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지구촌 경제’

춘삼월을 맞는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출범 한 달 동안 미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자국우선주의’는 전 세계를 비롯 국내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또 하나의 강대국인 중국도 사드 배치를 문제삼아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20여건의 파격적인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여기에 반이민 행정명령과 러시아게이트 등으로 한달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다. 한국의 주요수출국인 중국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거론하며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뇌관인 ‘가계부채’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안팎으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상황을 살펴봤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분위기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트럼프 노믹스’는 미 통상정책의 변화로 요약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국내 움직임도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력히 내세우며 감세와 규제완화 등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최근 ‘미국 통상정책 평가 및 전망 대토론회’를 마련해 우리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한․미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홍보해 상호 신뢰기반을 확대하고, 대미국 수입과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과도한 우려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간 통상마찰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승관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미․중간 통상마찰이 우리나라의 대중,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시장과 수출품목의 다변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가 현실화되면 수출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제품에 반덤핑 예비관세 부과 판정이 나오는 등 통상 압박은 이미 현지 진행형이다. 미국이 반덤핑 예비관세 부과 판정을 내린 품목은 타이어, 호스 등에 쓰이는 합성 고무다. 현재는 무관세지만 최종 판정이 내려지면 최대 44%까지 물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 양이나 비중이 크지 않아 아직까지 영향을 적지만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철강 등 3개 품목이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로 한국 경제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 비중만 40%인 한국으로서는 직간접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미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출로, 가뜩이나 수출 강국 위치가 두 계단이나 떨어진 상황이다. 철강과 금속 부문, 화학, 전기․전자 분야 등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덤핑 관세 품목’ 확대 우려

중국은 중국대로 사드 배치를 문제삼으며 ‘한한령’을 활용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산업을 키우려는 중국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의 강도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린다. 업계에선 사스 보복 조치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영향력에 대해선 시각차가 상당 부분 존재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작업이 가시화될수록 중국 정부의 보복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얘기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엔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 시장 선진화 등 다른 이유도 숨어 있다. 실제로 한류 콘테츠 규제의 경우 중국의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하기 한 달 전부터 외국 방송 콘텐츠의 중국 진입을 규제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이나 화장품 관련 움직임도 이상 징후로 거론된다. 중국은 사드 문제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을 불허한 화장품도 한국산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수입 불허 화장품은 한국이 58건으로 최다였고 호주(27건), 대만(25건), 프랑스(18건), 영국(13건)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수입 불허가 가장 급증한 국가는 프랑스로 전년 대비 260%나 늘었으며 한국은 25.8% 증가했다. 코트라는 “최근 들어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중국의 수입 불허가 증가한 원인은 중국 수출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검역도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산 화장품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4년 9.8%에서 지난해 27%로 급증해 프랑스에 이어 2위였다. 최근 5년간 한국산 화장품의 수입 불허 최다 원인은 ‘제출 서류 미비’였으며 포장 불합격, 미생물 수 초과도 있었다.
 

중 언론 ‘불장난’ 경고

중국 언론의 협박에 롯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롯데는 최근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국방부에 제공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가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 안팎으론 사드 부지 제공 결정 후 닥칠 중국의 보복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논평을 통해 “한반도 사드 배치는 지역 안보와 안정에 위협이 되며 롯데그룹 경영진은 사드 부지로 골프장을 제공할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으나 지역 관계를 격화시킬 수 있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도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전하면서, 롯데의 중국 내 사업 규모와 면세점 매출 중 중국 소비자가 70%를 차지한다는 내용을 자세히 다루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2016년 1분기를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최근에는 롯데가 중국 선양에 짓는 ‘롯데월드’ 공사가 중단된 것을 놓고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 파고가 거세지는 가운데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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