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록 여행스케치> 아산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

 

아산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고장이다. 오랜 세월 남아 있는 전통문화는 아산의 자랑이자 자긍심이다. 동쪽으로 천안시와 서쪽으로는 당진시와 예산군, 남쪽으로는 공주시, 북쪽으로는 아산만을 사이에 두고 경기도 평택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이기도 하다. 계절의 여왕인 5월 산, 온천, 식물원(테마정원), 사찰과 성당, 민속마을을 품은 아산으로 힐링 여행을 떠나보자.

 

▲ 외암리마을 돌담길
▲ 외암리마을 전경

체험이 있는 정겨운 마을

첫 방문지는 초가와 돌담길이 있는 외암리 민속마을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부터 부락이 형성되어 지금껏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유서 깊은 마을로 충청도 고유의 주거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외암리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삶터를 둔 현대인들에게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코흘리개 시절 논두렁 밭두렁을 뛰어다니며 놀던 추억이 아슴하게 그려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 마을은 풍수학적으로도 뛰어난 지세(地勢)를 보여주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설화산과 돌담, 생명들이 뛰노는 실개천과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디딜방아 등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 외암리마을에 가면 짚엮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 외암리마을 신창댁의 청국장백반

 

마을 고샅길로 들어서면 먼저 정겨운 초가들이 반겨준다. 집과 집을 이어주는 돌담길과 채소들이 자라는 텃밭, 졸졸졸 흘러가는 개울물은 고향 마을에 온 듯 푸근하기 이를 데 없다. 돌담은 마을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체 역할을 한다.

집들은 거개가 가옥 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 지명을 따서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영암댁(건재고택), 신창댁 등으로 불린다. 마을에선 연중 다양한 체험 행사도 열린다. 떡메치기, 연날리기, 그네타기, 모내기, 씨앗파종, 감자심기, 고구마심기, 나물캐기 등등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마을 홈페이지(www.oeammaul.co.kr)에서 참가신청을 하면 된다.

 

 

▲ 고즈넉한 봉곡사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절집과 살림집

외암리마을을 떠나 서산 방면으로 접어들면 천년고찰 봉곡사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게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푸른 솔숲길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절이 반긴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수령 200년의 낙락장송은 나른한 심신에 활력을 샘솟게 한다. 이 솔숲길은 이른 아침 무렵에 걸으면 더욱 좋은데 소나무들이 내뿜는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비틀리며 뻗어 올라간 소나무 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청아한 하늘을 보노라면 세속의 시름이 절로 걷힐 것 같다. 봉곡사는 대웅전 하나에 산신각, 요사채가 고작이지만 절에 얽힌 사연은 예사롭지 않다.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며 만공 스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 봉곡사 가는 솔숲길
▲ 원형을 잘 간직한 맹씨 고택

 

봉곡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맹씨고택에도 들러보자. 조선 초기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맹사성(1360-1438)의 옛집으로, 우리나라 살림집 가운데 원형을 가장 잘 간직한 집으로 알려져 있다. 검소한 분위기로 방문객들을 맞는 고택 앞에는 수령 6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마주 보고 서 있는데 이 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증거물이다. 집안에 있는 구괴정은 영의정 황희, 좌의정 맹사성, 우의정 허조 등이 국사를 논의하던 곳이라 하여 ‘삼상당’이라고도 한다. 이 가옥은 대청이 한가운데 있고 양쪽에 방 하나씩을 두고 있는데 이런 양식은 몽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축기법이다.

 

 

▲ 서해바다가 바라보이는 영인산

서해바다가 품 안에 들어오는 영인산

영인산(해발 363m)은 아산의 진산으로 힐링(healing 몸과 마음의 치유) 장소로 그만이다. 암소 잔등 같은 산세는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잘 그린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은 정상(깃대봉)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서해 바다와 삽교천, 아산만 방조제, 아산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 할 수 있다.

 

▲ 영인산 정상

 

산 둘레에 하늘을 날면서 긴 계곡을 횡단하는 스카이 어드벤처, 숲 속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마법의 다리, 타잔스윙, 포레스트 어드벤처 등 다양한 힐링 시설을 만들어놓았다. 솔숲길을 걸으며 맘껏 피톤치드를 흡입 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은 덤이다. 이밖에 자연, 산, 나무, 숲, 산림환경보전 등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산림박물관은 자녀들의 학습장으로도 나무랄 데 없고 1,000여 종이 넘는 식물종이 자라고 있는 수목원도 새로 들어섰다.

 

 

▲ 꽃과 조각작품이 잘 어울리는 피나클랜드 정원(피나클랜드 제공)

폐채석장이 테마정원으로

아산방조제 인근에 있는 ‘피나클랜드’는 일종의 가족 놀이터다. 폐채석장 부지(2만5000여평)에 잔디와 나무를 심고 조형작품과 조각상 등으로 꾸며놓은 이곳은 주제별로 다양한 정원이 눈길을 끈다. ‘최정상의 땅’이란 의미의 피나클랜드(www.pinnacleland.net)는 배치된 구조물 하나하나에서 거침없는 상상력이 느껴진다. 연초록의 잔디밭은 소풍 나온 아이들 차지다. 산양이 뛰노는 동물농장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목책 너머의 산양에게 건초를 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 피나클랜드 정상에 있는 바람개비

 

건너편 윈드밀가든을 지나 더 올라가면 공원의 하이라이트인 ‘태양의 인사’가 반긴다. 거대한 은색 바람개비가 바람의 속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피나클랜드 정상에는 폭포수가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린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폐채석장의 절개지에 물을 끌어 올려 폭포를 만들고 ‘진경산수’라는 테마정원으로 꾸며놓았다. 정원 옆에는 아산 일대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멀리 아산방조제, 서해대교 등이 손에 잡힐 듯 바라보인다. 개장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30분, 요금: 어른 7000원, 어린이 6000원.

