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울음소리에 너무나 행복한 날들, 집 나간 둥이는…
뻐꾸기 울음소리에 너무나 행복한 날들, 집 나간 둥이는…
  • 임미숙 기자
  • 승인 2017.05.27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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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임미숙의 즐거운 나의 시골생활 이야기

경북 김천시 구성면 월계리. 속명 ‘골마’라는 곳에서, 전원생활에 푹 빠져 사는 나. 시골댁~~. 언덕위에 위치한 농가의 해발높이가 300m이니 마을지대가 꽤나 높은 편이다. 필자가 사는 농가에 가기 위해서는, 김천에서 25km정도를 거창 쪽으로 가다가, 충북 영동 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보면 맑은 냇가를 만난다. 올갱이가 살고 있는,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개울을 건너 산중턱으로 오르다 보면 빨간 지붕이 보인다. 1987년도에 대구에서 이곳 월계리로 이사 온 울 아버지. 지금처럼 귀농개념도 없었던 시기에, 젖소 목장을 하시겠다고 들어온 이곳.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는 외로운 삶을 사시다 가신 이곳. 그 당시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정말 척박했다. 김천서 버스를 1시간은 타야 도착하고, 버스길도 비포장이던 그 시절, 그때 마련되어진 이곳 월계리 집. 2009년 아버님의 장례를 치르며 결심했어, 지금 내려가는 거야. 그때는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던 터라 나름 고민 끝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결정하게 되었다. 2010년 10월, 내 나이 50 초반에 물 맑고 공기 좋고, 산세 좋은 월계리로 내려왔고 전통된장을 만들며('장만나는 커피향 항아리’: http://mee5912.blog.me) 하루하루 바쁜 농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경주로 나들이를 갔다.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는 나날. 잔인했던 4월, 빽빽한 스케줄은 5월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바쁜 와중에 사랑도 하고 여행도 떠날 수 있다. 이런 논리로 일정을 요리조리 잘 조절해 떠났다. 작년 12월에 만났던 여고 단짝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푸르지오, 푸르지오’를 외치던 경주 사는 친구네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일정조율도 일사천리. 설레는 만남을 기약했다. 서울 친구도, 대구 친구도 SRT를 타고 와서 신경주역에서 내린단다. 산골 사는 나만 자동차를 갖고 움직여야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이 산골은 너무 불편하니까…. 약속시간에 신경주역에서 친구들을 픽업해 친구네 집으로 가기로 했다.

4명의 친구들. 모이자마자 각자의 이야기로 수다 한바탕. 당최 뭔 얘기들을 하는 겐지….ㅎㅎ 또다시 여고생으로 돌아간 우리들. 네말 내말 서로 해대고는, 그런 상황이 너무 우스워져서 또 한참을 웃었다. 아파트입구에서 경주친구가 반려견 짱구를 안고서 우리를 맞는다. 그래, 우리 이렇게 일 년에 두 번은 만나야겠다…그쟈?

친구 집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 놀랐다. 전통 찻집? 갤러리? 대체 이집은 분위기가 왜 이런 거야? 현관입구부터 줄줄이 늘어선 도자기며 각종 골동품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55평 아파트가 꽉 차 있다.

 

 

점심상은 또 어떻고. 한정식 식당 상차림처럼 정갈한 밥상이 떠~억하니 거실 한가운데 차려져있다. 이 여자, 보통이 아니다.

돌이켜 보니 여고시절 문학소녀였던 이 친구. 6명의 멤버 중 유일하게 문과를 택했다. 대구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30년 이상 근무. 그녀의 남편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교장선생님이 된 얼마 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그 불행한 일이 우리 6명을 다시 뭉치게 한 계기가 됐을 수도. 남편이 떠난 지 이제 3년째. 요즘 너무 외롭단다. 부부사이가 아주 좋았던 그녀. 너무나 짙게 남은 남편의 그늘이 자신을 더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한다. 그 많은 도자기, 그릇들은 하나하나마다 사연이 있다. 슬픈 일이 있을 때 하나, 기쁜 일이 있을 때도 하나, 경사스런 일이 있을 때도 하나, 그렇게 남편과 함께 하나씩 사서 모은 것이다. 이젠 그 많은 잡동사니들을 쓸고 닦느라 바빠 집 밖으로 나가기도 힘이 들 정도란다. 그래 그렇게라도 마음 잘 다독여서 씩씩하게 극복해 나가리라 믿는다. 경주에 왔으니 투어를 해보자던 올 때의 얘기와는 다르게 주구장창 수다가 지속된다.

추억 퍼즐 맞추기를 몇 시간 하다가 드디어 산책에 나섰다. 집 바로 옆에 있는 경주 황성공원의 소나무가 장관이다. 2만 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산책을 끝내고 돌아왔다. 정성껏 차려진 비빔밥의 비주얼. 우리 모두가 힐링되기를 바란다는 경주친구. 음식솜씨도 굿! 커피 내리는 솜씨도 굿!

