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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올라서니 참 붉다, 임진강 물들이는 저녁노을…

<김초록 여행스케치> 즐길거리 가득한 파주의 여름 김초록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6.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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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을 끼고 달리는 자유로는 경기도 파주의 관문이다. 시원하게 뚫린 자유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색다른 건물들이 나타난다. 교하읍 문발리 평야에 들어선 파주출판도시다. 인쇄, 편집, 물류, 유통 등 출판의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으로 창비, 민음사, 열화당, 샘터사, 한길사 등 국내 유수의 출판사가 이곳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심학산이 둘러싼 출판도시 중심부에는 갈대숲과 샛강이 흐르고 입주한 출판 관련 업체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외관을 보여준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예술이고 문화다. 도로를 따라 가지런히 들어선 색다른 건물들을 보면 건축예술의 각축장 같다는 느낌을 풍긴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개방도서관은 카페 같은 분위기에 서가에 수 만권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녹음 드리운 심학산 둘레길

걷는 즐거움이 있는 심학산 둘레길

출판도시 뒤쪽에 솟아 있는 심학산(193m)은 전망이 빼어나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서패리 배수지에서 약천사~배밭 정자~전원마을을 잇는 둘레길(트레킹 코스, 총 길이 6.8km)을 걸어볼 만하다. 정상에 오르면 파주 시가지는 물론 한강과 임진강이 아스라하고 북한땅도 바라볼 수 있다. 함경남도 안변군 마식령에서 발원한 임진강(전체 길이 254km)은 강원도 북부 지역을 거쳐 경기도 파주에서 한강과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간다. 산행 코스는 몇 개 있지만 심학초등학교~약천사~정상을 잇는 코스가 가장 좋다. 산 중턱의 약천사(藥泉寺)에 약천으로 불리는 약수터와 작은 주차장이 갖춰져 있다. 약수터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20~30분쯤 걸린다.

 

▲ 외관이 독특한 출판도시의 건물들

 

심학산에서 나와 북쪽으로 10분쯤 거슬러 오르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각 분야(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의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국내 최초의 문화예술 공동체인 헤이리마을(www.heyri.net)이 있다. ‘헤이리’라는 이름은 파주의 전통농요 ‘헤이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미술관, 책방, 박물관, 스튜디오, 카페, 전시관, 공연장,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아트숍 등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 공간이 조화롭게 자리잡고 있다. 이들 시설을 이용하려면 가급적 덜 붐비는 오전 시간대에 찾는 게 좋다. 이곳에 둥지를 튼 건물들은 국내외 유명 건축가가 만들었으며 산과 구릉, 들판, 개천, 늪지 등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 설계했다.

 

 

▲ 프랑스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프로방스

프로방스에서 즐기는 프랑스 여행

프랑스 남부도시 프로방스(PROVENCE)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프로방스’에도 들러본다. 이곳에는 프랑스풍의 낮은 파스텔 톤 건물이 빼곡한데, 숍들로 가득한 거리를 돌아다니노라면 마치 프랑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여유와 낭만이 한껏 풍기는 오밀조밀한 거리 좌우로는 고소한 빵 냄새를 풍기는 레스토랑이며 도자공방, 카페들이 즐비하다. 허브 향이 진하게 묻어나는 허브정원에 앉아 있으면 눈, 코, 입이 즐겁다. 프랑스 가정식을 먹어볼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도 인기다. 프로방스는 어스름녘에 찾으면 좋다. 맘에 드는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 임진강과 한강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랑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프로방스의 카페 건물
▲ 반구정 앞의 방촌영당, 황희 정승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임진각 쪽 자유로 당동 나들목으로 빠지면 조선시대 명재상 황희(黃喜, 1363~1452)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냈던 반구정(伴鷗亭)이 있다.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진 정자를 후손들이 복원했다. 임진강이 굽어보이는 정자에 오르면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인다. 시간이 맞는다면 이곳에서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노을 색은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다. 반구정 아래에는 황희 정승의 영정을 모신 방촌영당과 제사를 모시는 영모제, 그리고 그의 동상이 서 있다. 반구정에서 차로 5분 거리인 탄현면 금승리에는 황희 정승의 묘소가 있다.

