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쌀 지원 등 농업교류로 통일의 물꼬 터야”
“남과 북, 쌀 지원 등 농업교류로 통일의 물꼬 터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5.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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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새 정부가 중단시킬 수 있는 일 아니었나.

▲ 그 권한은 농식품부 김재수 장관과 관료들이 쥐고 있다. 김관진 안보실장이 사드를 기습 배치한 것처럼 시간차 공격으로 감행했다. 그랬어도 새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신속한 중단이나 연기조치가 없었다. 좀 더 면밀하게 상황파악을 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천번만번 모든 것을 양보하더라도 정부가 그런 조치를 했어야 한다. 청와대에 청원서를 냈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다. 관계자들로부터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매판자본 부역관료들이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농민들 모르게 갑자기 추진한 배경이 의심스럽다. 대통령의 밥쌀공약은 다시 물 건너갔다. 과거 정권들도 그랬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을 했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농업을 망친 무작위적 시장개방 농업정책의 기조를 바로 잡을 때다. 새로운 농정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본다.

 

 

- 밥쌀수입, 실태는.

▲ 박근혜 정권의 쌀 전면개방은 오로지 미국을 위한 것이었다. 한국을 농업종속국으로 전락시켰다. 농민들은 분노의 집회를 이어갔다. 국회와 지자체마저 반대결의로 돌아섰다. 백남기 농민도 2015년 11월 14일 광화문 전국농민대회에 참여했다. 폭압정권은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학살했다. 밥쌀수입은 정권의 부도덕함과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 무능정권이 학살한 백남기 농민의 마지막 외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폐관료들이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운 밥쌀 입찰 기습 공고는 어찌됐든 문재인 정부가 ‘농업적폐 1호’를 수용한 것과 다름없다. 준엄한 농민의 뜻을 외면한 첫 사례다. 전농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지금은 집권초기 ‘허니문’ 국정이어서 당연히 힘들 것이다. 그러나 농정희생자인 농민들의 거센 요구를 방관해선 안 된다. 한국은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에 따라 불공정한 쌀 관세화 유보조건으로 매년 40만8000 톤을 의무수입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노무현 정부마저 협상실패로 전체 의무수입량 중 밥쌀용 쌀 30%를 수입해야 했다. 그것이 2014년까지였다. 미국산 밥쌀은 철저히 미국 이익과 연관된 정략적 협약이다.

 

 

- 한국농업,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가.

▲ 국민들은 먹는 문제에 담담하다.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관료들도 수출로 외화를 벌어서 외국농산물을 사다먹으면 된다는 것이 체질화 되었다. 국민들과 관료들은 먹거리 문제를 단순하게 치부해버리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특히 정부 관료들은 이런 관행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외국에는 무한개방하고 국내농업은 압살해왔다. 우매하고 미련한 정책 때문에 농업경쟁력이 저하되었고 농민 삶의 질은 역대 최저다. 25년 전만 해도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가 비슷했다. 도시를 100%로 봤을 때 지금의 농촌은 60% 미만이다.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농민들이 아무리 애써 농사를 지어도 수입농산물 때문에 가격은 계속 폭락한다. 고통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희망을 잃으면서 젊은이들은 농촌으로 오려하지 않는다. 그나마 축산과 양계, 양돈은 대자본에 의한 기업농으로 전환되어 있어 영향이 적다. 그러나 농업만은 갈수록 사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급한 수술이 필요한 중환자 수준이라고 보면 맞다.

 

 

-쌀값이 최근 30년 이래 최고로 폭락했다고 하는데.

▲ 아쉽게도 일반국민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너무 없다. 그동안 국내 쌀은 남아돌았다. 그럼에도 쌀 시장을 개방해 쌀값을 폭락시켰다. 생산과잉으로 쌀이 남은 게 아니다. 수입해야하는 ‘의무수입쿼터제’에 묶이는 바람에 꼼짝없이 매년 40만 톤 이상을 수입해야 했다. 쌀값을 떨어트린 주원인이다. 지난 정권들이 쌀 협상에 실패한 결과다. 우루과이라운드와 WTO로 농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상대국이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맺은 조약은 불공정했다. 2014년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지금은 쌀 의무수입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밥쌀수입 문제가 농민들의 심경을 건드리고 있다.

 

 

- 쌀 직불금제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나.

▲ 직불금제는 쌀농사와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을 보전해주는 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정책일 뿐이다. 중요한 건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나 직불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도 여전히 살아가기 힘들고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농업문제의 모든 본질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직불금이 얼마 더 나오고 덜 나오고 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론에 불과하다. 큰 테두리에서 봐야 길이 보인다. 이대로 농업을 존속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근본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농민들은 국민 먹거리를 위해 험난한 정치적 파고를 겪으며 지금까지 묵묵히 걸어왔다. 농업문제의 큰 틀을 잡아가되 여기서 파생되는 세부적 문제들은 별도로 풀어 가면 되는 일이다. 단순히 직불금에만 꽂히면 본질을 보기가 어렵다.

