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 비정규직으로 넘쳐나는 사회다.

▲ 한국은 대부분 사업체 규모 기준으로 노동통계를 만든다. 당국은 통계적 착시를 없애고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한다. 노동과 고용의 질도 OECD 평균보다 낮다.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낮다.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꿈과 희망을 갖고 일할 만한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다. 고령자 고용이 높고 빈곤도가 높은 것은 사회보장시스템의 미비 때문이기도 하다. 고학력 여성의 고용이 낮은 원인도 자녀출산과 양육 때문이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해봤자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중도에 취업을 포기하게 된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정규직의 직접고용이 필요하다. 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한다. 최저임금 현실화와 성장에 따른 임금인상, 노조 단체협약 확장, 여성 경력단절 해소책도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근시안적이다. 그마저도 청년인턴 확대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직업교육에 국한되어 왔다.

 

 

- 임금체계개편,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 임금 체계는 어려운 문제이다. 단순한 성과와 효율만으로 따지기에는 사회적 속성이 강하다. 기계적으로 성과만을 높이려다가 전체적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경쟁과 협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임금에 반영시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유럽에서는 주로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진행된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와 대우가 심한 나라에서는 같은 구호도 사회적으로 적용되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외에 작업장 내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심하다. 심지어는 출퇴근 버스와 식사 그리고 유니폼도 차별한다. 이런 건 인권적으로 옳지 않고, 조직의 통합성 면에서도 좋지 않다. 기존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동일처우를 더해서, 삼동원칙으로, 조금 더 사회적 논의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 최저임금과 최고임금제 도입 어떻게 보는가.

▲ 단계적 현실화가 필요하다.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의 경우 수습 중인 사람과 정신장애 또는 신체장애자에게도 100% 적용해야 한다. 정부도 사업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 된다.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탈법적 사각지대 해소도 시급하다. 정부는 최저임금위반 신고를 의무화하고, 전담 근로감독관제를 시행해야 한다. 위반 즉시 과태료 부과와 징벌적인 손해배상도입이 필요하다. 최고임금제의 경우 2014년 10대 재벌 상장사 78곳의 최고경영자들 평균보수가 23억 원이었다. 일반직 6700만 원의 35배다. 경영실패에도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고 막대한 보수를 챙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회장은 연봉이 69억 원이다. 이밖에 KT,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CEO도 마찬가지다.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을 불러오는 상황에서도 법인세 감면 등으로 막대한 초과이윤을 남긴 채 일부 보수를 받아간다. 적절한 규제와 경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이를 막으려면 최저임금과 연동한 최고임금제를 이끌어 내야 한다. 임금 초과분은 전액 부가세로 징수해야 형평성에 맞다.

 

 

- 현정권 들어 이른바 ‘노동개악법’ 등 노동인권에 있어 법과 원칙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노동시장 개혁을 공약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정규직 상시·지속적 고용, 연금과 실업급여 확대, 최저임금 현실화 등이 그 내용이다. 현재 장시간 노동자가 400만 명이다. 10대 재벌의 불법파견 사내 하청노동자만 40만 명에 달한다. 법만 잘 지켰다면 노동자들의 삶은 지금보다 개선됐을 것이다. 2015년 정부와 여당은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렸다. 55세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 관리직, 뿌리산업 파견근로 허용, 주 52시간을 60시간으로 연장,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 등 노동개혁이 노동개악으로 변질됐다.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으로 집약돼는 ‘재벌 퍼주기’다. 이 모든 것이 전경련의 작품이다. 2014년 7월 전경련은 ‘규제개혁 종합건의’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냈다. 11월에는 전경련과 8개 경영자단체가 ‘규제 기요틴과제’ 153건을 정부에 제출했다. 결국 정부가 114건을 승인해 노동시장을 고용불안정, 소득불평등, 노사관계 와해를 불렀다. 노동인권도 법과 원칙이 무너졌다. 불법파견과 장시간노동, 최저임금으로 혹사당하고 있다.

 

 

- 국민들은 살기가 갈수록 팍팍해지는 현실이다.

