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 농업의 산업자본화도 위기의 큰 원인인데.

▲ 국가의 최소 기본조건은 식량과 농업이다. 특히 농업과 농촌, 농민은 국가의 근본주체다. 농업이 곧 국가이자 생명자원이다. 그런데 자본가와 정치가들은 농업을 단순히 이윤창출 도구로 여긴다. 신자유주의적 상인정신과 천민자본주의로 결탁한 정치인과 사회, 학계, 언론계도 산업화를 부추겼다. 지난 9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보여준 농업정책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약육강식의 정글법칙만 남았다. 경쟁력 없는 산업은 도태시켰다.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도처에서 기업과 노동자 퇴출 풍조가 만연했다. 국가 기초산업인 식량-농업도 퇴출될 위기를 맞고 있다. 농정의 주체인 농민생산자의 존재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 오직 이윤과 생산성, 경쟁력, 효율성만 판치는 세상이다.

 

 

- 왜 농업이 중요한가.

▲ 한국은 급속하게 산업화와 정보화, 세계화를 따라갔다.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이 21세기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만능시대가 와도 농업의 기본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생명을 주는 먹을거리와 환경생태계의 소중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농업과 농민을 방치하면 일시적으로 다른 산업경제가 발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필경은 파멸을 맞는다. 동서고금을 보더라도 농업과 농촌·농민, 3농이 쇠퇴하면 국가도 사라졌다. 과거 영국도 2차 세계대전 후, 표면상 식량자급을 이뤘다. 1990년대 공장 식 산업농업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농정관료들의 탈선과 광우병 등으로 농축산업이 재앙을 맞아 위기에 처했다. 로마제국도 토지자본가와 지배계급의 이익만 불려줬다. 농지사유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지력(地力)이 자본가 이윤과 직결되었다. 생산성만 추구하던 로마가 파멸한 원인이다.

 

 

- 한국의 농정이 위태롭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부터 해마다 발생하는 구제역 사태와 AI(조류독감) 피해가 예사롭지 않다. 위해(危害) 사태가 날 때마다 농림부의 존재에 의구심이 든다. 업무 보고 때는 윗사람 기쁘게 하는 현란한 신조어만 난무한다. 농민-소비자를 위한 농정은 어디에도 없다. 농정의 기본인 농지소유실태는 문란할 대로 문란해졌다. 법이 금하는 소작행태와 임차농업 문제 등은 언제부터인지 슬그머니 빠졌다. 역대 대통령과 농정당국이 창조농업이니 미래성장 산업이니 강조해도 농민의 가슴은 울리지 않는다. 관료들의 농정업무 성과 선전과 자화자찬은 농민을 역겹게 한다. 국가의 농업수출이 늘어나도 신선한 유기농 농산물의 수출은 갈수록 줄고 있다. 수출품목도 고작해야 수입한 원료를 가공한 라면, 초코파이, 음료 등이 대부분이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50여 국가와 FTA 협상을 숨 가쁘게 체결했다. 쌀 시장도 완전 개방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인 한국은 가장 많은 국가와 FTA를 타결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관료들이 추진한 협상내용을 국민과 농민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비밀주의와 불통주의가 농정을 망치는 원인이다.

 

 

- 새 정부의 농정개혁, 어떤 방식이 되어야한다고 보는가.

▲ 현재 선진국들의 농업정책은 로컬(지방현장) 중심이다. 지역마다 풍토가 다르고 기후환경이 다르다. 우리나라도 땅은 작지만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의 생태계와 농업환경이 다르다. 따라서 중앙중심의 탁상행정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 지역별 현장중심 농정으로 전격 전환해야 한다. 현재 농정관료들의 80%가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농업현장 현황파악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과밀한 구조다. 머리만 크고 비대해진 관료조직을 타파하지 않으면 한국농업의 미래는 어둡다. 중앙정부 20%, 지자체 80%로 조직을 분산시켜 현장중심 체제로 바꿔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농정을 운영하고 있다. 21세기 농정은 로컬현장 중심정책이다.

 

 

- 농업이 몰락한다면 그 원인은.

▲ 앞서 말했듯이 영국농업의 몰락 원인은 영국정부의 이상한 농정이 문제였다. 농정관료들의 대응방식과 무능 때문이다. 차관급인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한 김영욱 박사는 한국농업이 몰락한다면 주범이 농림부 공직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무능한 관료들은 전국농지의 투기적 소유현황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성사과나무와 배나무 등 과수묘목과 인삼종자가 얼마나 중국에 수출되었는지도 모른다. 중국산 김치는 국민식탁에 오르지만, 한국산 김치는 한 포기도 수출을 못 하게 만드는 절름발이 농정이 농업쇠망을 부추기고 있다. 반면에 대규모 기업농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100% 수입 곡물로 사육한 축산농으로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영세한 농민은 피폐되고, 농업환경 생태계가 파괴되는 상황이다.

 

 

- GMO 문제가 심각하다.

▲ 영국만 해도 잇따른 농업대재앙의 직격탄을 맞아 농축산업이 병들어 나라가 기울어졌다. 늦게나마 정부의 명칭을 ‘환경-식품-농촌부’로 변경하고 각오를 새로 다졌다. 외형적이지만 우리도 명칭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를 ‘수입부’로, 농촌진흥청을 ‘농약 및 화학농업 진흥부’, ‘대기업 농약비료 산업부’ 등으로 이름을 바꿔야 맞을 것 같다. 한국은 농업-농촌-농민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연쇄몰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국은 농약 중에 최고 독성을 가진 발암성 제초제(글리포세이트)와 각종 농약을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성 경고에도 대놓고 안전하다고 하는 기관이 농촌진흥청이다. 심지어 GMO 농산물이라도 세척을 잘하고 영농기록을 잘하면 우수안전농산물(GAP)로 지정한다. 이름도 취지와 걸맞지 않는 ‘GAP(Good Agricultural Product)’ 농산물을 농림부가 공식 인정해주면서 전체 농산물의 50%까지 확대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들은 GMO-제초제를 개발한 몬산토와 대기업, 농약협회, 장학생들을 추종하는 세력이라 볼 수밖에 없다. 몬산토 제초제(글리포세이트)는 월남전 당시 미군이 쓰던 고엽제의 원료다. 아주 맹독성이 강한 농약이다. 이런 독성을 적당하게 낮춘 것이 GM 제초제다.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가 이것을 많이 썼다. 제초제의 위험성을 깨달은 브라질의 경우 2018년부터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기로 선언했다. 이웃나라 아르헨티나도 금지할 가능성이 높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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