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악질 나지만…해낸다, 100일!
토악질 나지만…해낸다, 100일!
  • 김동환 기자
  • 승인 2017.06.2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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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00일 다이어트 도전기-1회 / 김동환

살을 빼기 위함이 목적인 다이어트는 아니었다. 시작이 어떻게 됐든 목적이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살을 빼자’가 먼저는 아니었단 점이다. 물론 그게 부수적인 선물로 따라온다면 더 없는 혜택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결론은 난 지금 살을 빼야 한다. 살 때문에 온 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뜻하지 않은 사건 이후 몸은 망가지고 마음도 망가져 버렸다. 믿음에 대한 배신감, 그에 따른 공허감을 술로 풀어냈다. 가장 좋지 않은 과정이다. 급기야 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알코올 의존증 증세까지 불거질 위기감을 겪었다. 단순한 논리이지만 “벗어나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스스로 인지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반은 해결된 상황이면 된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지만 사실 도움이 필요한 시기였다. 온 세상의 다이어터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스스로의 의지로만 가능하다면 ‘다이어트’란 단어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게 도움이 필요한지 동기가 필요한지 목적이 필요한 것인지는 구분을 지어야 한다. 난 동기 부여가 필요한 것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 합격자 첫 날 오리엔테이션 현장 모습

 

이미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정보 하나를 활용했다. 유명 헬스트레이너 아놀드홍이 몇 년 째 재능기부로 이뤄지고 있는 ‘100일간의 약속’이다. 값비싼 트레이닝을 공짜로 배울 수 있고 또 결과가 좋다면 멋진 몸을 가질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 옷을 벗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렇다.

‘100일간의 약속’은 참가 신청을 위해 자신의 속살을 내비쳐야 한다. 출렁이는 뱃살과 늘어진 팔뚝 그리고 여성의 유방을 연상케 하는 ‘툭’ 불거진 가슴 라인의 내 몸, 내가 봐도 가관이었다. 이건 마누라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모습이다. 하지만 참가 신청에는 벗은 몸 사진이 필수. 물론 올누드는 아니니 상상은 금물.

자, 이제 일목요연하게 지원하는 이유와 살을 빼야만 하는 목적 등을 사진과 함께 이메일로 발송. 머릿속은 이미 ‘식스팩’ 왕자로 거듭나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나다. 사실 서류가 통과해 면접을 보고 ‘100일간의 약속’에 선발된다고 해도 걱정은 걱정이었다. 내가 정말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말이다. 술로 망가진 내 몸, 담배로 썩어버린 나의 폐. 콜록콜록.

그리고 며칠 뒤 노트북 이메일을 확인하는 데 ‘헉’하는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서류 전형 합격’ 통보다. 대기업 입사시험의 서류 합격도 이보다 기쁘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겨우 살 빼는 데 무슨 면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놀드홍의 ‘100일간의 약속’은 평균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한다. 재능 기부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도 우습지만 금액적으로 따진다고 해도 상당하다. 당연히 지원자가 엄청나게 몰린다. 아마도 태어나서 이 정도의 경쟁률을 뚫은 것은 대학 입시 이후 처음이 아닐까. 괜히 뿌듯해진다.

며칠 뒤 낙성대에 있는 ‘이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이곳은 백석대학교 재단에서 만든 청년 문화 공간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청년들을 위해 공부도 할 수 있고 간단한 끼니도 해결할 수 있고, 또 세미나 공간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에서 아놀드홍 트레이너 및 여러 멘토들과 함께 면접을 보게 됐다.

사실 지금도 말하기는 부끄럽다. 하지만 무언가에 절박함을 느끼고 시작한 도전이었다. “최소한 한 가지는 나도 돼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선발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구직 상태이며, 그것에 지치고 지쳐있던 순간이다. 정신이 무너지니 몸이 무너지고 결국에는 생활 자체의 패턴이 뒤바뀌어 버렸다. 모든 것이 의미 없이 흘러가는 듯 했다. 그 순간 이것만이 내겐 어떤 돌파구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난 단 번에 합격을 했다. 다른 이들은 두 번 세 번의 도전으로도 합격증을 못 받았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는데 말이다. 휴대폰 메신저에 합격자 단톡방이 떴고, 내가 그 방에 초대가 됐다.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된 듯 신이 났다. 이제 열심히만 하면 된다.

첫 오리엔테이션날. 아놀드홍 트레이너가 “이 기회가 다른 누군가에겐 간절함이었을 수도 있다. 헛되이 생각할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따끔하게 한마디 하신다. 그래, 살을 빼는 게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난 무언가를 바꾸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것을 잡아보련다.

간단한 서약서 작성이 이뤄졌다. 100일간의 트레이닝 기간 동안 규칙을 준수하고 아놀드홍 트레이너를 포함해 진행을 도와주는 멘토(트레이너)들의 지시에 잘 따를 것, 지각 결석에 대한 규칙 등등. 못 지킬 게 뭐가 있는가. 까짓 거 100일 뒤 나도 멋들어진 식스팩을 이 축 처진 배에 아로 새길 것인데.

서약서 작성 뒤 ‘before’ 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여자들은 스포츠 브라에 반바지, 남자는 상의 탈의에 반바지. 므흣한 상상은 금물. 다들 간절함을 안고 이곳에 모였으니 부끄러움은 잠시 접어 주머니에 꼬깃꼬깃 집어넣었다. 나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여성 포함) 앞에서 윗옷을 벗고 맨살을 드러낸 것은 수영장을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 아놀드홍(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과 ‘100일간의 약속’ 운동 코칭 전담 멘토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뤄지는 운동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일반적으로 아령(덤벨) 역기(바벨) 등을 통해 이뤄지는 헬스장 근력 운동이 아니었다.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이뤄지는 유산소 운동도 아니었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맨몸 운동 프로그램이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동영상을 보면서 한두 번 정도 따라해 본 게 전부였다. 사실 그때는 그랬다. “이걸로 살이 빠지고, 이걸로 몸짱이 될 수 있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는 운동 3주차에 접어든 상태다. 지금까지의 경험담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토악질이 나오고 현기증이 날 정도’다. 세상에 맨몸 운동이 그렇게 힘이 드는지 처음 알았다. 이 소감은 순수 100% 경험담에서 나온 것이니 완벽하게 신뢰해도 된다. 더군다나 아놀드홍의 ‘100일간의 약속’이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음식이다. 헬스장에서 비싼 돈을 내고 PT(개인 트레이닝)를 받으면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게 ‘식단 조절’이다. 닭 가슴살, 그리고 단백질 보충제. 하지만 운동을 그만 두면 엄청난 ‘요요현상’이 오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아놀드홍의 ‘100일간의 약속’은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으며 이뤄지는 ‘요요 없는’ 운동이 주된 목적이다. 이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정말 가능했다. 벌써부터 늘어졌던 배가 쏙 들어가고 있으니. 다음 편에는 요일별 운동 프로그램의 강도와 특징 등을 설명해 보겠다.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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