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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연구의 바른길을 찾아야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7.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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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며칠 전 대전에 있는 「한국연구재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애초에 「한국과학재단」으로 출범한 뒤 몇 년 전에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통합하여 「한국연구재단」이 되었는데 과학재단으로 출발한 때로부터 벌써 40주년이 되어, 그를 기념하는 행사에 초청받았습니다. 한 때 ‘학진’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때 함께 근무했던 직원 몇 분을 만날 수 있어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기념식에는 옛날의 많은 기관장이 초대되어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연구재단은 1년 예산이 5조 원에 가까운 대형 연구지원 기관으로 성장했으나, 재단 설립 40주년이 지났어도 아직까지 한국에서 노벨학술상 받은 학자 한사람 배출하지 못한 점을 아쉬움으로 이야기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위상이 대단히 높아진 현실임은 분명한데 학술연구의 업적이 그런 정도로 미비하다면 반드시 무엇인가의 잘못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자연과학이건 사회과학이건 지금쯤이면 세계적 수준의 학문업적이 나와야 하건만 그러려는 낌새도 없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조차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학 분야에서 가끔 거론되는 경우는 있으나 예술이 아닌 학문 분야에서는 전무한 상태이니 부끄러울 뿐입니다.

▲ 다산 정약용

다산은 오래전에 학문 연구의 방법이 어떤 것인가를 정확하게 밝혔습니다. “책을 읽는 방법은 먼저 고훈(詁訓)을 밝히는 일이 필수적이다. 고훈이란 글자의 뜻이다. 글자의 뜻이 통한 뒤라야 구절을 해석할 수 있고, 구절의 뜻이 통한 뒤에야 문장을 해석할 수 있다. 문장의 뜻이 통한 뒤라야 한 편의 글 전체 뜻이 밝혀진다. … 뒷세상에서는 경전을 말하는 선비들이 글자 뜻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서 내용에 대한 논란부터 먼저 주장하니 미묘한 의미가 길어질수록 성인의 경전 의미는 더욱 어두워져버린다. 털끝만큼의 차이가 나면 연나라 월나라처럼 본뜻이 멀어져버리니 이거야말로 경전에 대한 학술연구에 큰 장애가 된다(讀書之法 必先明詁訓 詁訓者 字義也 字義通而后 句可解 句義通而后章可析 章義通而后 篇之大義斯見… 後世談經之士 字義未了 議論先起 微言愈長 聖旨彌晦 毫釐旣差 燕越遂分 此經術之大蔀也:『尙書知遠錄序說』권二. p.481)”

평생을 책만 읽고 글만 쓰고 연구만 계속하여 조선 최고의 학자로 칭송받는 다산은 위에서 말한 대로 학문을 연구하려면 기초와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나의 경의 글자가 모여 구절이 되고 구절이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므로 책의 본뜻을 이해하려면 최초의 글자부터 정확하게 의미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자도 제대로 모르면서 학설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따질수록 성인의 본뜻에서는 멀어져 학술의 발전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였습니다.

모든 학문은 기초과학이 제대로 연구되고 명확한 의미가 밝혀져야 여타의 응용학문이나 응용과학이 제대로 연구될 수 있습니다. 자연과학에서 수학·물리·화학·생물의 기초과학이 제대로 연구되고 인문사회과학에서도 어학이나 고전에 대한 기초가 먼저 제대로 자리 잡아야 본격적인 학문의 진척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나라 학자들, 기초를 다지는 학문 방법으로, 노벨학술상 수상자도 나오는 연구풍토를 만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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