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 본격화

 

‘장미 대선’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맹추격으로 어느덧 풍선처럼 위기에 처하게 됐다. 각당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신발끈을 다시 매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초만 해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됐지만 모두 ‘찻잔 속 태풍’으로 소멸됐다. 남은 기간 주요 후보들이 넘어야 하는 핵심 장애물들을 살펴봤다.

 

 

정치는 생물이다.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반풍’은 소멸됐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제3지대 빅텐트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양강으로 분류되는 문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가 돼도 ‘정권 교체’는 불가피해지게 된다. 보수의 기치를 내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진보 진영 심상정 후보의 활약도 관심을 모은다.

5․9 장미대선의 구도는 일단 문, 안 후보를 중심으로 5자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중심을 잃은 보수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 관심을 두면서 최종 승자에 대한 예상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안 후보의 경우 보수층과 중도층을 모두 흡수할 경우 상대적인 파괴력이 더 큰 것으로 예상되지만 ‘역풍’의 위험성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 인사들의 관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지난 대선 때도 양측 사이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주요 후보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라이벌들의 약점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1997년 ‘준비된 대통령’을 내걸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던 그는 ‘더 준비된 후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내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문빠’로 불리는 이들의 역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세론’이 한 때 우세했지만 ‘반문 정서’가 안 후보에게 움직이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40%대 지지율을 시원스럽게 넘어서지 못하는 것도 불안 요소다. 북한의 움직임이 격화되면서 사드배치 등 안보관에 물음표가 작용할 수도 있다.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 등 내부 문단속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진보 진영’ 선택은?

안 후보는 ‘확장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보수 진영의 대표로 떠 오르고 있는 점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안 후보의 애매한 자리매김은 결과적으로 진보 진영의 이탈을 부를 수 밖에 없다”며 “분명한 색깔 찾기가 과제”라고 말했다.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잡으려고 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 부딪히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동안 ‘자강론’을 주창했던 만큼 남은 기간 문 후보와의 정면 대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자유한국당 홍 후보는 당장 보수 진영의 중심을 되찾아야 할 형편이다. 안 후보에게 쏠린 ‘보수’의 관심을 돌려야 하고 바른정당 유 후보와는 ‘보수 적통’ 경쟁을 펼쳐야 한다. 홍 후보 측이 양자 구도가 아닌 ‘3자 구도’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발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당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김무성 의원이 “박 전 대통령으로 인해 보수 진영 전체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때문에 홍 후보측은 이번 대선 구도를 보수와 진보, 중도의 3자 구도로 짜여지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삼고 있다.

홍 후보는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도 대선에서 완벽하게 부활해 천하 3분지계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남 표심이 서서히 뭉치기 시작해 이 땅의 보수우파들이 뭉치면 좌파 1, 2중대가 집권하는 것을 막고 강력한 보수정권을 수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정책통’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TV토론에서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의지지만 ‘보수 혁명’이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신생 정당 후보인 만큼 대선 결과가 당의 운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

심 정의당 후보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색채를 분명히 할 태세다. 6석에 불과한 소수정당의 후보라는 점이 넘어야 할 과제지만 노동 분야 전문가라는 장점을 살려 대선 기간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남은 기간 ‘영역 확장’도 핵심 변수다. 민주당 내 비문재인계였던 박영선 변재일 의원은 최근 문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국민의당과 구애 경쟁을 펼쳤던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막판 합류 얘기도 나온다.

안 후보 캠프에도 구 여권 인사들의 노크가 연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미 ‘옥석 가리기’를 분명히 하겠다고 한 만큼 문은 좁아져 있다. 이상일 전 의원 등 반 전 총장 측 인사들 정도만 합류에 성공하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남은 선거 기간 어떻게 마지막 장애물들을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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