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미 지음/ 글항아리

 

나체인지 피부색 옷을 입은 건지 알 수 없는 소녀를 담은 사진, 화려한 레이스 드레스를 입은 남성에게 바치는 여성 작가의 열렬한 사랑 고백, 어제는 전시장이었다가 오늘은 카페로 바뀐 의문(?)의 한옥, 아름다운 꽃과 나무 사진에서 느껴지는 정체 모를 음산함, 학·장승·솟대에 국문과 영문이 교차해서 쓰인 이미지, 바그너의 초상이 담긴 한 폭의 동양화..

얼핏 들으면 영화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이 이야기는 '까다로운 대상'이 다루고 있는 200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풍경들이다. 현대 이전의 미술은 주로 감상자가 보고 즐기는 종속적 대상이자 교환 및 거래할 수 있는 객관적 사물이었다. 반면 현대에 들어, 특히 2000년 이후 이 관조의 대상은 봇물 터지듯 사물의 형상과 범주를 벗어나 유동적이고 다양화, 다변화하는 쪽으로 달려왔다.

이 책은 바로 지난 20여 년간 한국 미술에서 눈여겨볼 만한 작가들을 하나의 미술비평 집합체로 내놓는다. 미술비평가로서 그간 현장비평을 활발히 해온 강수미가 배병우, 강홍구, 우순옥 등 이미 입지를 단단히 한 중견 작가들뿐 아니라 함경아 등 주목할 만한 전시를 끊임없이 이어오는 작가, 전채강 등 젊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여기서 살아 움직이는 예술가들의 작품론을 민감하게 읽어낸다.

이들은 이 책에서 하나하나 집중정 분석의 대상이 되지만, 다른 한편 단순한 요소들의 합이 아닌 하나의 구조로서의 속성을 지닌다. 그 속성은 현실적인 점과 이상적인 부분, 시각적인 것과 가능한 해석들, 세속적인 바탕과 형이상학적 의미, 개별적인 면모와 공통성의 분유 등으로 설명될 여러 성격이 그 자신을 보존한 채 한데 모여 있음을 뜻한다. 이들 작가(작품)는 "까다로운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이들이 주체(미술비평가나 관객)의 영향권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체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질적 차원과 정신적 차원이 결합된 작품들은 오로지 예술을 통해서만 논할 수 있는 미적인 것의 가치를 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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