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사드반대’ 단식농성 원불교 강해윤 교무-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원불교 강해윤 교무

 

 

- 다시 사드 문제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는 원불교 성지가 있는 곳이다. 성지라서 배치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

▲ 생령(生靈)구원과 진리를 가르치는 종교가 생명을 살상하는 전쟁무기를 성지 부근에 배치한다는데 ‘그렇게 하시죠!’라고 하겠는가. 성지와 사드는 공존자체가 어렵다. 사드는 옮길 수 있어도 성지는 옮길 수 없다. 종교 성지를 군사기지화 한다는 것은 정신문명 발상지에 대한 무지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물질적 가치기준으로 재단한 결과다. 국가가 필요하면 보상하면 된다? 그러나 종교 성지는 단순히 집과 땅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엔 성자의 혼이 서려있고 그 정신을 체화하는 성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순례 등을 하며 종교 성지를 성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 어떤 성지인지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달라.

▲ 사드가 배치된 롯데성주 스카이컨트리클럽 지역은 ‘평화의 성자(聖者)’로 불리는 원불교 정산 송규 정사의 생가 터와 가까운 곳이다. 우리 원불교인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성역이다. 이렇듯 영령(英靈)한 성지에 귀중한 생명들을 앗아갈 전쟁무기가 설치되고 있다. 미국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전 세계 약소국 땅들을 짓밟고 전쟁도 불사할 태세다. 특히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곳이다. 그들에게 평화나 정의는 없다. 오직 자신들의 탐욕적 이익뿐이다. 성주지역 사드배치로 원불교 성지 하나가 사라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후대의 많은 성지와 정신문화도 같이 희생당할 것이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원불교 등 한국민족종교협의회와 7대 종교협력기구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평화와 정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결사적인 사드반대운동을 펼치는 이유다. 7대 종단은 보편적 기준에 준한 사드 문제 해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깊이 인식했다. 사드는 평화와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다. 남과 북이 이대로 극한대결로 간다면 후세에 어떻게 평화와 정의, 생명을 전하겠는가.

사드는 단순히 안보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정치 외교의 문제다. 국가 안보를 부정하자는 것이 결단코 아니다. 원불교는 그 어느 누구보다 국가안보와 정책수행을 위해 필요한 협조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해온 종교단체다. 하지만 사드는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군사무기로써의 본령(本令)을 떠난 상태다. 국제정치에서 핵심적 외교 사안이다. 사드 문제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주변국들과 복잡 미묘한 관계적 틀 안에서 풀어야 할 고차원의 방정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서로 견원지간이면서도 한반도 문제에서만큼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국익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신중하고 지혜로운 안보정책이 필요한 때다.

 

 

- 탈핵 운동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 전남 영광은 원불교가 탄생한 성지다. 반면에 원자력발전소 6기가 들어서 있는 악지(惡地)이기도 하다. 이곳은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와 사고가 빈번하다. 부실한 원전 운행 때문이다. 그래서 월요일마다 영광원전 앞까지 22km를 걸으며 안전운행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국가에너지산업으로 고착화된 원전은 계속 증설중이다. 세계 각국들이 탈핵을 하고 있지만 우리만 거꾸로다. 국민의 피와 눈물로 생산된 원자력 전기가 국토를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다. 송전탑도 문제다. 대도시로 전기를 송출하려면 송전탑이 필수다. 특고압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자파는 암 등을 일으킨다. 이런 고통을 받는 밀양할머니들이 많다. 방사능과 전자파가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인공에너지에서 자연에너지로 전환해야 이 땅이 살아난다. 원불교는 자연 빛을 활용한 태양광발전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원불교는 교당옥탑 위에 100개를 목표로 햇빛교당을 짓고 있다. 이미 20여개를 완공했다. 원불교는 오래전부터 평화와 탈핵을 핵심운동으로 전개해왔다. 현재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미군과 우리 국방부는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전격 배치, 평화롭던 성주를 전쟁기지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진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전개하는 사드 철회운동은 평화의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지고 있다. 사드가 한반도 평화를 흔드는 상황이지만 평화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또한 동남부권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 문제도 우려된다. 자칫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안전운행을 기도하고 있다. 방사능 피해는 세계적인 문제다. 그 피해는 자국을 넘어 주변국, 그리고 전 세계의 해양과 땅을 오염시킨다. 전쟁무기를 막는 것만이 평화가 아니다. 원전 사고와 방사능 피해를 막는 것도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원불교 대종사께서는 마음공부의 결과는 ‘취사(炊事)’로 나타난다고 하셨다. ‘정의이거든 죽기로써 실천할 것이요’라 하신 말씀을 전하고 싶다.

