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철회해야” VS “적폐 청산”…그 결과는?
“폐지 철회해야” VS “적폐 청산”…그 결과는?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7.06.2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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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외고 폐지 찬반갈등 어디로…

외국어고(외고) 및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지역 자사고 관계자들의 모임인 서울 자사고연합회에 이어 서울 지역 자사고학부모연합회도 집회를 열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론은 폐지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폐지 찬성이 50% 넘게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 위원장 출신 정진후 전 의원이 단계적 폐지 방안을 제시,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교육감, 일방적 자사고 폐지정책 철회”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정책에 반대하는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부모들은 지난 26일 집회를 열었다.

서울 자사고 학부모 모임인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약 2000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폐지정책을 철회하라고 서울시교육청에 촉구했다.

연합회는 “학부모와 학생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일방적 자사고 폐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부모들을 무시하는 불통 행보를 그만두고 즉각 자사고 학부모와 대화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정치적 진영논리를 앞세워 아이들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며 “자사고를 폐지하면 강남 8학군 부활과 하향평준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자사고 폐지정책 철회 등을 촉구하며 보신각-세종대로사거리-강북삼성병원-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했다.

집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일반고 황폐화의 문제, 사교육이나 대학서열화의 문제 등에 공감하지만 그런 문제가 자사고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 학부모는 “일반고에서는 수업시간에 다들 졸고 공부를 안 하는 분위기라고 하더라”며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은 학교를 찾아 아이를 자사고에 보냈는데 이런 학교를 왜 폐지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외고·자사고 폐지는 썩어 빠진 어제와 결별하는 것”

하지만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외고·자사고 폐지는 썩어 빠진 어제와 결별하는 것, 설립근거를 없애고 일몰제를 시행하라’이라며 성명서를 올렸다. 그들은 “우리 참교육학부모회는 두 교육청(서울, 경기도)이 앞장서 외고·자사고 폐지를 공론화하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이는 고교서열화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공교육 정상화의 첫발을 뗀 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회는 “특권학교라고 일컬어지는 외고(국제고 포함)·자사고는 현재 전국에 84개가 존재하며 고교 다양화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 때 확대·도입되었다. 당시 도입 배경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의 다양한 교육적 수요에 부응하여 학교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외고·자사고는 입시 명문고를 자임하며, 비싼 교육비로 일부 계층만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였다”며 “오히려 교육기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낳음으로써 교육 양극화를 공고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교육을 시장 논리에 맡겨 교육을 수요와 공급으로 나누고 학교선택권 운운하며 학부모를 현혹시켜왔던 정책이었다”며 “늦었지만 새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그 폐지 수순을 밟겠다고 하니 드디어 공교육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더 이상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학교를 선택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전부 일반고 전환

한편 경기도는 가장 먼저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선언해 눈길을 끈다. 경기도교육청은 도내 외국어고(외고) 8곳,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곳을 이르면 2020~2021년 전부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2019~2020년 평가 때 이들의 재지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3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의 8개 외고와 2개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취소해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들 외고와 자사고의 평가 시기인 2019~2020년 재지정을 하지 않고, 그 다음해인 2020~2021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는 교육을 통해 학생을 전인적 인격체로 키워야 하는데, 현재는 대입 대비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며 “현재의 비정상적인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혁신하기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이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지난 23일 성인 남녀 506명에게 외고·자사고 존폐 문제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52.5%가 폐지, 27.2%가 유지해야 한다(잘 모름 20.3%)고 응답했다고 26일 밝혔다.

특히 학부모 중에서는 55.4%가 폐지를 요구해 학부모가 아닌 경우(51.5%)보다 폐지 의견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20~50대의 경우 폐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정의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지지층에서 폐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층에서 유지 의견이 우세했다. 정의당과 민주당 지지층은 모두 70% 이상이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68.4%가 외고·자사고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15.3%만이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에서 폐지 의견이 우세했다. 광주·전라, 서울, 경기·인천, 대전·충청·세종,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 순으로 폐지 의견이 높았다.
 

“교육 적폐 들어내는 과정 정교해야”

이런 가운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전 정의당 의원이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과 관련 ‘특권교육 폐지를 위한 제안’을 해 주목을 끈다.

정 전 의원은 “외고나 자사고가 본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학원화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사교육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자 비정상 교육을 조장하는 주범으로 교육 적폐 중 첫손가락에 꼽아도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기준 수능 응시자의 10%에 불과한 자사고·특목고 학생들이 서울대 신입생의 48%를 차지한 점은 그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 파괴에는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 적폐의 뿌리를 들어내는 과정은 정교해야 한다”며 “일괄 폐지 발언은 반발을 조직화함으로써 오히려 교육개혁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고교 입시 일정 통합, 재지정 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 외고·자사고 설립 근거 법률 폐지 등 3단계 폐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전·후기로 나뉜 고교 입시를 통합해 외고·자사고 지원자를 추첨으로 뽑고 불합격한 학생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원이 부족한 학교에 배정하면 공정성을 해치는 큰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9∼2020년 거의 모든 외고·자사고가 법에 따른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며 “교육감은 엄정한 평가를 통해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됐는지 평가해 기준 이하면 지정을 취소하고, 교육부는 재심사를 위한 엄정한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외고·자사고·국제고가 목표하는 교육은 자율성을 강화해 다양한 교육여건을 만들면 일반학교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외고·자사고의 설립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을 폐지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공교육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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