 

 

▲ 세계 여러나라의 꽃들을 볼 수 있는 세계꽃식물원

그 밖의 볼거리

세계 각국의 싱그러운 꽃 1000여 종을 전시한 세계꽃식물원도 놓칠 수 없다. 때는 바야흐로 봄의 한가운데, 요즘 이곳에 가면 알싸한 꽃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우리나라의 실내식물원 중 가장 큰 규모다. 형형색색의 꽃으로 장식된 분수연못과 대형 수반에 장미와 거베라꽃을 띄워 맴돌게 만든 일명 꽃돌도 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테마별로 20여 개의 꽃 축제가 연중 열린다. 꽃액자 만들기, 꽃비누 만들기, 꽃손수건 만들기, 꽃 비빔밥 만들기 등 꽃잎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으며 카페와 허브숍도 운영하고 있다.

 

▲ 세계꽃식물원을 찾은 사람들

 

피나클랜드에서 2km 거리, 아산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공세리성당이 있다. 성당이 들어선 곳은 조선시대 공진창이 있던 자리로 3백년 된 고목과 어우러져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이 성당은 1895년 드비즈 신부가 성당을 짓기 시작해 1921년에 완성됐다.

 

▲ 옛 도고온천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

 

장항선 기차가 다니던 옛 도고온천역에 가면 레일바이크를 타볼 수 있다. 아산의 또 다른 힐링 장소다. 도고온천역을 출발해 왕복 5.2㎞를 운행하는데 40여 분이 걸린다. 아산레일바이크는 기존 여러 지방의 레일바이크와 달리 순환구조로 이뤄져 있다. 처음 탄 곳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며 상시 출발이 가능하다. 요금은 2만원(2인 탑승)이며 3인 탑승시 2만4000원, 4인 탑승시 2만8000원이다. 부대시설인 스카이로드, 글램핑, 카라반도 이용해 볼만하다. www.아산레일바이크.com, 문의: 041-547-7882.

 

▲ 옹기발효음식체험관에 있는 옹기가마
▲ 옹기발효전시관에 가면 옛사람들이 쓰던 다양한 옹기를 볼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옹기발효음식전시체험관(http://www.asanonggi.com)에도 가보자. 구한말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살던 도고면 일대는 일찍이 흙의 질이 뛰어나 옹기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지금은 무형문화재 이지수 옹기 장인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현장에서 장인의 옹기 빚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옹기전시관에는 옛 우리 조상들이 쓰던 옹기 수백점이 전시돼 있다. 옹기의 역사, 옹기 제작과정, 발효 화장품, 발효한약, 옹기 인테리어 제품 감상 등을 통해 옹기가 실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볼 수 있다. 발효음식체험관에서는 메주, 고추장, 된장, 청국장, 간장 등 발효음식으로 쿠키, 피자 같은 먹거리를 만들어 보는 체험교실도 운영한다. 발효음식 및 특산물전시판매장도 마련돼 있다. 문의: 041-549-0075

 

▲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세리성당

 

염치읍 방화산 기슭에 있는 현충사도 아산 답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성웅 이순신 장군이 성장하여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살던 곳이다. 현충사는 충무공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순국하신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으로 숙종께서 친히 내린 이름이다. 경내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본전과 일생을 기록해 놓은 십경도, 국보 제76호인 난중일기, 보물 제326호인 장검 등이 전시돼 있는 유물관이 있다. 충무공이 살던 옛집, 활터 등은 역사체험 현장으로 손색이 없다. <여행작가/ 수필가>

 

 

▲ 아산정식당의 장어구이 정식 차림

여행쪽지(지역번호 041)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국도21호(20㎞)-신도리코 앞 사거리-읍내동사거리-국도39호(10㎞)-송악외곽도로-외암리민속마을.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으로 나와 안중 방향으로 직진, 39번 국도를 타고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면 피나클랜드, 영인산휴양림, 공세리성당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온양온천역에서 10-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영인산행 시내버스 이용. 30분소요. 세계꽃식물원은 아산만방조제를 건너 인주(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방향으로 가면 된다(이정표 있음). 서해안고속도로 송악 나들목-삽교호-현대자동차 아산공장-세계꽃식물원. 온양 버스터미널(또는 아산온천역 앞)에서 외암리마을이나 봉곡사행 시내버스 수시 운행. 30분소요. 서해안 고속도로 송악 나들목-삽교 방조제-인주-도고온천역(레일바이크)

☛숙박=숙박시설은 거개가 온천단지에 몰려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도고(537-7100), 온양관광호텔(545-2141), 온양그랜드호텔(543-9711) 등. 봉곡사 인근에 있는 코지테마펜션(010-4274-1212)도 좋고 외암민속마을에 민박집이 몇 채 있다. 풍덕고택(010-6420-0023), 주부댁(010-9520-1299) 등.

☛맛집=외암리마을의 신창댁(543-3928)은 가정식 백반으로 나오는 시골청국장이 맛있다. 아산호 주변의 인주면은 이른바 장어촌이다. 소금구이와 고추장구이를 내놓는 아산정(533-9955) 등 장어 전문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아산온천단지 앞에 있는 낙원가든(541-6866)은 앉은뱅이 갈비탕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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