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다시보기> 2005년 작 ‘이터널 선샤인’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게 마련이다. 태어나 세상과 만나고 죽음으로서 세상과 이별한다. 사람 관계 역시 만남과 이별로 점철된다.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 등…. 보통 만남은 달고 이별은 쓴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만남 뒤 함께 나눈 정과 추억 때문이리라. 반대로 만남이 쓰고 이별이 달수도 있다. 악연인 것이다.

만남과 이별의 가장 대표적인 관계로 연인을 꼽을 수 있겠다. 수많은 연인들이 지금 이 글을 쓸 때도 읽을 때도 새롭게 만나고 헤어지고 있다. 물론 첫사랑에서 결혼까지 그리고 세상과의 이별까지 함께하는 연인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 영화 ‘이터널 선샤인’ 스틸컷

 

영화에서도 만남과 이별을 소재로 많이 이용한다. 사랑 영화라고 해서 다 같은 사랑이 아니다. 다 같은 만남과 이별도 아니다. 지금 소개할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속는 셈치고 다시 사랑을 믿어볼까 했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쓴 리뷰 댓글을 누군가 캡쳐해서 SNS에 올린 것이다. 영화와 딱 맞아떨어지는 멋진 댓글이라며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사랑 영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터널 선샤인’(2005년 개봉, 2015년 재개봉)이다.

뻔한 사랑 영화가 아니다. 사랑을 소재로 했지만 현실에선 경험하기 힘든 SF급 스토리로 채워진다. 이별한 연인들의 아픈 기억을 지워주는 센터가 있다. 주연이자 연인인 조엘(짐 케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도 이 센터에서 서로의 기억을 지운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조엘의 시점에서 클레멘타인의 추억과 현재를 오고가는 것이다. 처음엔 그냥 흔한 사랑 영화라 생각하고 편히 봤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시점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돌려봐야 했다. 함께 본 친구 역시 내내 질문세례를 퍼부어댔다. “어, 뭐야 이건 현재야?” “이건 과거지?” “지금 헤어진 시점이었나?” 등등.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시간 전환에 상당한 집중이 필요하단 걸 알아둬야 한다.

처음 부분에선 그들이 첫 만남을 가진 것 같지만 다 보고 나면 안다. 그건 그들이 헤어지고 서로의 기억을 전부 지운 뒤 우연처럼 다시 만난 것이란 걸…. 기억을 지웠으니 서로를 모르고, 그들은 처음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영화는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고 가슴으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머리로 기억을 하지 못해도 마음은 기억하고 있다는 걸….

사랑이 식어간다, 혹은 권태기가 온 것 같다고 느끼는 연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서먹하게 보다가도 끝날 무렵엔 서로 손 꼭 잡고 좋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그들은 결국 서로가 연인이었던 사실도, 센터를 통해 기억을 지운 사실도 알게 된다. 그래도 그들은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클레멘타인은 “곧 거슬려할 테고 나 자기를 지루해 할 거야”라고 한다. 조엘은 “괜찮아”라고 답한다. 그리고 다시 그들은 이미 겪어온 뻔한 결말의 사랑을 다시 무모하게 시작한다.

영화 중 조엘의 마지막 기억 속 클레멘타인은 그에게 “이런 추억이 곧 사라지게 돼, 어떡하지?”라고 묻는다. 그러자 그는 “그냥 음미하자”라고 한다. 그는 그녀와의 추억을 지우기 시작했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그녀의 기억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그리고는 시스템을 중단해달라며 피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시스템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음미한다.

가끔 주변 친구들이 말한다. 헤어지는 게 무서워 마음 주기가 두렵다고. 그럼 조엘처럼 말해주고 싶다. 일단 걱정 말고 무모하게 시작한 뒤 음미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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