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행훈 칼럼

 

주한 미군이 26일 새벽 갑자기 경북 성주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전격 배치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선 후보들이 반발하고 많은 유권자들이 그 이유를 묻고 의심하고 있다. 과연 이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린 게 누구인가? 미군 쪽인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런 결정을 알고 있었나? 그에게 그런 권한이 있나? 의문과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28일자 사설 “황교안, 김관진은 누구의 명령을 받고 사드 도둑 배치했나”라는 제목에서 사드 문제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리에 있는 두 사람이 결정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잘못된 판단을 엄하게 비판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민이 절반에 이르고, 사드 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대선 후보들이 다수 시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는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 임명한 황교안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직권에 속하는 사항이 될 수 없다. 시민이 박근혜 정권에 위임한 주권을 회수한 만큼 황 대행이나 김 실장은 사드 배치를 강행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10여 일이 지나면 새 대통령을 뽑는다. 그러므로 사드 배치의 결정권은 새 대통령이 옳다는 것이다.

이건 법적으로 옳은 지적일 뿐 아니라 법 이론을 말하기 이전에 상식적인 판단에 속한다고 본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법무장관 시절 국정원이 박근혜 후보의 대선운동을 불법 지원하기 위해 산하 심리전단을 동원해 지원하는 댓글을 올리게 한 반면 박근혜 후보의 경쟁자는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댓글을 올리게 한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를 총지휘하는 채동욱 검찰총장을 혼외 아들이 있다는 엉뚱한 꼬투리를 잡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 공로로 총리 자리에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권의 도구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방통위의 새 임원 임명을 새 정부에 맡겨야 한다는 언론계의 요구를 묵살하고 그 임명을 강행했다. 박근혜 새누리 정권이 계속 방송을 장악해 집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국 언론의 발전과 독립을 억누르고 박근혜 정권의 충성파로 알려져 있다.

그러기 때문에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방한한 백악관 안보 관리가 사드 배치는 대선 뒤 새로 뽑힌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발언을 한 지 열흘도 안 돼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반대하고 지지도가 높은 대선 후보들이 반대하는 사드를 “도둑처럼” 한밤중에 배치한 것은 국민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원활한 한미 관계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기습적인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언론의 반응은 이념적 색깔에 따라 찬반으로 갈라졌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은 사드 배치가 예상치 못한 기습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결정이 났으니 그건 따지지 말고 “도둑 배치”로 인한 사후 폭풍을 줄이는 노력에 눈을 돌리자는 의견이다. 반면 진보 언론은 선거가 “촛불 민심”을 반영한 여론으로 볼 때 새 정권이 사드 배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 같으니 선거 전에 사드 배치를 “알박기“하려는 책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 지난 4월 26일 새벽 8000명의 경찰이 배치된 성주 소성리 골프장에 사드 장비 일부가 들어왔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황교안 권한대행이나 김관진 안보 매니아들은 사드 배치로 이 문제를 투표일 10여 일을 앞둔 시점에 안보 이슈를 부각시켜 선거 막판에 중도 표심을 보수 후보로 옮길 수 있는 호재로 판단했었을 수 있다. 특히 황교안 권한대행이나 김관진 안보실장이 사드배치에 관여했다면 그런 가정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렇지 않고는 미국의 고위 안보 관계자가 한국에 와서 사드 문제는 새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 것이 불과 10여 일 전이며 투표일이 1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사드의 “도둑배치”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번 사드 배치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정치적 계산이나 음모가 있었으리라는 의심을 반박하기 어렵고 기대한 표심 변화 작전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든 한국 정부든 한국 국민에게 기습적 사드 배치에 대한 설명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면서 사드를 적대세력의 공격을 막는 방어무기로만 생각하는 보수언론의 잘못된 인식도 지적돼야 한다. 사드는 요격 무기지만 그 역할이 방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요격 미사일의 목표를 포착하고 추적하는 기능을 가진 레이더는 적대세력의 항공기나 미사일의 이착륙이나 비행방향 속도 등을 추적 감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능으로 공격 쪽 미사일의 방향이나 속도 무기 성격을 실시간으로 포착 보고해서 공격무기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피감시 대상은 공격을 받을 뿐 반격이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사드는 공수 겸용 무기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동유럽의 나토 회원국에 “유럽판 사드”의 배치를 반대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사드는 핵전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무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사드 배치국이 핵미사일의 제1차 공격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요격미사일 문제로만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사드의 성격을 이해하면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강도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지는 못하더라도 반대의 강도를 완화할 수 있는 타협의 길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드 문제는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반대 이유를 함께 보고 그 해결책 내지 타협책을 찾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문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인, 초대 신문발전위원장, 현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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