 

 

은퇴 후, 남편과 함께 하나씩 사서 모은 것으로 찻집을 열고 싶었단다. 하지만 남편을 떠나보낸 뒤 시간은 많지만 새로운 일에 손을 대진 못했다. 우리는 그녀에게 기간제 교사이던, 어떤 것이던 일단 일을 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줬다. 친구 집에 와서 보니 혼자 놀기에는 정말 딱~이다. 친구들을 만나니 너무 좋아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난 기분이란다. 하지만 마지막은 역시나 남편이야기. 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 따뜻한 모임이었다. 노래방까지 섭렵한 뒤 창문에 어스름이 비치자 잠자리에 들었다.

경주에서 1박을 한 뒤엔 같이 온 대구 친구네로 고고. 친구네 어머니를 뵙고 가기로 의기투합. 연세가 90이 다 되신 친구 어머니를 두어 시간 만나 뵙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뭐니 뭐니 해도 오래된 친구들이 진국. 세월을 건너뛴 친근함을 그 무엇으로 살 수 있단 말인가. 만남을 기다리는 시간, 함께하는 시간, 헤어질 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기분 좋은 1박 2일이었다.

 

 

대구 TBC에서 10주간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 받았던 SNS 마케팅 교육도 수료를 했다. 김천에서 대구까지 열정적으로 공부하러 다녔더랬다. 4명이 뭉쳐 다닌 덕분에 큰 힘이 되었다. 경북농민사관학교 과정 중 하나로 참 알찬 교육이었다. 우리 농민은 나날이 발전하는 스마트폰을 이용,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친구들이 늘 놀려대지만, 난 앞으로도 쭈~욱 계속해서 공부를 할 것이다. 수료식 때 TBC사장상을 받았다. 처음에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서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라며 극구 사양했다. 하지만 선정 경위를 듣고서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상을 주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위클리서울’에 꾸준히 귀농귀촌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블로그 지수가 상위 1%에 든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 검색에서 1순위 내지는 첫 페이지에 내 글이 뜬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만 블로그 초보시절에는 검색 1위가 되면 어찌나 뿌듯하고 좋던지. 언젠가부터는 자만심이 생겨 글을 쓰면 ‘검색 1위쯤이야’ 했다. 뭐 이 나이에 상장 하나 받은 게 대수인가 싶지만, 교육을 잘 받았다는 걸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했다. 그렇다 해도 농산물 판매자로써 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재래된장인 장만나는 표고된장이 검색 1위 내지는 첫 페이지에 올라서 구매자들에게 인정받는 판매자가 되는 것이 이제부터의 목표다.

세상 얼마나 좋은가. 내가 일일이 구매자를 찾아다니며 홍보를 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서 노력만 한다면 전국, 해외까지 얼마든지 내 상품을 판매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부한 것을 잘 활용해 농촌 사업가로서 탄탄히 자리매김해야겠다.

아직은 매우 힘들고 어렵다. 제조가공업, 만만치 않다. 국민들은 점점 집밥을 멀리하는 추세다. 전통의 재래된장 제조가공 사업을 이끌어가는 일은 현실적으로 참 힘이 부친다. 전통된장 뿐만 아니겠지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우리 전통장류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올해 담그는 장아찌에는 모두 다 재래간장을 사용하기 했다. 명이나물 장아찌랑 곤달비 장아찌를 재래간장으로 담갔다. 작년까지는 시판용 간장으로 담갔는데 그래도 전통장류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남들과 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시판용 간장보다 달큰한 맛이 적고 짠맛이 강한 재래간장. 담가둔 각종 청으로 당도 조절도 하며 레시피 작성을 했다. 시판용 간장으로 담근 장아찌보다 훨씬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이렇게 하나씩 전통음식을 완성해나간다. 재래간장으로 담근 명이나물 장아찌와 지례흑돼지로 체험방문객들의 입맛을 현혹 시킬 준비가 되었다.ㅎㅎ

나의 일상은 이렇게 바쁘고 알차게 잘 돌아가고 있다. 나의 반려고양이 둥이는 통 소식이 없다. 강아지 같은 둥이, 집 나간 지 보름이 넘었는데 대체 뭔 일인지…. 둥아~ 부르면 강아지 마냥 달려오던 그 모습이 아른거려 마음이 짠하다.

이런 이별이 너무 힘들어 동물과 정들이는 일이 싫었다. 귀농하여 산골살이를 하다 보니 차돌군과 둥이를 키우게 됐고, 든든한 가족이 돼주었다. 이제 헤어질 준비해야하는 건지 아직은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마음속에선 이별의 아픔이 자꾸만 진해지고 있다.

흑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털을 가진 둥이를 잔디밭에서 주워서 키운 지 만 2년. 정말 이대로 이별인 걸까. 기쁜 날에도, 행복한 봄날을 만끽하는 기분 좋은 날에도 마음 한 편엔 둥이 생각으로 울적하다. 불쑥 돌아와 내 방문 앞에서 냐옹~ 하며 소리 내어 줄 것만 같다.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다. 계속 기다려보련다.

봄날은 우째 이리 눈물 나게 좋은지. 뻐꾸기 울음소리에 너무나 행복한 매일 나날인데…. 둥아~~ 어서 돌아오렴… 아무 일 없었단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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