후보들의 요란한 면면을 전부 다 보고나서 일일이 재고 따지기엔 나는 너무나 바쁘신 몸이다. 대한민국 아줌마고, 엄마이자 아내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번엔 내가 생각하는 차기 지도자감은 이런 사람이라고 먼저 외치려 한다.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평범한 40대 주부인 내게도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으로서의 투표권이 있기에, 차기 대선만큼은 내 스스로가 먼저 선(先) 주최자이고 싶기에.

그래서 말한다. “차기 대통령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혹시라도 나의 작은 외침이 예비후보들의 한 구석에라도 가 닿을 수 있다면 더 좋겠고.

나는 바란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차기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사전에 따르면,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말한다.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도 포함된다. 비슷한 말로는 보통 지식. 한 마디로 상식이란 대한민국의 99% 국민들이 알고 있는 보통의 지식을 뜻한다.

참 우스운 일은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너와 모든 내가 알고 있는 보통의 지식들이 나머지 1% 그들만의 리그 안에선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정상적이라 생각하는 것의 판단 기준이 다르기라도 한 것처럼.

배가 침몰을 하면 해경이 출동해 구조에 나서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해경은 뒷짐 지고, 고깃배가 구조하고, 몇 년 째 인양도 안하고 있는 게 비상식적인 일이다.

뒷주머니 찬 대기업이 괘씸해 숨겨진 비자금을 뽑아내고 싶었으면 그 돈으로 공공사업에 투자를 하게 하거나 기부 등의 형식을 통해 사회에 환원토록 유도하는 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의 선이다. 친한 언니네 집에 재산을 불려주려고 기업을 이용하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다.

굳이 직무정지된 현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상식을 거론한 것이 아니다. 차기 대선을 꿈꾸는 많은 예비 후보들은 적어도 상식을 아는 사람들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상식이란 어려운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기대했다는 중학교 2학년 수준, 그 중학교 2학년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보통의 지식이 상식이다.

인맥이 통하지 않는 사회,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회,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이 폭 넓게 수용되는 사회, 탁상공론과 정경유착이 분리된 사회, 부정부패와 부정청탁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가 상식적인 사회다. 그런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상식적인 지도자가 차기 대선의 패권을 쥐기 바란다.

더불어 차기 대통령은 역사의식이 바로 선 사람이기를 바란다.

요즘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고의 핫 피플 중 한 명이 바로 설민석 강사다. 대한민국 공식 역사 선생님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그. 왜 대중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것인지 대권을 꿈꾸는 이들은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만든다며 제멋대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을 때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참 역사를 가르치는 설민석의 강의에 열광했다.

바른 역사관을 가지고 있으면 굳이 교과서를 바꿔가며 강압적인 세뇌에 나서지 않아도 국민들의 지지와 존경이 알아서 뒤따른다.

더불어 바른 역사관을 기반으로 일제 청산의 의지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조리가 제대로 된 일제 청산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기 중 눈에 띄는 반짝 업적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10년, 20년 뒤의 대한민국을 위해 사회구조를 바꾸고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데 노력하는 지도자가 나오길 바란다.

임기 안에 큰 건 하나 했다고 역사책에 이름 한 줄 올리고 싶어서 엉뚱한 곳에 세금을 낭비하는 그런 대통령도 우리는 이미 겪어봤다. 결과는 참담. 당장이 문제가 아니다. 10년, 20년 뒤의 대한민국은 4대강 때문에 환경재앙에 직면할 위기에 놓였다.

사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사회기반이 더 확충되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인기를 위해 임신하면 돈 주고, 취업하면 돈 주고, 기름값 하라고 돈 주는 그런 걸로 아까운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

내 아이들이 자라서 핵심 구성원으로 살게 될 사회다.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이길 바란다. 청춘을 바쳐 열심히 공부를 하고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어 집에서 노는 그런 사회는 아니길 빈다.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나와 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엔 왕자님, 공주님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지도자에 오르길 바란다. 대통령은 나라의 임금, 백성들 머리 위에 앉아있는 상전이 아니라 국민의 일을 대신 도맡아 하는 공무원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길 바란다. 대선 때만 반짝 서민 코스프레 하는 사람은 사양이다.

대통령이나 일반 국민이나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권리가 있고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당연하다는 듯 아는 사람이길 바란다.

그러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앉았던 변기엔 못 앉겠다며 세금을 화장실 수리비에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 대통령 엉덩이에는 금띠가 둘러져 있고 일반 국민들 엉덩이에는 똥이 묻어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예비후보라면 지금이라도 썩 꺼져주길 바란다.

겁 없이 특권 의식을 휘둘러 댄 정치인은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이 봐 왔고 그들 중 상당수는 결말이 좋지 않았다. 칙칙한 죄수복을 입고 초췌한 얼굴로 카메라에 잡히곤 했다. 더는 그런 꼴을 보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제 갓 9살이 된 우리 딸이 말했던 것처럼 차기 지도자는 언제나 백성들만을 생각하는 세종대왕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상위 1%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만 좋은 대통령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99%의 국민들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지도자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처럼 살림 하고 애 키우느라 일상이 바쁜 아줌마들까지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젊은이들이 많은 가장들이 각자 할 일을 제쳐두고 촛불광장에 모일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장 없는 대한민국호가 망망대해를 표류중이다. 저기 먼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커다란 해일이 몰려오고 있고, 주변 바다에서도 크고 작은 폭풍이 휘몰아친다. 아니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밑이다. 배가 떠 있는 곳은 이미 소용돌이 속이다.

빙빙빙 돌아가는 소용돌이는 점점 크고 깊어지는데 대한민국호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처럼 위태롭게 나풀거리고만 있다. 지도자를 잘못 뽑은 대가가 이토록 크다.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새로운 선장을 다시 뽑아 이 모든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나면 대한민국호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아름다운 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그렇게 되어야지. 그렇게 만들어야지. 배에 탄 선원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리 되어야지. 다가오는 조기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좋은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주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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