 

 

▲ 벽초지식물원의 생태연못

꽃들의 정원, 벽초지문화수목원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문화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색다른 공간이다. ‘꽃ㆍ나무ㆍ땅, 그리고 물과 어울린 터’라는 뜻의 벽초지(碧草池)는 여느 식물원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차게 꾸며져 있다. 모두 1400여 종의 식물을 갖추고 있으며 풀 하나 꽃 하나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벼루의 원료로 알려진, 흑오석으로 지은 정문을 들어서면 물을 뿜어 올리는 분수대와 형형색색의 허브들이 자라는 중앙광장이 반긴다. 주제정원인 퀸스가든(여왕의 정원)부터 둘러본다. 동양과 서양의 꽃들이 서로 질세라 화려함을 맘껏 뽐내는 곳이다. 보라ㆍ아이보리ㆍ꽃분홍ㆍ노랑 등등 앙증맞은 꽃밭 가운데 있노라면 저 유럽의 어느 정원에 와 있는 듯하다. 요즘엔 튤립이 만개해 정원 전체를 화사하게 꾸며놓고 있다.

퀸스가든을 둘러보고 숲길을 따라가면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호수(벽초지)가 나타난다. 수목원 한가운데 자리한 호수 둘레로는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을 비롯해 부채붓꽃, 미나리아재비, 동의나물, 수련 등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그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호수는 비록 인공적으로 만들었지만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자아낸다.

 

▲ 꽃이 만발한 벽초지식물원

 

곳곳에 마련된 숲길(단풍 터널 길, 주목 터널 길, 버드나무 길)은 청량하다. 특히 잘 가꾼 아치형 나무터널인 주목 터널 길은 연인들이 좋아하는 천상의 산책 코스다. 하늘로 쭉쭉 뻗은 70m 길이의 주목 터널을 걷노라면 마치 동화 속 세상으로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목원 곳곳에는 오솔길과 벤치가 놓여 있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천국의 광장(Heaven’s Square)도 있다. 수목원 가장 안쪽으로 가면 동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여신들, 포도를 따 먹는 어린 아이의 조각상 등이 전시된 서양식 정원을 볼 수 있다.

사진 작품을 전시한 아트 갤러리와 허브차와 아이스크림, 허브 돈까스, 새싹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도 들어서 있다. 관람시간은 9시부터 일몰 때까지고 관람료는 어른 8000원, 중고생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031-957-2004)

 

 

▲ 공공미술작품들이 수놓은 평화누리공원

셔틀버스로 둘러보는 민통선 안보 관광

이번에는 민통선 관광에 나서보자. 한국전쟁의 상처가 새겨진 임진각 옆 DMZ 매표소에서 출입신청 절차를 거쳐 셔틀버스(평일 1시간 간격, 주말 30분 간격)를 타고 통일대교를 건너 민통산 안 마을인 통일촌, 도라산전망대, 제3땅굴 등을 견학할 수 있다. 민통선 출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가져가야 한다. DMZ 관광 사무소(031-954-0303, 0640).

 

▲ 임진각 전망대
▲ 임진각 철조망에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리본이 가득 메달려 있다.
▲ 임진각에 있는 망배단

 

매주 월요일과 국경일은 휴무. 한편, 임진각 관광지에는 경기도민들이 평화의 뜻을 담아 만든 평화의 종을 비롯해 망배단, 자유의 다리,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 장단콩 전시관, 임진강지구 전적비, 미국군 참전비, 임진강 철교, 임진강역, 평화누리공원 등 볼거리가 많다.

 

▲ 임진각에 전시된 증기기관차
▲ 평화누리공원의 연못 카페가 눈길을 끈다.