 

 

 

 

-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 종교기득권을 지키려는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들 때문이다. 그래서 원불교의 작은 목소리가 더 안쓰럽다. 신도도 적고 특권도 없고 사람들마저 순하다. 사드 철회운동을 해온 원불교의 목소리는 어느 종교단체보다 작다. 성주와 김천의 힘없는 할머니들 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성당이나 절에 숨으면 경찰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종교시설과 단체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 원불교는 그런 특권을 누리지 못했다. 불이익만 안 당해도 감사했던 착한 종교다. 양보만 해온 원불교가 마음의 고향인 성주 하나만큼은 지켜내려는 것이다. 물론 원불교 내부에서도 사드 무용론과 국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등 찬성과 반대 의견도 많다. 국방을 위해 양보하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 ‘세월호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 원불교는 3년 전인 2014년 4월 23일 세월호 희생자 천도기원식을 한 바 있다. 올해 1월 9일이 세월호 참사 1000일이었다. 그날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원불교 천도기도회를 가졌다. 현재는 목요일마다 세월호 아픔이 서려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시국기도를 올리고 있다. 4.16 하루 전인 4월 15일 오후 4시 16분에는 304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시민들과 함께 해탈천도를 올렸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의 진보와 보수를 더 극명하게 갈라놓기도 했다. 가려진 진실과 거짓을 불꽃 같은 눈으로 파헤치지 못했고, 정의와 불의를 가려내지 못했다. 심지어 모든 것을 ‘돈’ 문제로 보려는 과오를 범했다. 우리사회가 304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를 돈과 이념 문제로 치부해서 더 이상 유가족들을 슬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 떠오른 세월호처럼 참 진실과 참 정의를 떠올려야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거듭나게 될 것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지난해 7월 국방부는 미군 측과 148만㎡ 사드 부지를 작전기지급으로 설정했다. 대규모 미군 기지를 승인한 것이다. 한반도의 남북 길이는 매우 짧다. 북한 탄도미사일은 총알보다 3~5배나 빠르다. 거리가 짧아 2~5분이면 남한요격이 가능하다. 지난 3월에 북한이 여러 발의 미사일을 쏘았지만 국방부는 제대로 탐지하지 못했다. 사드로 북한 탄도미사일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그토록 성주에 사드를 꽂으려는 단 하나의 이유는 중국 미사일로부터 미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일본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명분삼아 군사대국화 노선을 가고 있다. 사드배치가 끝나고 나서 만에 하나 전시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제일 먼저 성주를 타격할 것이란 건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한국은 미국과 일본을 대신해 핵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사드아웃’을 외쳐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운명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대미-대중 안보외교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사드는 미국과 한국의 국방관리들 간에 임의(구두)로 합의한 사안일 뿐이다. 국가 간에 확고하게 맺은 조약도 아니고 법적요건을 갖춘 합의문도 없다. 명백한 불법이고 불법무기다. 여기에 절차상 국민적 합의와 국회동의도 거치지 않았다. 사드배치는 철회돼야 맞다. 한국은 희생양이 되고, 미국과 일본을 위한 사드는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