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무진 지음/ 엘릭시르

 

이 땅을 구원할 진인(眞人)과 진인을 품은 성모를 잇는 매개체 해인(海印), 그리고 그 해인에 숨겨진?윤회의 특별한 비밀. 성모의 몸을 이용해서 영생을 끊으려는 한 불사(不死)와 그를 막으려는 또 다른 불사(不死)의 숨막히는 대결이 뒤척이는 긴 역사 속에서 되풀이된다. 

'김유신의 머리일까?'라는 인상 깊은 제목의 소설을 발표하며 독자와 평론가들의 주목을 끌었던 차무진의 후속작이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신작에서도 그러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해인(海印)'은 팩션 스릴러의 특징과 더불어, 그것에 걸맞은 세계관의 설정과 미스터리적인 장치가 돋보이는 새로운 종류의 미스터리 스릴러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그 안에서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구축한다. 그 탄탄한 세계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대개 팩션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 사이의 차이에서 재미를 보장받지만, '해인'은 한 꺼풀씩 벗겨지는 불사와 해인의 정체를 끊임없이 쫓게 만듦으로써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도달한 반전은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죽지 않는 자 불사의 기구한 고통을 담은 스릴러 '해인'은 2014년 창비 장편소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해인'은 윤회하는 성모를 두고 반목하는 두 불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백한과 만인은 각자 다른 이유로 성모를 찾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불사가 되었으며 왜 기나긴 세월을 성모를 쫓는지의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묘사된다. 처음에는 성모를 둘러싼 사건을 쫓는 스릴러의 재미만 보인다면, 시대를 건너뛰며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 속에서 해인에 숨겨진 비밀과 성모가 안고 있는 고뇌가 이야기 안에서 중첩된다. 그렇기에, 판타지 설정이 가미된 팩션으로 읽히던 이 소설은, 스릴러의 긴장감을 거쳐 점차로 본격 미스터리가 갖고 있는 수수께끼 풀이의 재미가 붙는다. 시간의 앞과 뒤로 어지럽게 시야를 혼란시키는 퍼즐 조각들은 마지막 반전에서 하나로 모이며 정점을 찍는다. 

작가의 게임 시나리오 작업의 경험 덕분인지, 개성 넘치는 설정과 잘 짜인 스토리 구조와 곳곳에 배치된 복선이 이 작품의 재미를 한껏 높이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서 취해야 할 것과 작가가 장치해야 할 것의 취사선택이 훌륭하여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불사(不死)와 불사의 고통을 다룬 이야기는 많지만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보이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미 소설을 내놓은 경험 있는 작가지만 마치 새롭게 등장한 신인이 쓴 것 같은 '해인'은 작가의 경험과 참신한 발상이 잘 어우러진, 눈여겨볼 만한 한국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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