▲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한국 관료들 중에 처벌받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감옥 간 사람도 없다. IMF가 터진 1997년에도 법적 처벌을 받거나 사과라도 한 사람이 있었나. 금융전쟁에서는 한 국가의 자본이 최종적으로 어디로 흐르며 왜 죽는지 모른 채 죽는다.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 때 갑작스런 실업사태와 맞닥뜨렸다. 경제적 삶이 붕괴된 국민들은 무슨 이유로 길거리로 내몰렸는지 몰랐다. 순박한 국민들은 위기를 부른 관료들과 위기를 방치한 자들을 대신해 자신을 원망하면서 힘겨운 삶을 버텨내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늘 발전한다고 하는데 원화가치는 하락하는 이상한 상황이 일어난다. 원화가 하락하면 국민은 궁핍해지고 기업만 이득을 본다. 가난한 국민들은 해외여행도 못 간다.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

▲ 이제 경제개혁과 적폐청산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재벌구속의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보여준 사건이다. 대기업과 결탁한 일종의 ‘바게닝(Bargaining)’이다. 이 선까지는 구속사유라는 전례를 남겼다. 현행법에 뇌물죄는 최소 5년이다. 액수에 따라 다르다. 무기징역까지 가는 중대범죄다. 형량도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판결도 3심까지 6개월은 걸린다. 삼성사건은 경영승계 문제와 국민연금, 청와대와 연계한 합의적 사항으로 볼 수 있다. 장기적 측면에서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삼성과 국가경제에 나쁠 게 없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3세대 경영승계 문제는 향후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이 오너중심 경영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만일 오너경영체제로 돌아선다면, 3세경영체제로 가는 과정에 재산상속세 문제가 다시 도지게 된다. 주식을 통한 작전을 짤 수도 있다.

 

 

- 국민연금과 삼성생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 먼저 삼성전자에 끼친 손해배상 여부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 삼성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는다. 투명경영을 해야 할 재벌 부회장의 혐의는 뇌물죄와 재산도피, 범죄수익 은닉 등이다. 특히 횡령과 배임이 문제다. 회사 돈을 횡령해 사익을 위해 유용했다. 회사와 주주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국민연금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이사들이 거부하면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주주대표로 소송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 삼성전자와 연금수급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다. 정경유착으로 인해 삼성의 국제적 평판도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2년 전에 합병을 한 국민연금에 대한 믿음도 추락했다. 이번이 주주와 국민연금 가입자를 위한 마지막 기회다. 새롭게 거듭나지 않는다면 삼성의 미래도 없다.

 

 

- 최근 발표된 삼성그룹 쇄신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삼성이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했다. 부회장과 사장의 동반퇴진도 이어졌다. 투명경영을 위한 결단이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삼성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트리오 책임경영 체제로 들어간다.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이어 경영체제가 크게 바뀔 것이다. 기업경영이 한층 투명해질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그룹차원에서 이대로는 어렵다는 절박감이 보여진다. 그동안엔 미래전략실이 기업인수와 M&A를 통해 발전적 기능을 했다. 반면 편법,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정경유착 등 부작용도 컸다. 황제경영으로 일관하던 삼성의 쇄신은 국가경제에도 득이 된다.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 퇴진과 함께 전략기획실 해체를 약속했지만 모두 덮어버렸다. 차제에 체질을 확 바꾸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국민 앞에 낮은 자세로 임하며 과거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권과 결탁한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지 않으면 안 된다. 기회는 다시없다. 삼성이 환골탈태 할 수 있을지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재벌이 전문경영인 영입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수십 년 군림해온 군사정권 때문이다. 군인들은 단순하고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는 속성이 강하다. 기업들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눈 밖에 나면 공들여 쌓아온 기업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될 수 있다. 불안한 시대적 배경에서 일선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수 없는 구조다. 오너가 기민하게 정권의 눈치를 보며 신속하게 결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윗선들과 결탁도 해야 한다. 정권 움직임에 따라 모든 판단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해야 하는 기업 속성이 생겨났다. 전경련이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최순실 사태로 재벌의 정경유착에 대한 국민여론이 매우 안 좋다. 권력과 자본의 야합이 철퇴를 맞고 있다. 전경련 탈퇴도 줄을 잇고 있다. 제일 먼저 탈퇴한 LG는 부패를 멀리했다. 최순실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 주도적으로 돈을 주었던 삼성이 국내외에 파장을 일으켰다. 향후 재벌기업들의 전문경영인 영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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