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아메리칸 셰프’

 

주의사항. 영화를 보기 전 먼저 든든하게 식사를 하시길 바란다. 아주 맛있는 영화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안심 스테이크.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화려한 색의 소스. 따뜻함이 스크린을 넘어 다가오는 듯한 갓 구운 케이크. 절로 입맛 다시게 되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존 파브로 감독. 2015년 개봉)다.

음식을 소재로 해서 흥행한 영화는 많이 없다. 그나마 알려진 거라곤 ‘라따뚜이’. 그마저도 애니메이션이다. 일본과 한국영화를 즐겨봤다. ‘카모메식당’, ‘심야식당’, ‘식객’ 등. 일본은 특유의 아기자기한 느낌, 사람냄새가 많이 묻어난다. 복잡한 생각이 많을 때 일본 음식영화들을 보면 힐링이 된다.

살짝 지난 무렵이지만, 한동안 음식 붐이 일었다. 텔레비전에선 연일 음식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삼대천왕’, ‘수요미식회’, ‘맛있는 녀석들’,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등. 아직도 잘나가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이 안정되면서 맛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진 탓이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기 위함이 아니라 입과 눈과 코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좋은 음식을 찾는다. 그러면서 ‘맛집(맛있는 집)’, ‘먹방(먹는 방송)’, ‘푸파(푸드파이터)’ 등 다양한 신조어들도 생겼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먹기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예쁘고 맛있는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 영화 ‘아메리칸 셰프’ 스틸 컷

 

영화는 감독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독특하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더욱더 사실적이다. 휴머니티한 매력이 넘친다. 감독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표현을 하니 전달력도 좋다.

‘아메리칸 셰프’는 미식가들을 겨냥한 푸드 포르노에 가깝다. 음식을 맛있게 캡쳐해냈다. 실제로 존 파브로 감독이 요리들을 카메라에 담아낸 구도나 편집, 조명 방식을 보면 음식에 대한 사랑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리를 하는 장면은 군침을 흘리게 한다. 주인공은 요리에 대해 열정적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셰프’는 어디까지나 ‘셰프’ 얘기다. 예술작품이 아닌, 예술가가 영화의 중점이 되는 작품이다.

LA의 어느 한 유명 레스토랑. 셰프가 유명한 맛집 블로거를 대접하게 된다. 하지만 음식은 인신공격에 가까운 리뷰로 최악의 평을 받는다. 다툼 끝에 명예롭지 못한 방식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다. 이 후 초심으로 돌아가 오래된 푸드 트럭을 개조해 아들과 투어를 한다. 일에 의해 망가진 가족도, 자신의 요리에 대한 열정도 재확인한다.

단순히 요리에만 중점을 둔 게 아니다. 셰프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 남자를 보여준다.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그. 한순간 추락해 길거리 푸드 트럭에서 ‘흔해 빠진’ 샌드위치를 팔며 새사람이 됐다. 별로 친하지 않게 지내던 그의 아들은 마케팅에 유능했고, 함께 푸드 트럭 여정을 떠나며 한층 가까워진다. 아들에게 자신이 먹었던 최고의 음식들을 경험시켜준다. 자신이 셰프의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갔는지도 들려준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존 파브로 감독은 이 영화에 특별한 스토리를 편입시키는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감독에게 영화는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거기서 비롯된 열정이 영화 내내 울려 퍼진다. 관객들은 익숙하면서도 즐거운 감정으로 인도된다. 얼핏 느껴질 수 있는 식상함을 친숙함으로 완벽하게 커버해내는 괜찮은 영화다. 개봉한 지 2년도 훌쩍 더 지난 영화를 다시 끄집어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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