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하비 지음 / 최병두 옮김/ 창비

 

“손에 잡히지 않고, 담을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매우 강력한 힘.” 이처럼 모호한 자본이라는 개념을 추상적 분석이 아닌 구체적 현실을 통해 그 누구보다 명쾌하게 풀이해주는 세계적 석학 데이비드 하비. 세계의 작동원리를 독창적 시선으로 날카롭게 분석해온 그의 40여년 지적 이력이 총결산되었다.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The Ways of the World)은 지리학자이자 맑스주의 이론가인 하비가 평생을 통해 발표한 저술 가운데 핵심만 추려내 한권의 단행본으로 엮어낸 논문선집이다.

30대 때부터 최근까지 집필해온 수십편의 글 중 직접 엄선한 이 책의 논문 열한편은 자본주의가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지배해왔는지, 왜 우리가 “공장 대신 도시”에서 변혁의 열쇠를 찾아야 하는지, 우리가 맑스를 읽는 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미국의 주도권 상실과 중국의 일대일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등 굵직한 질문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하비의 40여년 연구여정은 도시화 이후 발생하는 현상들을 분석하는 것을 뛰어넘어 “현상들의 근원에 자리잡은 무한한 자본축적”의 맥락과 구조를 밝혀내 그 대안을 모색하는 데 바쳐졌다. 이 모색은 작게는 지리학 패러다임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한편, 맑스주의에서 간과되어온 “공간적 역동성에 관한 이론적 틀” 즉 하비 자신의 “역사지리적 유물론”을 완성하는 토대가 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식의 환경결정론이 자연과 문화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오류를 범했다면, 하비의 유물론은 ‘지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대적 개념으로서 현대의 자본을 어떻게 재생산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핀다. 하비의 눈길은 중국을 향한다. 중국의 필사적인 개발이 만들어낼 지리적 변화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미래 자본주의 논쟁의 향방 또한 바뀔 것이다. 우리가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을 배워야 할 이유다.

이십대 후반 지리학계의 연구방법론 혁신을 제안하며 하나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청년 학자에서부터 수십년간 맑스이론을 강독해온 유연한 맑스주의자를 거쳐, 중국의 무한팽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역설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하비가 걸어온 연구여정이 드라마틱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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