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이수호 칼럼

지난 대선 때 후보자들의 토론 중 엉뚱하게도 ‘주적’ 논쟁이 있었지만, 박근혜 정권의 실질적 주적은 민주노총과 전교조였다.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후보는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종북세력이고 문재인 후보는 종북세력과 한 편이라고 몰아붙였다. 남북분단과 6.25의 비극을 이용한 이념과 안보논리에 수구세력은 결집했다. 박정희를 등에 업은 박근혜는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렇게 정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등 가짜 공약을 스스로 폐기한 후, 민주노총과 전교조로 대표되는 진보 개혁세력을 탄압하는데 열을 올렸다. 결국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를 앞세워 ‘노조 아님’의 행정처분을 통해 법 밖으로 쫓아내고, 민주노총은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나 민중총궐기대회의 주도 책임을 물어, 한상균 위원장을 구속함으로 감옥에 가두었다. 그 과정에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 분노와 정의에 대한 갈망은, 최순실-박근혜의 희대의 국정농단과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 드러나면서 촛불로 타오르기 시작했고, 거대한 시민혁명으로 발전했다. 그것이 작년 가을부터 매주 토요일 스물세차례나 타올랐던 1700만의 촛불혁명이었다.

촛불시민들의 심판은 엄중했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당하고 구속됐다. 아직도 남은 박근혜 세력은, 또 한 번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주적으로 하여, ‘강성 노조’나 ‘손 봐야 할 세력’으로 규정하며, 홍준표를 앞세워 발버둥 쳤지만,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에게 참패하며,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촛불혁명정신에 따라 터 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더 과감하고 거침없는 행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보여준,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이라든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폐기,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등, 시의적절하며 발 빠른 대응은 높이 살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폐청산의 차원에서, 박근혜 정권의 노동운동 등 민중운동을 비롯한 시민사회운동의 탄압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의 구제와 명예회복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 5월 31일 대법원은 박근혜 정권 아래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의 당연한 직무를 수행 중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된 한상균을 징역 3년에 벌금 50만원을 확정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형량이다. 오죽했으면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 그룹’은, 한상균 위원장 구속을 박근혜 정권의 자의적 구금으로 판단하고, 우리 정부에 석방을 권고했겠는가?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 세계인권헌장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인권운동가 조효제씨는 최근에 쓴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이슈는, 그것이 노동이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든, 북한인권이든, 국제인권기준과 권고에 따라 정면 돌파하면 그만이다.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고,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을 역임했으며,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고위관료 출신을 외교장관으로 지명한 나라에서 무엇을 주저하는가?” 사실 그보다 더 큰 힘은 촛불혁명을 주도한 우리 국민 80% 이상이,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을 감옥에서 석방시키고, 전교조를 법 안으로 다시 들어오게 하는 것이, 시급한 적폐청산의 첫걸음이다. 민주노총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주체이고, 전교조야말로 우리 교육의 중심임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지금은 촛불시민혁명이 계속되고 있는 때가 아닌가? <이수호 님은 전태일재단 이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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