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대한민국 수술 작업

 

치열했던 대선은 끝났지만 정치권의 요동은 또 다른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여야 대선 주자가 내걸었던 ‘개헌 공약’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각종 개혁작업의 마지노선을 내년 지방선거로 맞추는 분위기여서 정치권의 신경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정치권의 해묵은 숙제인 개헌이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해 봤다.

 

 

‘개헌’ 목소리는 하나지만 저마다 주장하는 바는 천차만별이다.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개헌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개헌론’이라는 뇌관에 또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시기는 당초 공약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론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것이다. 이미 역대 정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수술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국정농단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정치’는 개헌이 불가피함을 뒷받침하는 계기가 됐다.

여야 정치권은 ‘개헌’이라는 큰 틀엔 합의를 이뤘지만 정부 형태 등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선 여전히 이견이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마 각 정당이 주장하는 개헌 주장을 하나로 모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까지 정치권 양상이라면 실현 가능성도 요원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해왔다. 현행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1년 줄이는 대신 연임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로 인한 주요정책 집행의 안정성과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4년간의 임기를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청와대와 국회가 대립할 경우 고질적인 ‘정치력 부재’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도 협상 여지를 많이 남겨 놓은 상황이다. 그는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제 생각과 다르더라도 국민 공론을 따르겠다”고 여운을 남긴 바 잇다.
 

“높아진 국민 수준”

야당들의 입장은 ‘백가쟁명식’으로 나눠져 있다. 대체로 분권형 대통령제엔 공감하지만 그 방법이 제각각이다.

자유한국당은 대선 전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우고 있고 바른 정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지만 있다.

거론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핵심은 이원집정부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책임총리제’가 좀 더 제도화될 수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평상시엔 의원내각제적인 운영을 통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가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대통령의 직접 통치로 신속하고 안정적인 국정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통령과 총리가 갈등할 경우 정치권이 이를 원활하게 해결할 운영의묘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권 관계자는 “이원 집정부제가 가능하기 위해선 그만큼 성숙한 정치권의 의식이 필요하다”며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치권이 민심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정의당은 오래전부터 비례대표제와 의원내각제를 선호해 왔다. 그만큼 정치권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개헌 과정에서 다뤄야 할 내용들은 이 밖에도 산적해 있다. 문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끝난 다음에 수록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정치권에 가장 당면한 문제인 선거구제 개편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지금까지의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각자의 이익이 우선시돼 흐지부지 됐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헌법에 담을 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 방안도 개헌에 있어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선 국회 개헌 특위에서 상당 부분 진척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본권 강화 방안으로는 안전권 망명권 환경권 건강권 도입 등이 논의됐다.

지방분권 강화 방안으로는 상하 양원제와 자치입법권 및 사법권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공언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내용도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개헌 논의는 역대 정부에서 줄곧 거론돼 왔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국민 여론의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여론이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국회 합의안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동상이몽’식으로 시작된 개헌 논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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