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

 

- 촛불민심이 열망하는 게 단순 정권교체일까.

▲ 촛불이 타오르는 과정에서 정치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광장의 발언을 보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일회성 정권교체만으로 혁명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과거에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정치의 틀 자체를 밑바닥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다. 물론 정권교체 자체가 정치교체의 동력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일반시민들의 정치·사회적 발언권이 보장되지 않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정치가 리드하지 못했다. 정치를 전문적인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정치를 독점하는 구조가 이제는 깨져야 한다. 또한 직접민주주의의 요구와 대의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접목해서 새로운 미래정치의 프레임을 만들고자 하는 갈망이 커지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본질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본질은 직접 민주주의의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는 노력과 진실성이다. 이런 일들이 이루어지면서 정치적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기존의 낡은 장벽을 깨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 촛불 시민혁명은 정치·사회적으로 우리의 의식전반에 걸쳐 많은 역동성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너무 중요한 변화다.

 

 

- 정치개혁,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 해방이후 친일·반민족세력 청산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로, 대한민국의 뼈대가 뒤틀려버렸다. 친일세력에 뿌리를 둔 군부정권 등장으로 고통을 받아왔고 그 마지막 잔재가 바로 박근혜 정권이다. 적폐청산이 절실하다. 박근혜 체제에서 드러난 모든 죄과와 책임자 처벌, 정치적 청산이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 재산몰수도 정면으로 거론되어야 한다. 그래서 단죄의 역사가 이뤄져야 우리 사회가 변하게 된다. 기득세력 청산도 바로 시작해야 할 때다. 정치권과 재벌·언론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짧게는 지난 10년간 얼마나 많은 기만과 사회적 범죄를 저질러 왔는가. 국민을 속이고 누군가를 끊임없이 모략하고 정치의식을 교묘하게 왜곡시켰던 일들을 모두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광장의 역동성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상황이다.

▲ 혁명적인 시민의 힘은 자신이 주인이 된 공간에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강력한 힘이다. 이런 힘이 과연 어떠한 질서를 향한 힘이 될 것인가를 발견하는 가운데 서로 존중하고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갈 것이다. 광장에서는 시민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하고, 또 서로에게서 힘을 얻는다.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또 크게 주목할 것이 있다. 그 전에는 광장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일반 민중들이 무대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거나 노동자, 중고생들로 광장에서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토해냈다. 이들의 발언은 곧 한 시대의 발언이 되었다. 개인의 자기 서사가 역사의 웅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광장시민들은 감동하고 이를 주목했다. 이런 힘이 보다 위력적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힘을 어떻게든 잘 조직화하고 끊임없는 의식의 진화와 성장을 거쳐야 한다. 정치교육의 중요성이다.

 

 

- 촛불시민혁명에서 잃은 건 없다고 보나.

▲ 잃은 것은 없다. 만약 있다면 주말의 휴식을 빼앗겼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 시민의 자율적인 운동과 흐름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우려가 있다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성과가 없게 되면 동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중심을 세우는 노력이 요구된다. 촛불을 들고 무한정 간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 광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많은 고민들이 과거부터 제기됐었다. 따라서 이제는 시민이 주축이 되는, 시민 권력의 정치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 선거연령 하향 움직임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 오랫동안 권리를 박탈당한 청소년 세대에게 선거권을 돌려줘야 한다. 사실 정부는 이들에게 병역의무는 부과하면서 정치적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다. 의무는 있고 권리는 없는 식이다. 이런 모순은 당연히 수정되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되찾도록 연령도 18세로 낮춰야 한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선거에 대한 문제점도 짚자. 제도와 관리의 문제다. 먼저 선거관리 공정성 확보가 부각되어야 할 것이고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또 전자개표보다 수개표로 해야 맞다. 총선도 지금의 소선거구제에서 탈피해 비례대표제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 투표도 사표(死票) 처리가 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세대와 요구들이 적용되는 정치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양당제 독식구조를 깰 수가 없다. 양당제는 진보적인 정당을 만드는데 매우 취약한 한계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 주목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가령 요양병원에서 고령자의 거동이 불편한 점을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대리투표를 맡길 경우 엉뚱한 정치인을 찍을 개연성이 높다. 2일 전에 사전투표를 한다고 하지만, 해외여행 출발 시 공항입구에 설치한 투표장 안에서 사전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사안이다.

