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발등 찍은 검찰

 

‘문재인 시대’의 첫 번째 수술 작업이 검찰을 정조준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사와의 대화’를 주도하며 비슷한 방향을 제시한 바 있지만 이번엔 좀 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평가다.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이미 검찰 수뇌부엔 커다란 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도 내정과 동시에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살펴봤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바꿀 태세다.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과 조 민정수석의 당초 계획대로 개혁 작업이 이뤄진다면 검찰은 환골탈태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인적 청산에 이어 새로운 수뇌부를 통해 조직을 쇄신하는 시나리오를 진행할 의지다. 본격적인 제도 개혁이 이뤄지는 3단계 검찰 개혁 작업이 거론되고 있다.

‘돈봉투 만찬’ 의혹은 검찰의 핵심부를 비켜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중심인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지난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감찰 지시를 내린 지 불과 하루만이었다.

청와대는 사표 수리를 당분간 보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감찰이 시작된 이상 위법 여부를 조사해 필요하다면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게 우선이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감찰 대상인 검사에게 징계 사유가 있으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며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도 중징계 사안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와 검찰은 22명 규모의 감찰 조직을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법무부 감찰반 10명과 대검 감찰팀 12명 등이 참가했다. 기초적인 감찰은 두 기관이 투트랙으로 감찰을 진행하되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검 개혁 드라이브’ 급물살

감찰 대상 또한 심상치 않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격려금 출처와 제공 이유 등이 가장 먼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출 과정의 적법 여부와 청탁금지법 등 관련 법령 위배 여부도 감찰 대상이다. 그 동안 쉬쉬했던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감찰이 진행되는 동안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장관은 공석이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퇴임했다. 총장 권한대행인 김주현 대검 차장과 돈봉투 만찬에 동석했던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다른 수뇌부도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의도하지 않은 지도부 공백 사태로 감찰 강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감찰 결과에 따라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 조 수석은 이미 ‘정윤회 문건 파동’에 대한 재조사를 공언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로 인한 인적 청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후속 검찰 수뇌부 인선 또한 핵심 관심사다. 새로운 수뇌부들은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쇄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검사와의 대화와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등용 등으로 시작된 노무현 전 대통령 방식과는 강도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며 “결과를 좀 더 중시하는 문 대통령 특성상 한바탕 태풍이 불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로운 검찰 총장후로는 검찰을 통한 전직 인사들과 외부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동안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등 제도 개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조 수석은 이와 관련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혁을 완료하겠다”고 마지노선을 그은 바 있다.

국민적 지지를 고려할 때 올해 안에 굵직한 개혁안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개혁을 위한 입법활동과 법 개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개혁에 대한 검찰의 저항이 어려운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지검장이 법무부 검사에게 돈을 줬다는 의혹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데 공감대가 적지 않다. 검찰이 이번에 스스로 제 발을 찍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검찰은 본질적으로 권력 지향적인 조직”이라며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검찰이 그동안 어떻게 해 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자신도 저서 ‘운명’에서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재인 시대 첫 번째 개혁 대상이 검찰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독립’만으로 검찰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를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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