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권리’ 4년 연속 1등 스웨덴과 꼴등 대한민국, 그 차이는?
‘노동자 권리’ 4년 연속 1등 스웨덴과 꼴등 대한민국, 그 차이는?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7.06.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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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6회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2014년부터 세계 139개국을 대상으로 세계권리지수(ITUC Global Rights Index)라는 것을 조사해 발표했다. 부제로 ‘노동자의 폭력과 억압 증가(Violence and repression of workers on the rise)라고 붙여진 이 조사 보고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97개의 지표를 가지고 각 나라의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억압을 표시한 것이다.

권리의 침해가 ‘비정기적(Not regular violations of rights)’인 1등급, ‘반복적(Repeated violations of rights)’인 2등급, ‘정기적(Regular violations of rights)’인 3등급, ‘체계적(Systematic violations of rights)’인 4등급, 그리고 ‘권리의 보장이 없는(No guarantee of rights)’ 5등급까지. 나는 2014년부터 4년 연속 5등급에 속한 나라에서 살다가 최근 2014년부터 4년 연속 1등급에 속한 나라로 이주했다. 전자는 대한민국이고, 후자는 스웨덴이다.

 

▲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의 ‘2017 세계노동권리지수’ 지도 (출처 = ITUC 보고서)

 

ITUC는 2017년 발표된 조사 보고서에서 1등급에 대해 ‘단체 노동권은 보장되고, 노동자들은 자유롭게 정부 또는 회사와 공동으로 권리를 연대하고 방어할 수 있고, 단체 교섭권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는 정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에 속한 스웨덴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우루과이 등 12개국이다. 예상대로 11개 나라가 유럽 국가이지만 그래도 우리보다 열악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우루과이도 포함돼 있는 게 눈길을 끈다.

그러면 한국이 속한 5등급은? ITUC의 보고서에서 5등급은 ‘세계에서 가장 나쁜 국가’라고 전제한다. 그러면서 ‘법에 권리가 명시됐어도 실질적으로 노동자는 그 권리에 접근할 수 없고, 독재정권과 불공정한 관행에 노출돼 있다’고 규정한다. 알제리, 바레인, 방글라데시, 벨라루스, 베냉, 캄보디아, 중국, 콜롬비아, 에콰도르, 이집트, 피지, 그리스, 과테말라, 온두라스,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라오스, 멕시코, 미얀마,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스와질란드, 터키, 우크라이나, UAE, 베트남, 짐바브웨를 그 속에 포함시켰다.

ITUC는 특히 ‘세계 최악의 나라 10(The World's 10 Worst Countries For Workers)‘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온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촛불 혁명을 언급하며, 삼성의 임원들만이 볼 수 있었던 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예로 들기도 했다. ITUC는 ‘노조와 직원을 격리’하고, ‘노조 지도자를 처벌’하며 ‘노조 내부 갈등을 유도’하라는 내용이 담긴 아시아 모니터 리소스 센터 (AMRC)의 2016년 9월 폭로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ITUC는 “(한국의) 노동조합은 오랫동안 국가 탄압의 대상이었다”고 언급하며, “한국 정부 또한 협박과 폭력, 체포 등으로 공무원 노조 및 화물 운송 노조 등의 파업에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해 한국 정부가 공공 서비스 노조와 화물 연대, 그리고 코레일 등의 노동 분규를 어떤 식으로 탄압했는지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 사진=pixabay.com

 

노조 가입률이 10% 수준인 한국과는 달리 80%(생산직 85%는 스웨덴 노조연맹(LO) 가입, 사무직 75%는 스웨덴 전문직노동자연맹(TCO)에 가입)에 이르는 스웨덴은 말 그대로 노조의 천국이다. 모든 기업은 이사회에 반드시 노조를 참여시켜야 하고, 새로운 법인 기업이 설립을 하려면 우선 LO나 TCO 등 노조연맹에 우선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이들 법인 기업은 고용 노동자에 대한 최초 임금 계약에 있어서도 노조연맹의 심의를 받지 않으면 책정할 수 없다. 즉 노조연맹이 제시하는 기준선에 부합해야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급 6470원인 법정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물론 노동계의 ‘1만원으로 인상’ 주장에 대해 자유한국당이나 경총 등이 중소기업을 핑계로 반대하고 있지만. 스웨덴은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굳이 법이 보장해 주지 않아도 ‘일정한 수준’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스웨덴 사람들이 체감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180 크로나, 우리 돈으로 2만 4000원 수준이다. 거의 4배다. 1인당 국민소득(GNI) 차이가 2배인 것을 감안해도 높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이를 집계하는 기관이나 주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런저런 통계를 대충 버무려 봐도 전체 노동자의 40% 수준이다. 스웨덴에도 비정규직은 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임시직’, 또는 ‘대체 노동직’, 또는 ‘시간제 노동직’이다. 고용 형태상으로는 비정규직일 수 있는데,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스웨덴의 비정규직이 많지 않은 이유가 있다. 바로 비정규직의 임금 때문이다.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애절하게 외치는 것 중 하나가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그런데 스웨덴은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이유를 스웨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비정규직이니까”. 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적으니 더 많은 돈을 주는 건 당연한 것 이라는 논리다. 그래서 사업주들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기피한다. 한국의 마트 재벌 신세계 롯데라면 마트 비정규직 아줌마 아저씨들 고용하면서 엄청난 인건비를 내야 하는 셈이다.

스웨덴에서 휴일 근무나 야근 등 추가 근무를 꺼리는 건 노동자보다도 사업주다. 야근의 경우 실질 임금의 2배, 휴일 근무는 2.5배, 성탄절이나 부활절 연휴 등 명절의 근무는 최고 3배까지 줘야 한다. 아르바이트생일 경우는 정규직 임금이 아닌 비정규직 임금에 대해 그렇게 지급해야 하니 어느 사업주가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시키려 들까?

고용 유연성이 강한 나라가 스웨덴이다. 해고가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직돼 있지도 않다. 물론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업주의 주관적 이유로는 정리 해고든 그 어떤 자의적 해고를 할 수 없다. 노사 합의로 해고가 됐다고 하더라도 해고 노동자를 최소 2년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고용 당시 임금에 준하는 실업 급여는 물론 재취업을 위한 무상 취업 교육, 취업 알선까지. 그 모든 비용은 각 기업이 준조세 형태의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Contribution)를 내서 이를 국가가 대신 운용한다.

스웨덴이 세계권리지수에서 4년 연속 1등급이고, 한국이 4년 연속 5등급일 뿐 아니라 2017년에는 ‘노동자에 대한 세계 최악의 나라 10’인 이유는 이외에도 무척 많다. 물론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이 아닌 기업인이 주체가 된 조사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국이 노동자의 권리 신장이 급격히 높아진 나라라는 식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에서 스웨덴과 비교한 객관적 데이터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데이터에 있다.

진영에 따른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GNI가 2만 7000달러인 한국과 5만 달러인 스웨덴의 최저임금은 6470원과 2만 4000원이라는 데이터,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목에 피 터지도록 외치지만, 스웨덴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더 비싸다는 데이터, 한국은 실업 급여를 최고 150만원 받지만, 스웨덴은 2년 동안 실질 임금에 준하는 실업급여를 받고 취업 교육을 마음껏 받을 수 있다는 데이터,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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