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고민, ‘문풍’ 한반도 정국 넘을까
깊어지는 고민, ‘문풍’ 한반도 정국 넘을까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7.06.23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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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사드 배치’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 초기부터 ‘한반도 정국 급랭’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북핵 구상이 보수층의 반발과 한·미 갈등에 대한 우려로 부딪히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동결과 비핵화 논의로 압축되는 정부의 ‘2단계 접근법’을 미국과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연이은 논란도 복잡한 한반도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 ‘산 넘어 산’인 대북 문제와 한미 관계의 재설정을 살펴봤다.

 

 

어느 것 하나도 수월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선거 과정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와 조정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의 ‘워싱턴 발언’ 파장에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한 토론회에서 “북핵 동결이 검증된다면 한·미 군사훈련을 조정하거나 축소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문 교수 발언에 대한 보수층 공세와 오토 웜비어 사망 등으로 악화된 미국의 대북 인식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갈등의 여지를 줄이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언급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해진 뒤에 훈련 축소·조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의 ‘2단계 접근법’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북한과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이 어렵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선 시급한 핵·미사일 활동을 동결시키고 비핵화 논의는 2단계로 넘긴다는 게 핵심이다.
 

사드 ‘순차적 배치’ 논란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미국을 의식하고 수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도 넘기가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한·미가 올해 하반기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1기만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한·미 군 당국이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할 때도 사드 발사대의 순차적 배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2017년 말 실전 운용’이라는 원칙만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제4차 핵실험을 한 데 이어 2월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시 정부는 사드 배치를 공식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양국 실무단의 검토 작업을 거쳐 지난해 7월 8일 양국 군 당국은 사드 배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사드 체계를 실전 운용할 수 있는 시기를 늦어도 2017년 말로 목표하고 있다”면서 “더 빨리 배치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후 경북 성주군을 사드 배치 후보지로 공식 발표하고 롯데 측과 부지 교환 협상에 나서는 등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해 나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단 한번도 ‘순차 배치’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추가로 4기가 국내로 반입됐지만 국방부가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지난 5일 조사 결과 발표 때도 올해 중 발사대 1기, 내년에 5기를 배치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에선 사드 배치를 서두르던 군 당국이 1기-5기 순차 배치를 합의하고는 첫 공식 발표에서부터 이를 숨긴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만 봐서는 한·미 당국이 언제 1기-5기 순차 배치를 합의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양국 합의 내용을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드 배치 지연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한국을 압박하자, 문 대통령이 사드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역공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의 연내 평양방문 구상도 해법 카드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다가올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대화 재개조건’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백악관이 북미 간 대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풀어야 할 숙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최근 문 대통령을 향해 “남북 관계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법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미국과 북한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 지고 있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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