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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를 초월한 학자 다산의 공심(公心)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6.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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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선조 8년 서인(西人)과 동인(東人)으로 당파가 나뉜 이래 크건 작건 당파싸움은 끊이지 않았고, 나라가 망하는 그날까지 당쟁은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숙종·경종 연간의 당파싸움은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한 살육전이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극심한 폐단이 계속되자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영조·정조 시대에는 ‘탕평책’이라는 미봉책이 등장하여 살육전이 그치는 듯했지만, 정조의 붕어로 벽파라는 당파가 재집권하면서 ‘신유옥사’라는 전대미문의 혹독한 살육전이 전개되기에 이릅니다. 다산 정약용은 그때의 희생자로 긴긴 유배살이를 겪어야 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정조의 탕평책 덕분에 다산은 문과에 급제하여 좋은 벼슬도 역임할 수 있었지만 다산의 뛰어난 학식과 탁월한 관료로서의 능력 때문에 정조는 참으로 깊고 크게 다산을 신뢰하고 의존했던 처지였습니다. 23세의 다산은 성균관 생도의 신분으로 정조에게 불려가 『중용(中庸)』이라는 경서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임금이 다산에게 『중용』에 근거를 둔 「사칠이기(四七理氣)」에 대한 답변으로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가 논한 이론의 차이점을 말하라고 명했습니다. 질문을 받은 다산은 답변서를 올렸습니다. 그때에도 남인들은 퇴계의 학설만 옳고 율곡의 학설은 그르다고 여기던 때인데, 남인이던 다산은 퇴계의 학설보다는 율곡의 학설이 옳다는 결론으로 답변서를 올렸습니다.

성균관의 동재에는 남인들이, 서재에는 서인들이 기거하던 때라, 동재에서 다산을 비방하는 소리가 빗발쳤지만, 정조의 평가는 뜻밖이었습니다. “정약용이 답변한 강의 내용은 일반 세속의 흐름을 벗어나 오직 마음으로 이를 헤아렸으므로 견해가 명확할 뿐 아니라 그의 공정한 마음(公心)도 귀하게 여길 만하니 마땅히 정약용이 답변한 강의 내용을 첫째로 삼는다”라고 평가를 내렸다는 것입니다. 뒤에 알고 보니 정조도 전에 그에 대한 논문으로 「사칠속편(四七續編)」을 지었는데, 정조도 율곡의 학설이 옳다는 결론을 내려 다산의 주장과 자신의 주장이 일치하자, 더욱 정조는 다산의 주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 다산 정약용

다산은 세상이 다 알고 있던 남인 출신으로 세속의 흐름으로 보면 당연히 퇴계 학설이 옳다고 해야 했지만, 그의 공심(公心)은 당론에 치우치지 않고 명확한 근거를 열거하여 서인들이 존숭하는 율곡의 학설이 옳다고 했으니 그의 심사가 얼마나 공정했는가를 바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뒷날 장기현에서 귀양살던 다산은 「이발기발변(理發氣發辨)」이라는 논문을 써서 이(理)와 기(氣)의 글자는 같지만 퇴계가 사용한 글자와 율곡이 사용한 글자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평가는 내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산 말년의 「자찬묘지명」이라는 글에서는 ‘기발’이라는 율곡의 주장이 가장 옳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다산의 결론처럼 퇴계와 율곡은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였습니다. 퇴계도 ‘해동공자’라는 추앙을 받지만 율곡도 ‘해동공자’라는 추앙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현이었습니다. 남인 선배인 대학자 다산의 주장을 존중해 준다는 뜻에서라도 이제는 제발 남인 후예들이 율곡을 비방하고 폄하하는 일을 멈춰주면 어떨까요.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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