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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배소, '효율적'이라는 수단에 노동자는 죽는다

<지금여기 연중 기획- 노동> 노동자의 또 다른 죽음 손배소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정현진 기자lregina@catholicnews.co.krl승인2017.03.0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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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2017년 6개의 주제로 연중 기획을 진행한다. 첫 기획의 주제는 ‘노동’으로 기업의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문제를 다뤘다. – 편집자

 

152억, 90억, 50억 2000만 원…. 노동조합에 청구된 손배소 액수다. 너무 커서 실감조차 나지 않는 이 금액을 갚는다면, 어떤 노동자들은 약 40년 동안 고스란히 월급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손배소로 인한 가압류는 노조원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까지 파괴하는 가혹한 연좌제다.

기업들은 “해고하지 말라, 일하게 해 달라”며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입을 막고, 노조를 해체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기업들에게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이 돈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는 사실상 삶이고 목숨이다. 실제 해고된 상태에서 손배소를 당하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압류당하는 이들은 경제, 사회적 죽음을 겪고 있으며, 실제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이 죽잖아요.”

“옳은 가치를 위한 싸움입니다.”

각 사업장에서 더 이상 당할 수 없다며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입법을 통해서라도 손배소와 가압류를 막기 위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다.
 

손배가압류 2000년대 초반에서 5배 증가, 죽음도 넘지 못하는 벽

손배가압류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위한 연대체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이하 손잡고)에 따르면, 2016년 8월 현재 전국 민주노총 소속 22개 사업장 노조에 청구된 손해배상청구금액은 약 1600억, 가압류 약 175억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들의 손배소 금액은 2002년 약 340억에서 5배 늘어났다.

1990년 10월 당시 최병렬 노동부 장관이 노조의 불법쟁의로 인한 손해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발표한 뒤로 손배소청구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씨가 노조원 해고와 징계, 노조간부를 상대로 청구한 65억 손해배상, 가압류를 이유로 분신자살했다. 살인적 손배와 가압류로 사람이 죽었지만 기업은 멈추지 않았고, 또 다른 죽음을 불렀다. 김주익 씨, 곽재규 씨가 그 뒤를 따랐고, 2013년, 한진중공업 노조 최강서 조직차장은 “158억, 손해배상을 철회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쌍용차 해고자들 28명 중 상당수 그리고 그 가족이 해고와 노조탄압 그리고 손배소로 인한 극심한 부담감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 손배소로 기업이 보여 주고자 하는 것. "노조하는 자, 망한다" (자료 제공 = 손잡고)

 

노동권 요구가 죽고, 삶이 파괴될 정도로 잘못한 것인가?
기업이 원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절망

손배소의 목적은 실제 손실 때문이 아니다. 유성기업 창조컨설팅 사례에서 보듯, 손배소는 대표적 노조파괴 전략이다. 손배 취하를 목적으로 사측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노조 탈퇴, 특히 민주노총 탈퇴,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취하, 불법파견 인정, 희망퇴직 강요 등이다.

기업이 손배가압류가 노조탄압과 해고에 “효율적” 수단이라며 남발하면서, 그 목적에 맞게 손배소의 방법과 범위는 광범위하고 잔인하게 진화했다.

금액도 천문학적이지만, 손배소 판결 전부터 이뤄지는 가압류 문제도 심각하다. 노조원 개인의 재산, 월급, 보험, 전월세보증금, 노조원 명의의 선산까지 압류된다. 압류가 이뤄진 뒤 당사자들에게 통보하기 때문에 대책도 없이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고, 기본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손배소의 이유도 파업이나 쟁의로 인한 직접적 손해 외에 명예훼손, 업무방해, 소음, 차량진입방해, 허위사실유포 등 노조가 하는 모든 행위로 확대됐다. 부당해고, 불법파견 등 명백한 불법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상황을 견디는 것도 어렵지만, 긴 재판 기간과 비용, 사측의 끊임없는 회유와 협박의 압박감은 상당하다.

하이디스지회는 사측이 노동절 휴무로 100억 손실이 났다며, 지회장을 협박하고 노조원들에게 손배소 취하를 빌미로 희망퇴직을 강요했다. 그 결과 지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사측은 이 사건을 다룬 기사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4억을 청구하고, 용역과 경찰 경비, 간식비 30여억 원을 노조에 청구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사측이 손배소 7건을 냈다. 쟁의에 대한 손배 책임을 조합이 아닌 개인에게 묻는 판례가 적용돼, 노조원 5명이 90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사측은 이들에게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취하하고 신규채용을 받아들이면 손배소를 취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사측의 회유로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이 생기면 남은 이들의 부담감은 점점 커진다. 이혼과 같은 가족관계 파탄 심지어 자신과 가족의 죽음을 겪고, 극심한 우울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린다. 당사자들은 “손배소는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죽음”이라면서, “기본권, 옳다고 생각한 가치를 위한 싸움을 돈 앞에서 포기하도록 한다. 그것은 평생의 상처”라고 말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측의 손배청구 대상에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가 아닌 개인에 손배소청구를 하면서 기업은 파업 참가자들에게 균등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평노조원 중에서도 이른바 사측의 눈 밖에 난 사람들 그리고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 우선순위다.

 

▲ 2016년 8월 현재, 민주노총사업장 사업장별 손해배상가압류 현황. (자료 제공 = 손잡고)

 

만연한 "노동혐오", 노동자에 너무 불리한 기준

“물론 법을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손해를 입었다면 민사에서 배상을 하라고 판결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노동문제는 기본권 문제에요. 법을 적용할 때, 개인과 회사 간 동등한 손해문제로 보고, 기계적이고 맥락 없는 판결을 하면 안되죠.”

손배소로 인해 동료들을 잃었던 쌍용차지부 고동민 사무국장은 당시 사측이 청구한 손배가 합당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파업 전까지 사측은 회사가 어렵다며 조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배액은 하루 8시간 조업시 생산량 기준이었다. 그렇게 청구된 것이 구상권까지 약 200억 원이었다.

고 사무국장은 “법이 공정해야 하는데, 용역과 경찰의 폭력은 합법이고 노조는 불법이라는 근거로 모든 책임을 지운다”며, “그나마 조합이면 어떻게든 감내해 볼텐데, 선별된 개인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 결국 당사자뿐 아니라 가정이 힘들어지고 사람이 죽는다.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손배소는 결국 옳다고 믿는 가치를 포기하라고 돈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것”이라면서, “폭력 앞에 사람은 나약해진다. 고문과 같은 물리적 폭력 앞에 굴복한 뒤, 삶이 피폐해지듯, 손배도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영원한 족쇄가 된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감히 노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고 사무국장은, 손배소와 기업 입장의 판례들은 노조혐오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법은 비상식, 불평등을 넘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하면서, “파업이 불법파견, 외주화 같은 사측의 불법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법원에서 그 원인과 과정을 판단해줘야 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이 제대로만 해 줘도 억울한 이들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배소 때문에 죽는다는 것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면서, “그것은 돈이 아니라 꿈, 삶, 미래를 빼앗는 것인데, 과연 노동자들이 그 정도로 잘못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 제발 평등하게 대하고 해고하지 말아달라고 한 것이고 법대로 정규직 전환을 하라는 것이었다”며,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서 일한다. 스스로 존엄해지고, 행복하면 안되나. 그런데 기업, 정부, 법원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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