 

 

- 미래 한국을 위해 정치인은 어떤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 시민들은 촛불을 넘어서 새로운 가치정립을 원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인용 즉시 대선이 치러질 것인데 정치지도자들은 시민들이 바라는 가치들을 어떻게 하면 미래정치에 접목시킬까를 고뇌해야 한다. 단순히 정책에 대한 논쟁으로 끝나지 않고, 미래세대가 중심이 된 시민혁명의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발견과 이를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또는 의욕적으로 풀어낼 인물과 집단,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동학혁명에서부터 6월 항쟁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우 역동적인 역사를 치러냈다. 그러는 동안 기존 정치제도권의 기만행위에 더 이상 속지 않게 됐다. 놀라운 일이다. 이제는 잘 안 속는다. 이와 동시에 이번 시위와 집회에서도 보았지만 평화가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과시했다는 점이다. 집회가 끝난 뒤에 질서정연하게 흩어지면서 주변을 깨끗하게 치우는 등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이것은 단지 질서정연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 그 평화의 힘이 다른 나라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 평화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힘은 현재 여러 차원에서 막혀 있다. 만일 이렇게 차단된 시스템을 뚫어낼 힘이 정치화된다면, 아마 예상할 수 없는 비약적인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힘은 개성공단을 회복시킨다거나 금강산관광 재개와 남북한 간 대화의 문을 새롭게 여는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다. 10년 동안 막혔던 것을 새롭게 정리할 수 있게 되고, 북측 김정은 체제도 남북대화로 인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설 것이다. 평화적 정세가 주도하게 되면 동북아 전체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게 되면 현재 딜레마에 빠진 대일·대중·대미관계까지 차분하게 정리해 나갈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의 대 중국 포위 전략에서 한국과 일본을 함께 묶어서 동맹체제로 가고 있는데,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게 된다. 이를 해결해낼 힘도 역시 시민혁명이다. 이 힘만이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수 있고 그러한 의지와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 국제외교와 남북관계 등 총체적으로 위기상황이다.

▲ 수구정권 9년 사이에 외교능력은 현격하게 후퇴했다. 현 정권은 남북관계를 풀어낼 역량도 정책도 없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국민의 요구와 힘을 통해 동북아 외교에 적절히 대응할 근거가 명확했지만 이제 그러한 근거마저 스스로 잃어버렸다. 지금 당장 대일·대중관계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건질 것이 전무한 상태다. 트럼프 시대로 바뀐 미국과의 대미관계에서도 속수무책이다. 미국이 진행시키고자 하는 동북아 외교정책에 대한 경로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장차 우리에게 어떤 고통으로 돌아올지 모르겠다. 그걸 막기 위해서 하루속히 정권교체를 이루어서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수정해서 평화롭고 안정적인 대외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 국제관계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 박근혜 정권이 한때 분단체제를 해소할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통일대박 운운하면서 인간적 삶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오로지 경제·물질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시장가치적 차원만 따진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중의 하나가 이명박 정권 이후 지배적이 된 시장가치 중심적 사고이다. 인간은 일회용으로 전락했다. 갑질이 판을 치고 물질이 신격화 된 이런 사회에서는 비극적인 상황만이 되풀이 될 뿐이다. 미래세대에게 아무런 비전과 희망이 없는 땅이다. 오죽하면 헬조선인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민혁명의 힘으로 모순된 이 사회체제를 바꾸어 놓아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만 해도 얼마나 절박한가. 사드배치도 제동을 걸어야 하고 기업환경과 우리 삶의 방식도 새롭게 바꾸며 생태환경에 대한 인식도 높여야 한다. 탈 원전 운동도 본격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진정으로 아름답고 풍요롭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만드는 토대가 형성될 수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