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휴일’에도 일을 한다고? 참 이상한 사람이네!
‘징검다리 휴일’에도 일을 한다고? 참 이상한 사람이네!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7.06.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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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5회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여러 명절과 기념일과 국경일 등 이른바 ‘빨간 날’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공휴일. 대한민국의 2017년 공휴일 수는 117일이다. 스웨덴은 2017년 공휴일수가 113일이다. 한국보다 4일이 적다. 언뜻 스웨덴 같은 나라는 한국보다 공휴일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되는데 더 적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스웨덴은 공휴일의 성격과 형태가 다르다.

 

▲ 스웨덴의 직장인들은 자유롭다. 회사에 있을 때도 복장이나 근무 시간에 대한 타율이 거의 없고, 휴가에 대해서도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결정한다.

 

내친 김에 스웨덴의 공휴일을 자세히 살펴보자.

1월 1일은 ‘뉘오르쉬다겐(Nyårsdagen)’. 한국으로 치면 신정이다. 그런데 이 날의 전날인 12월 31일도 공휴일이다. ‘뉘오르쉬아프톤(Nyårsafton)’이라고 한다. 아프톤이란 전날을 의미한다. 주요한 명절은 전날도 공휴일이다. 그리고 1월 6일은 성탄절에서 12일째 되는 날이라고 해서 ‘트레톤데다그 율(Trettondedag jul)’이라고 한다.

4월은 황금연휴의 달이었다. 부활절 때문이다. 부활절이 매년 같은 날은 아니다. 부활절(스웨덴어 Påsk)은 춘분 직후의 만월 이후 첫 번째 일요일. 올해는 4월 16일이었다. 스웨덴에서는 4월 14일 성금요일(롱프리에다겐 Långfredagen)부터 토요일(Påskafton), 그리고 부활절과 그 다음 날인 ‘안난다그 포스크(Annandag påsk)’까지 4일간 연휴였다. 명절 전날이 휴일인 것과 같이 부활절과 성탄절은 명절 다음 날도 공휴일이다. 그리고 4월 30일은 ‘발보리매소아프톤(Valborgsmässoafton)’이라는 명절로 봄이 시작되는 것을 기리는 공휴일이다.

5월 1일은 메이데이. 노조의 영향력이 강한 스웨덴은 당연히 공휴일로 전국의 노조들이 대규모 행사를 벌인다. 노조 가입률이 80%에 이르는 스웨덴 시민들이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 행사를 즐긴다. 그리고 5월 25일은 기독교의 대축일인 ‘크리스티 힘멜스패르스 다그(Kristi himmelsfärds dag)’, 즉 예수승천대축일이다.

6월 6일은 우리로 따지면 광복절과 같은 ‘스베리예 나후날다그(Sveriges nationaldag)’ 스베리예(스베리예)는 스웨덴이라는 뜻의 스웨덴어. 1523년 스웨덴이 덴마크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한다. 그리고 24일은 ‘미드솜마르다겐(Midsommardagen)’, 하지다. 연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이 시기를 즈음해 스웨덴은 본격적인 백야가 시작된다. 이 날도 당연히 전날은 ‘미드솜마르아프톤’으로 공휴일이다.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은 특별한 공휴일이 없다. 그러다가 11월에 또 하나의 기독교와 관련된 명절이 있다. 4일 '모든 성인들의 날‘, 즉 ’알라 헬곤스다그(Alla helgonsdag)‘이다. 전날인 3일을 ’알라 헬고나아프톤(Alla helgonaafton)‘이라고 하며 공휴일로 지낸다. 그리고 12월 25일 스웨덴에서는 ’율(Jul)‘이라고 부르는 성탄절이다. 당연히 전날인 24일은 율아프톤(Julafton)', 그리고 26일은 ’안난다그 율(Annandag jul)‘ 공휴일이다.

한국과 스웨덴의 공휴일은 성격과 형태가 다르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공휴일 그 자체보다도 공휴일과 공휴일 사이에 낀 이른바 ‘징검다리’에 있다. 스웨덴에서 ‘징검다리’는 사실상 공휴일이다. 이 날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올해 경우 5월 25일이 목요일이면서 예수승천일. 당연히 금요일인 26일은 징검다리 연휴로 결국 4일 연휴다. 6월 6일이 화요일인지라 월요일인 5일도 징검다리로 이때도 4일 연휴다. 스웨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한국인 이상호 씨(가명)는 지난 6월 5일 쉬지 않고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날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이 씨 혼자였다. 회사의 상사도 그 날 일을 하려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씨는 결국 ‘등 떠밀리듯’ 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직장인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징검다리 휴일을 모두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전경련이나 경총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기업들은 “Never!!!”를 외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 보수 정당들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징검다리 휴일을 누릴 수 있는 직장인은 극히 드물다. 스웨덴의 공휴일이 한국의 그것과 내용에서 완전히 다른 이유다.

 

▲ 스웨덴의 명절들은 기본적은 기독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명절이 기독교의 축일이다. 스웨덴의 크리스마스는 율(Jul)‘이라고 부른다.

 

또 스웨덴에서는 몸이 아플 경우 7일에 한해 아무런 증빙 없이 쉴 수 있다. 물론 병가 처리도 아니고, 연차 휴가에서 제하는 것도 아니다. 무리해서 회사에 나와도 효율도 떨어질 것이고, 또 다른 동료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쉬기를 권고한다. 물론 유급이다. 다만 이 경우 해당 기간의 급여는 회사가 주지 않고 국가의 보험으로 지급된다. 회사 입장에서도 재정적인 손실이 없으니 아픈 사람이 굳이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 보는 일이 없는 것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 길이 막힐 경우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 미덕으로 꼽히는 것은 ‘아파서 죽겠어도 회사에서 죽어라’다. 무대 위에서 죽는 게 소원이던 이사도라 덩컨도 아닌데. 죽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에 나가야 하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들으면 기겁을 할 얘기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스웨덴이 한국과 다른 것은 연차 휴가다. 스웨덴의 법정 연차 휴가는 35일이다. 한국이 근로기준법상 15일에서 25일인 것에 비하면 최대 2배 이상 많다. 휴가의 질도 다르다. 대체로 한국의 기업들이 연차 휴가를 연속 사용하는 한계는 5일이다. 즉 앞뒤의 주말을 포함해서 9일간 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렇게 휴가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반면 스웨덴은 연차 휴가 연속 사용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다. 스웨덴 최대 은행인 SEB의 한 은행원은 30일의 휴가를 연속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는 7월 1일 토요일부터 8월 13일 일요일까지 총 44일, 거의 한달 보름간의 휴가를 떠난다.

스웨덴의 공휴일과 휴가가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집중과 효율이다. 쉴 때 확실하고 제대로 쉬어주는 것이 일의 효율성을 더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노동자의 천부의 권리다. 어떤 누구도 이러한 권리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쉴 수 있는 권리와 쉬게 해줄 의무, 그리고 그 기준은 노동자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은 결국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동 생산성으로 드러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노동을 하고도 개인이든 기업이든 또는 국가조차도 효율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가 되새겨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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