 

 

- 외국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 본래 직불금제는 국가와 사회가 농민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과 유럽 등 OECD 국가들은 국가차원에서 농민소득 보전정책을 오래전부터 펴왔다. 예산은 모두 국가가 지원해준다. 국민동의를 거쳐 지원해주는데 그 비율도 상당히 높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추세다. 농업은 단순히 먹는 식량을 해결하는 차원의 산업이 아니다. 농업은 다른 공업 분야와 달리 생태환경을 살린다. 농지는 환경과 물을 정화시켜 주는 엄청난 기능이 있다. 실제로 한국 논의 습지기능은 놀라울 정도다. 5년 전 세계습지보호국제협약 기구인 ‘람사르’(Ramsar)가 논의 습지가치와 환경정화능력을 평가한 경제적 가치는 1년 27조원에 달한다. 이것을 농민 1인당 가치로 환산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논이 가지는 환경적, 경제적 가치와 기능은 막대한 것이다. 그런 가치를 모르는 농정당국은 도리어 농민들이 직불금을 통해 큰 소득을 올리는 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 향후 농업이 가야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대도시에 사는 도시인들은 자동차와 각종 폐기물로 물과 공기를 오염시킨다. 반면 농민들은 더럽혀진 물과 공기를 정화시켜 준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과 도시인들은 농민들의 그런 수고와 고마움을 잊고 산다. 눈에 확연하게 보이지 않지만, 논이 가지는 무형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농업이 사라지면 도시도 공멸한다. 정치인들은 시급한 농업문제를 분석하고 국민동의를 받아 후세대를 위해서도 친환경생태농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생명농업이고 국가가 사는 지름길이다. 우리를 위해서 좋은 물과 공기를 만들어주는 ‘생명농촌’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외국 선진농업국가들은 모두 일찍부터 그렇게 가고 있다. 한국은 이제 겨우 한걸음 떼고 있는 단계다. 농민들은 국가예산을 축내는 집단이 결코 아니다. 농정당국이 이제라도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생명농업은 회복불능이 되고 말 것이다.

 

 

- 쌀 등 대북 식량지원과 남북농업교류에 대한 전망은.

▲ 정권이 바뀌었으니 교류도 열리리라 본다. 쌀 지원문제뿐만 아니라, 남과 북은 서로 농업교류를 해야 살아날 수 있다. 남북은 농업측면에서 지리적 환경이 밀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 파주와 휴전선 부근 농촌지역은 북한 금강산에서 흘러온 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임진강물이 그렇다. 남북이 갈라져 있어도 강물은 통하고 있다. 남한은 북한을, 북한은 남한과 서로 통해야 살 길이 열린다.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농업은 남북교류가 활성화 할 때 희망이 보인다. 역사적으로 수천 년간 우리 민족은 그렇게 살아왔다. 남쪽은 평야가 많고 북쪽은 산악지역이 많다. 때문에 교류하면 다 맞게 되어 있다. 남과 북이 농업교류로 물꼬를 터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신자유주의 외세에 의존한 농업개방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이제라도 방향을 바꾸고 남북농업교류 정책을 통해 통일의 문을 열어야 한다.

 

 

- 현재 북한의 식량 문제는 어떤 상황인가.

▲ 유엔과 외신보도에 따르면, 북한 식량문제가 거의 해결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95%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가 기껏해야 23%인데 비하면 거의 100% 근접한 수준이다. 어쨌든 남과 북은 농업교류를 통해서 발전적인 길을 터야 한다. 남쪽은 농산물을 보내고 북쪽은 광물자원을 보내면 된다.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북한은 농산물 등 남한에서 가져가야 할 것들이 많다. 남한도 지하자원 등 북한에서 취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리 민족 모두 아는 사실이다. 교류를 해야 산다. 한민족은 맥이 끊어지면 살 수 없다. 남북과 동서로 갈라진 우리 민족을 살리는 길은 맥을 잇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런 것을 놓고 ‘반공’이니 ‘종북’이니 해서 여론몰이를 하는 집단이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지적한 대로 ‘반공병(反共病)’이 문제다. 도올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될 3대 과제 중 하나로 ‘반공병’을 지목했다. 못된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잘못을 해도 ‘종북’만 외치면 모든 게 해결되는 반공폐습이 깊다. ‘반공병’이 너무 깊어 다른 문제를 바라봐도,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 GMO(유전자조작식품) 문제도 심각하다. GMO 농산물 수입 1위국 명성을 떨치고도 있는데.

▲ 국민의 건강과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 제1의 목표다. 건강, 특히 먹을거리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유럽에서는 현재 GMO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다. 오히려 GMO 수입을 늘리고 있다. 수입도 세계 1위다. 관련 식품제도의 허점도 많다. 관료들은 국민건강을 망가트리는 앞잡이일 뿐이다. GMO 정책도 애초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 농촌진흥청은 아예 GM벼 실험과 모내기를 강행하고 있다. 벼가 상용화 작물이 아니라 보관용이라고 변명하지만 믿을 수 없다. 지금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논과 밭을 모두 이용하면 얼마든지 농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GMO수입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우리 농토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다. 식량주권 문제, 넓은 범주에서 방향을 잡아야 GMO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당국은 깨끗하고 안전한 농산물 공급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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