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만 좋은 ‘벤처기업 천국’, 생존율은?
허울만 좋은 ‘벤처기업 천국’, 생존율은?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7.02.2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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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6곳은 3년 내 폐업, 창업절차만 ‘초고속’

더 이상 대한민국은 ‘벤처기업’들의 꽃밭이 아니다.

최근 들어 창업한 벤처기업 10곳 중 6곳은 3년 내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해줄 대안으로 벤처기업이 언급되고 있지만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억대 투자금을 들여도 자금난 압박으로 유통이나 마케팅은 높은 벽이 되기 일쑤다. 그나마 어렵게 문을 통과해도 기존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야 한다. 최악의 경우 특허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다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실패한 50대 남성 A씨는 “조금 자리가 잡히나 했는데 대기업에서 특허 문제를 걸고 들어왔다”며 “결국 헐값에 회사를 넘겨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만큼 기존 업체들의 견제가 심하다는 얘기다.

창업 규제 완화 등으로 국내 벤처기업 숫자는 3만개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벤처 기업 중 62%는 창업 3년 만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은 추가 투자를 받는데 실패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이라고 말은 떠들썩해도 실제 투자는 쉽지 않다”며 “인지도가 상승할 때까지 만이라도 버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뜻하는 ‘엔젤 투자’ 규모는 2014년 기준 830억원으로 미국의 0.3%에 불과하다.

성공 시대를 열기 위해 벤처기업을 창업해도 실패하게 되면 그 여파는 개인에게는 치명적이다. 대출 이자 등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는데다 다시 도전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리적 충격’도 심각

대한상공회의소가 작성한 ‘통계로 본 창업생태계 제2라운드’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의 고전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규제 완화 등으로 최대 4일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판로 개척이 어려운데다 자금난으로 대부분은 조기에 생명을 마쳤다.

겉으로 드러난 벤처기업 창업 조건은 지난 10년간 크게 낮아졌다. 세계은행의 국가별 기업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업 등록단계는 12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됐고, 소요시간은 22일에서 4일로 크게 줄었다. 이는 미국의 5.6일보다도 크게 단축된 것이다.

창업부문 경쟁력 순위도 116위(175개국 대상)에서 11위(190개국)까지 껑충 뛰며 벤처기업 숫자는 3만개를 넘었다. 그러나 이중 3년을 넘게 버티는 기업은 전체의 38%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프랑스(54%) 독일(52%) 등에 비하면 많이 뒤떨어진다. 조사 대상 26개국 중 꼴찌 수준인 25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한국벤처기업의 경우 투자매력도 낮은데다 코스닥에 상장하기까지 평균 13년이 걸리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고 지적한다. 법인사업자의 80% 이상이 10년안에 문을 닫는 상황에서 지옥의 3, 4년을 버티는 게 힘들다는 얘기다.

속도에 비해 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생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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