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막으믄 그기 해방이다"
"사드 막으믄 그기 해방이다"
  • 가톨릭뉴스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승인 2017.05.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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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매일이 불안한 소성리 주민들, "국민들이 도와 달라"

 

5월 16일 오후 2시 성주군 소성리. 어김없이 마을회관 앞에서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 몇몇은 도로 한가운데 앉아 차량 운행을 감시하다가 인터뷰를 청하자 “이제 밭에 가야 한다”며 바삐 자리를 뜬다.

이날은 기독교교회협의회 정평위가 예배를 드렸다. “사드가 아닌 대화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게 해 달라”는 남재영 위원장의 기도에 이어 미국인 선교사는 능숙한 한국어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부끄럽다. 미국 교회와 함께 미 정부의 (북한에 대한)폭력적 갈등 해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민들 앞에서 약속했다.

개신교 예배가 끝난 뒤, 마을 회관에는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어 이야기를 나눈다. 사드 반대 싸움이 시작된 지 1년여. 소성리 주민들은 일상을 잃었다. 예전 같으면 새벽 농사일이 끝난 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거나 쉴 시간이지만, 주민들은 이전의 삶을 잃었다. 대신 마을회관이 집이고, 생활의 중심은 경찰과 군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사드 막으모, 잔치 할 끼다. 해방이나 마찬가지지. 근데 사드는 우리나라 어딜 가도 안 된다. 우리가 이렇게 고민을 하고 고통을 겪는데 또 어디서 이 짓을 할 끼고.”

마을 주민 박규란 씨와 문명희 씨가 입을 모은다.

 

▲ 소성리 마을회관 앞 천주교 상황실 천막. ⓒ정현진 기자

 

주민들은 사드가 기습 배치됐던 지난 4월 26일 새벽의 일부터 꺼내기 시작한다. “살던 대로 살게 놔두란 거지. 우리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8000명의 경찰, 그 경찰이 자신들을 밀어붙이고 보란 듯 사드를 운반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저 눈물만 흘리며 고작 물병 몇 개 던지는 것이 저항의 전부였던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당뇨를 앓는 이야기며, 밭일 이야기 등 평범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문득 억울한 심경을 꺼냈다.

“그래도 대통령 선거 끝나니까 경찰차가 마이 빠지드라.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놓인다”는 문명희 씨는 “뭘 해도 일이 손에 안 잡혀. 그러니 계속 나와 있는거지. 경찰이 많이 줄었지만 언제까지 갈라나.... 비상이 걸리면 언제든 뛰어 나와야 된다. 헬리콥터도 수시로 날아다니고...”라며 하소연한다.

이들은 “우리가 사드 때문에 싸우는 거 다른 사람들이 많이 아나? 알고 잊제?”라고 확인하듯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 다 모여도 100명인데, 우리만으로는 막을 수 없어. 국민들이 우리 마을에 와서 좀 도와줘야 된다”면서, “우리도 안다. 아무리 많이 와도 주민들이 없으면 못 싸우는거”라며 스스로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시민들이나 종교인들이 마을에 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기도하는 것이 정말 큰 힘이 된다고도 했다. 소성리를 찾은 황동환 신부(왜관 베네딕도회)는 이 말을 이어받듯이 “주민들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4월 26일 놀란 일이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며, “종교인들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은 이들 옆에 있는 것, 그래서 위로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마을회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명희, 장경순, 김학림 주민. 이들은 "살던 대로 살게 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5월 16일은 원불교가 철야기도를 시작한지 67일째였고 하루도 빠짐없이 사드 부지 입구인 진밭교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강현욱 교무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지난 5월 13일 정부에 “사드 배치 진행 중단, 진행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경찰 철수, 사드 철거” 등 4가지 요구안을 냈고,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준비 중이라며, “약 보름간 철야 단식농성을 했던 강해윤 교무 등의 의지를 이어 종교인 평화회의를 만들어 싸우겠다”고 밝혔다.

원불교는 현재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대정부 활동은 물론 범종교 연대체 구성을 제안했다. 원불교를 중심으로 큰 틀을 만들고 종단별로 참여하라는 제안이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이 연대를 선언했다. 천주교는 지역 정평위별로 참여할 계획으로 현재 광주, 대전, 부산, 인천 정평위와 남녀 수도회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또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김도심 교구장은 천주교 대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에게 직접 연대 요청을 했고, “소성리 사드배치 철회 운동에 신경을 쓰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각 교구 정평위와 남녀 수도회 등은 기존에 진행된 월요일과 수요일 미사를 분담할 예정이고, 오는 5월 20일 오후 3시에는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대구경북 천주교인 300인 모임’(가칭)이 결성돼 소성리에서 평화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 원불교 교무와 신도들은 67일째 매일 진밭교 앞에서 기도와 절을 이어가고 있다. ⓒ정현진 기자

 

한편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등은 5월 17일 ‘새 정부에 사드배치 중단과 철회를 요구하는 제2차 평화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사드배치 재검토 공약을 지키고 추가 조치를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드 장비 즉각 철수, 사드배치와 관련한 한미 간 합의 전반과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국방장관, 윤병세 외교장관,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처벌, 배치 지역 주민과 대통령 면담 성사”등을 요구했다.

 

▲ 진밭교 앞 원불교 천막 앞의 글귀.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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