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민주주의’ 깃발 내건 J노믹스, 순항할까
‘밥 민주주의’ 깃발 내건 J노믹스, 순항할까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7.06.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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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화두 ‘경제 민주주의’

문재인 정부 시대를 맞아 ‘경제민주주의’가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0주년 행사에서 이 같은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선 10년 만에 처음으로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의 새로운 도전은 경제에서의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새롭게 강조한 ‘경제민주주의’의 방향과 앞날을 전망해 봤다.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다.

문 대통령이 계속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는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일자리 안정을 최우선순위로 언급했다.

“일자리 위기가 근본 원인이다. 일자리는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은 “누구나 성실하게 여덟 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어야 한다”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 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격차를 줄여나가는 ‘사회적 대타협’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협조를 강부했다.

진정한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를 당부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말이다. 이를 위해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시민단체, 비정규직 조직 등을 아우르는 노사민정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의지도 발견됐다.
 

“민주주의는 삶의 방식”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내 민주주의의 후퇴가 없을 것이라는 언급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제도이고, 실질적인 내용이며, 삶의 방식”이라고 규정한 뒤 “헌법, 선거제도, 청와대, 검찰, 국가정보원, 방송 등 권력기관이 국민의 의지를 감시하고 왜곡하고 억압하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의지다. 그는 “민주주의가 정치, 사회, 경제 제도로 정착하고 우리 한 사람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훈련될 때 그 어떤 폭풍 앞에서도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의 의지는 일관된 분위기다. 그는 취임사부터 현충일 추념사까지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층은 물론 지역적 차이까지 고려해 계속해서 통합 메시지를 내놓았다.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사정 통합 메시지는 6번째라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민주주의는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 개념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른바 문재인 노믹스를 의미하는 J노믹스와도 연관이 깊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사용됐던 ‘경제민주화’’란 표현 대신 ‘경제민주주의’란 표현을 쓸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도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주의’ 주장에 힘을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치권은 새 시대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6·10항쟁 기념사에서 “정치민주화뿐 아니라 사회·경제민주화까지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혁명”이라며 달라진 여권 분위기를 반영했다.
 

정부, 시장 개입 ‘불가피’

문 대통령에 따르면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의 민주주의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경제민주주의의 개념을 “더 넓고, 더 깊고, 더 단단한 민주주의”로 확대했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경제적 민주주의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4·19혁명,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 2016년 ‘촛불혁명’을 거치는 동안 사회·정치적 민주주의는 자리를 잡았지만 경제적 민주주의는 미성숙하다는 게 현 정부의 인식이다. 때문에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바로잡는데 앞장서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배의 정의’를 강조한 문재인 노믹스의 방향에 재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가 구현되지 않고 사회 불평등이 지나치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또한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벌개혁,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적폐 청산 등 뿌리 깊은 경제계의 숙제들이 모두 수술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의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핵심적 가치로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 포용하는 민주주의’를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민주주의가 바라는 이상향이 완전한 고용과 그에 맞는 사회 보장인 만큼 정부의 시장경제 개입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조만간 중요한 경제적 이슈들이 새롭게 등장할 전망이다.

11조 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에 발맞춘 정부 위원회 논의도 시동을 걸 전망이다.

특히 추경안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 검토와 예결위 소위원회 및 전체 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일반 예산안과 같이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은 연준이 현재 연 0.75∼1.0%인 정책 금리를 연 1.0∼1.25%로 0.25%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정책 금리 상단은 한국 기준 금리와 같아진다. 한국은행은 작년 6월 9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25%로 내린 후 1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새롭게 업무에 착수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근로자 위원 측 불참으로 무산됐던 회의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석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원으로 제시하고, 재계는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은 고용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하면 이때부터 90일 이내인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위 전원회의가 심의해 결정한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을 대표하는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위가 낸 임금 안을 8월 5일까지 고시하며 새로운 최저임금은 이듬해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경제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깃발을 내건 문 대통령의 여정이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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