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희의 자연에 살어리랏다> 사스레피나무

 

차나무과 사스레피나무속에 속하는 사스레피나무(Eurya japonica Thunb.)는 따뜻한 제주도나 남해안에 주로 자라는 난대성 늘푸른나무로 완도 주도의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28호)과 남해 미조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29호),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호) 등지의 상록수림 내 하층의 주요 수종을 구성하고 있다.
 

 

부안에는 위도를 비롯하여 격포 주변 바닷가 산기슭에 주로 자랴며, 이 지점으로부터 북쪽으로는 해안을 따라 마포리, 대항리, 백련리, 석불산, 계화산, 그리고 남으로는 줄포만을 따라 수락동, 모항 등지의 산언저리에 흔하게 자라는 편으로 회색빛 도는 앙상한 겨울숲에서 푸름을 한껏 과시해 혹 동백나무 아닐까하고 다가가 보게 된다.

사스레피나무는 건조하고 척박한 사질양토에서도 잘 견디며 내염성도 강하나 내한성은 약하다. 줄기가 밑동에서 갈라지거나 뿌리에서 올라와 높이 1∼3m 정도로 곧게 자라지 않고 조금 구불구불하게 자라는 작은 키 나무이다. 나무껍질은 잿빛을 띤 갈색이며, 줄기 여기저기에 싹눈을 숨겨두어 잘려지면 금세 싹을 틔운다. 가지는 옆과 위로 퍼지는 편으로 위쪽이 둥그스름한 수형을 이룬다.

 

 

잎은 길이 3∼8㎝, 너비 1∼3㎝로서 가지에 2줄로 어긋나게 달려 깃털 모양이 된다. 잎의 표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황녹색이다. 윤이 나는 가죽질의 잎 가장자리에 끝을 향해 난 무딘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의 길이는 1∼5㎜로 짧다.

이른 봄 진달래와 거의 같은 시기에 피는 꽃은 암수딴그루 단성화로서 묵은 가지 잎겨드랑이에 아래를 향해 빽빽하게 모여 달린다. 꽃은 지름 5∼6mm 정도로 황백색인데, 잎겨드랑이 달리는데다, 잎에 비해 꽃이 너무 작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꽃이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꽃받침잎과 꽃잎은 5개로 둥글고 자흑색이며, 암꽃은 수술이 없고 수꽃의 수술은 10∼15개이다. 꽃에서는 구릿한 냄새가 난다.

장과(漿果)의 둥근 열매는 지름 5∼6mm이며, 늦가을에 자줏빛이 도는 검은색으로 익어 이듬해 봄까지 달려 있다.

 

 

사스레피나무는 그 이름부터가 그리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무는 아니지만, 늘상 푸른데다 이래저래 쓰임도 많아 정이 가는 나무다. 특히 남쪽이 고향인 나무가 부안까지 북상해 자란다는 점도 부안사람들에게는 각별하게 느껴진다.

사스레피나무의 쓰임을 살펴보면, 먼저 작은 키 나무이기 때문에 생울타리로 적합할 뿐 아니라 절개지나 사방지 피복용 조림수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가지는 꽃꽂이 소재나 화려한 꽃다발의 장식재로 많이 쓰이며, 그리 굵지 않은 재목은 가구 등의 세공재(細工材)로 쓰인다.

그런가하면 열매는 천연염료로, 잎을 태운 잿물은 매염제로 쓰이며, 한방에서는 인목(獜木) 또는 영목(柃木)이라 하여 잎과 줄기, 열매 등을 류머티즘성 관절염, 거풍(祛風), 제습(除濕), 소종(消腫) 등에 효능이 있으며, 외상 출혈이 있을 때 짓찧어 환부에 붙여 지혈제로도 사용한다. 
 

<‘부안21’ 발행인. 환경생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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