 

이 중 완만한 구릉을 따라 색다른 공공미술 작품들이 설치된 평화누리공원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가족, 연인끼리 설치 작품도 볼 겸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언덕에 설치된 수많은 바람개비는 분단과 대결의 장에서 벗어나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모두 둘러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 화석정

율곡 이이의 자취를 찾아서

임진각에서 자유로(37번국도)를 따라 연천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 언덕에 화석정이 있다. 율곡 이이가 여생을 보낸 곳으로 반구정처럼 임진강을 옆에 두고 있어 주변 경치가 뛰어나다. 이 정자는 율곡 이이의 선조인 이명신이 세운 것이다. 정자 옆에 서 있는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세월의 깊이를 말해준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임진강 물줄기와 파주 들녘은 평화롭다. 정자 안에는 율곡 선생이 8세 때 지었다는 시액(詩額)이 걸려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썼다는 ‘화석정(花石亭)’ 현판도 눈길을 끈다.

 

▲ 자운서원
▲ 자운서원 언덕에 자리잡은 율곡 이이 묘소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8km쯤 떨어진 자운서원(법원읍 동문리)은 파주 태생인 율곡 이이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곳으로, 서원을 둘러싼 자운산 자락에는 율곡 선생 내외와 어머니 신사임당이 다른 가족들과 함께 묻혀 있다. 가족묘는 특이하게도 율곡 부부의 묘가 부모의 묘보다 높은 곳에 있다. 이는 부모의 묘가 비바람에 훼손될 것을 염려해 자식들이 높은 데서 지키려는 효심에서란다. 율곡과 그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는 기념관도 꼭 둘러보자.

 

▲ 각종 민속생활용구를 모아놓은 두루뫼박물관
▲ 예종과 장순왕후가 잠든 공릉
▲ 진종과 효순왕후가 잠든 영릉

 

자운서원 인근에는 옛 농기구와 우리 조상들이 쓰던 생활 용구들을 모아놓은 두루뫼박물관이 있어 연계해 둘러보면 좋다. 박물관 뒤쪽의 초리골 삼림욕장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곳이다. 해발 300미터의 산들이 능선으로 이어져 있는데 전망대에서 보는 파주 일대의 풍치가 그만이다. 곳곳에 야생화와 깊은 계곡이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좋다.

조리읍 봉일천리에는 공릉(恭陵), 순릉(順陵), 영릉(永陵)을 모신 파주 삼릉이 있다. 공릉은 조선 제8대 왕 예종(1450~1469)의 비인 장순왕후(1445~1461) 한씨를 모신 곳이고, 순릉은 조선 제9대 성종의 비인 공혜왕후 한씨를 모신 곳이다. 영릉은 조선 제21대 영조의 맏아들인 진종과 그 비(妃)인 효순왕후 조씨를 모신 곳이다. <여행작가/ 수필가>


 

여행팁 (지역번호 031)

♦가는 길=심학산과 출판도시는 자유로 문발 나들목에서 가깝다. 성동 나들목으로 나오면 헤이리마을, 프로방스, 오두산통일전망대를 볼 수 있다. 반구정은 당동 나들목에서, 임진각과 평화누리공원, 화석정, 자운서원, 두루뫼박물관은 문산 나들목에서 빠진다. 서울-자유로(통일동산 방향)-문발 IC(광탄/금촌)-광탄삼거리(시장)-벽초지수목원, 구파발(통일로)-삼송리검문소-통일로 대자삼거리-39번 도로(의정부 방향)-고양동삼거리(광탄, 서울시립묘지 방향)-보광사-창만사거리(양주 방향)-벽초지수목원.

♦맛집=파주는 볼거리 못지않게 맛집도 즐비하다. 임진강에서 나는 황복과 장어는 보양식으로 으뜸이다. 반구정, 화석정, 적성 쪽에 장어구이와 황복 회, 매운탕을 파는 식당이 몰려 있다. 반구정나루터집(952-3472). 임진각 주변에 있는 장단가든(954-1559), 통일동산두부마을(945-2114), 장단콩마을(954-3443) 등은 파주의 명물인 장단콩 요리를 잘한다. 심학산도토리(941-3828)는 도토리 전문 맛집이다. 이밖에 옛날시골밥상(945-5957), 물빛하늘풍경(948-3585)은 맛깔스런 한정식을 내놓는다.

♦숙박=헤이리마을 주변에 헤이리애펜션(010-6202-2969), 헤이리하이디하우스(942-0130) 등의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문산읍, 교하읍, 조리읍에도 잠자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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