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의혹 조작’ 후폭풍

‘가짜 뉴스’의 존재는 사실이었다. 국민의당이 대선 참패 이후 최대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지난 대선 기간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을 뒷받침 하는 증언이 담긴 녹취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허위제보로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검찰은 국민의당에 허위 내용을 제보한 당원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다 밤늦게 긴급체포하는 등 바쁜 행보를 걸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고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과했다. 정치권에 불어닥친 ‘허위제보’ 태풍을 살펴봤다.

 

 

정치권이 또 다시 ‘진실’ 전쟁으로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장본인이 ‘정치 혁신’을 부르짖던 국민의당이어서 충격은 더욱 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측은 대선을 앞둔 지난 5월 초 기자회견을 통해 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증언이라며 증거를 제시했다. 2008년 9월부터 2년간 준용 씨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함께 다닌 동료의 육성 증언을 공개한 것이다.

이 동료는 당시 공개한 육성 녹음 파일에서 “(준용 씨가) '아빠가 얘기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빠가 하란 대로 해서 했던 걸로 난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함께 였다.

이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 측은 카카오톡 제보내용을 토대로 “준용 씨는 아빠 덕에 입사해서 일도 안 하고 월급 받는 게 문제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한 것 같다”며 “고용정보원을 아빠 친구 회사쯤으로 여겼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당시 “이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범죄행위가 된다”며 “정유라의 입시부정과 문준용의 취업부정은 특권층의 불법적인 특혜와 반칙이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어이없는 ‘공작 정치’

녹취록 공개 직후 민주당 측은 해당 인터뷰가 '가짜'라며 국민의당 측을 검찰에 고발했고, 국민의당은 민주당 측을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제보자의 실토로 이 같은 제보는 모두 거짓인 것으로 나타냈다. 녹취 파일을 제보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는 검찰 출석을 눈 앞에 둔 지난 24일 국민의당 측에 자신의 제보가 조작이었다고 뒤늦게 실토했다.

국민의당은 녹음 파일과 카톡 캡처 화면을 당시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통해 이 씨로부터 제보를 받아 공개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녹취에 등장한 ‘준용 씨 동료’는 이 씨의 친척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연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톡 메시지 역시 조작으로 판명되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국민의당은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력을 총동원해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친인척 의혹이 ‘조작’으로 드러나면서 당 존립까지 흔들리게 됐다.

대선 패배 이후 존재감 약화로 위기에 빠진 국민의당으로선 당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씨가 해당 제보에 대해 자의적으로 직접 작성한 거짓 자료라고 자백했다며 관련 의혹 제기가 조작된 것임을 시인했다. 그는 “본의 아니게, 국민 여러분께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혼란을 드려서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사자인 문 대통령과 아들 준용씨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길 바라며, 결과에 따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공작정치’로 규정하며 검찰에 철저한 배후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백혜련 대변인은 “국민의당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사과’를 한 것이 아니냐”며 “안철수 전 후보 등 책임자들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후보도 다시 정치권의 중심으로 소환되는 분위기다. 조작 당사자인 이씨는 안 전 후보가 근무했던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출신으로 2012년 18대 대선 때도 안 전 후보의 진심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씨는 최근 “모 위원장으로부터 지시 받아서 한 일”이라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져 메가톤급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씨의 조작된 제보를 공명선거추진단으로 연결시켜준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안 전 후보가 영입한 인물이어서 책임론은 불가피하다.

조작 파문 후폭풍이 당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복귀를 주장했던 동교동계가 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작’과 ‘거짓’의 태풍이 불어닥친 정치권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