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아진 대기업 취업

 

‘장미 대선’을 앞두고도 청년 취업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대선 레이스에서 자금이 풀린다는 속설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여기에 조선, 해운업의 몰락은 전체적인 시장 침체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취업 시장의 큰 손들인 10대 그룹들도 내부 단속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오래 이어지고 있다. 대선 결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4월의 꽃바람 속에서도 여전히 한겨울인 취업 시장을 살펴봤다.

 

 

취업문을 통과하기가 ‘바늘 구멍’ 뚫기만큼 어렵다.

인력 시장의 큰 손들인 10대 그룹 상장사들도 몸을 움츠리기는 마찬가지다. 10대 그룹은 지난해 인력을 감축한데다 질적으로도 퇴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기업 취업은 대학가에서 ‘하늘의 별따기’로 통하게 된 지도 오래다.

학자금 대출로 몸살을 치르고 있는 대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이나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해 대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고용보다는 감원과 현상유지에 무게 중심을 뒀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 상장사 87곳의 직원 수는 62만 9517명으로 전년의 64만 4248명보다 2.29% 줄어들었다.
 

‘조선업 몰락’ 후폭풍

남녀 직원 모두 동반 감소했다. 남성 직원은 49만 7665명으로 1년새 1.99% 줄었다. 여성 직원도 13만 2552명으로 2.87% 줄어들었다. 계약직이 좀 더 힘든 시간을 거쳐야 했다. 정규직은 60만 2514명으로 1.84% 감소했다. 하지만 계약직은 2만 7743명으로 8.85% 감소했다.

수뇌부에 직격탄이 떨어진 삼성그룹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말 현재 삼성그룹 직원 수는 17만 8262명으로 전년 말보다 6.94% 줄어들어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직원이 9만 3200명으로 3.82% 줄었다. 특히 소비자가전(CE) 부문 직원이 가장 많은 2581명 줄었다.

조선업계 몰락으로 타격을 받은 현대중공업 직원이 2만 6430명으로 14.75%인 4572명이 감소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포스코 그룹은 2만 2542명으로 3.02% 감소했고, 한진그룹도 2만 3938명으로 0.35% 줄었다.

주요 그룹 중 소폭으로 직원이 상승한 곳도 없지는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직원이 13만 8779명으로 전년 말보다 0.94% 늘었다. LG그룹은 11만 1317명으로 1.17%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그룹은 4만 8534명으로 0.73% 늘었고, SK그룹은 4만 1522명으로 0.78% 증가했다. 한화그룹도 2만 918명으로 1.34% 상승했고, GS그룹은 1만 7275명으로 2.27% 늘었다. 하지만 증가한 그룹들도 모두 소폭에 그쳤고 현상 유지하는데 주력한 곳도 적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핵심인 현대차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 10곳에서 늘어난 직원은 183명에 그쳤다. 롯데도 롯데쇼핑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 8곳 직원이 1년 새 14명 늘어났을 뿐이다.

10대 그룹 전체 상장사 중 직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역시 현대중공업이었다. 현대중공업 직원은 2015년 말 2만 7409명에서 지난해 말 2만 3077명으로 4332명이 감소했다. 뒤를 이어 삼성전자 3698명, 삼성중공업 2077명, 삼성SDI 1969명, 삼성물산 1831명, 삼성엔지니어링 1431명, 삼성전기 1107명 순이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와 사업개편이 급물살을 탔던 삼성그룹의 몸살이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일자리’ 경쟁

이 가운데서도 직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장사는 현대차였다. 1년 동안 1113명이 증가했다. LG유플러스 753명, LG화학 694명, GS리테일 650명, 현대모비스 496명, SK텔레콤 353명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대학에서 졸업하는 숫자를 감안하면 이 정도 규모는 새발의 피”라며 “대학가 분위기도 대기업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대선이 열리는 올해에도 대기업들의 사정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의 경우 더 이상 신입사업 공채 시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진다. 계열사 별로 인력을 취용할 예정이어서 채용문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경제 성장률이 2%를 유지하는 등 장기불황이 심한 상황에서 기업들을 탓하기도 무리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경제민주화 등 각종 민생공약들이 거센 상황에서 대선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양강으로 분류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저마다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놓고 있다.

문 후보는 ‘사람 중심 경제 성장’이 구호다. 그는 이와 관련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민주적인 토대에서 정부가 할 일을 선별해 투명하고 책임감있게 수행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경제관행을 바꾸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높여서 사람중심의 경제 성장을 진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일자리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확대’와 관련 “중소기업 신규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2명을 신규채용한 기업의 3번째 신규채용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경제성장 기반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일자리 절벽과 관련 “청년 실업률이 9.7%로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포함되지 않는 수치까지 합치면 34%”라며 “결국 개인과 국가 모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5년 후에 청년들 숫자가 줄어들 때까지 한시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무급가족종사자 ‘증가’

대선 기간의 장밋빛 공약에도 불구하고 취업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남성들의 무급가족종사자 급증 추세도 단면을 보여준다.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1/4분기 동안 10년 만에 최고 증가폭을 나타냈다. 무급가족종사자란 가족이 경영하는 음식점이나 사업체 등에서 돈을 받지 않고 일해주는 가족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 1분기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15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6000명(11.7%)이 늘었다. 이같은 증가폭은 2007년 2분기에 2만 명(12.8%) 증가한 이후 가장 큰 수치다.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지난해 2분기 1.6% 증가한 이후 3분기 1.9%, 4분기 6.9% 등으로 4분기 연속 증가 폭이 늘어나고 있다.

남성 무급가족종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자가 1분기에만 17만명이 늘어난데다 청년 실업이 유지되고 있는 게 이유로 꼽힌다. 직장을 그만 두고 부인의 자영업을 돕는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올 초 대학을 졸업한 20대 남성 J씨는 “이력서를 내는 곳마다 취업에 실패했다”며 “얼마전부터 부모님이 계시는 농촌에 내려가 모내기를 도우면서 잠시 추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업 취업의 문이 더욱 좁아진 상황에서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