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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국가차별? 언어차별?

<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8회 / 이석원 이석원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7.0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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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제법 큰 규모의 회사를 2년 째 다니는 한국인 A씨는 최근 회사 내 분위기가 전 같지 않은 것을 느낀다. 전에는 회사 동료들이 피카(Fika)를 하거나 모여서 담배를 피울 때, 그 중에 스웨덴어를 못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당연하듯 영어로 대화를 나눴다. 설령 스웨덴어를 모르는 사람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일종의 배려로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고 한다. A씨의 팀에는 아직 스웨덴어를 하지 못하는 인도 직원이 한 사람 있다. 그런데 팀원들이 회의 할 때는 물론 피카를 하거나 함께 밥을 먹을 때도 스웨덴어로만 이야기를 한다. 인도 직원이 굳이 “영어로 얘기하자”고 권해야 그제서 영어로 대화를 한단다. 그러다가도 또 자연스럽게 스웨덴어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도 직원은 어느 날 A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A씨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인도 직원은 “이거 혹시 의도적인 인종차별 아냐?”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 스웨덴은 전 세계 수많은 인종과 민족과 국가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사회다. 과거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라고 일컬어지던 미국 이상으로 이제는 다민족 다인종 국가가 됐다. 그에 따른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웨덴은 그 나름대로 지혜롭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과 국가 출신들이 존중과 배려와 견제를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1년 반 째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B씨는 최근 단골로 다니는 여성 의류매장에서 언짢은 경험을 했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 매장 직원이 B씨의 체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는 것이다. 키가 작고, 다리의 길이가 짧아서 오늘은 맞는 옷이 없다느니, 피부 색깔이 옷하고 어울리지 않다느니 하는 등등. B씨는 기분이 상했지만 단골이었기에 농담 반 진담 반 살짝 웃으며 “너 그거 인종차별처럼 들려”라고 얘기했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자기들끼리 스웨덴어로 떠들더란다. 정색을 하면서.

진짜로 기분이 상한 B씨는 좀 더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하지만 직원의 막무가내 태도에 격분해 매장 매니저를 찾았고, 매니저에게 “난 지금 인종차별적 처사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으며 그래서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을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매니저가 “인종차별 발언이 아니다”고 단언하면서 직원의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스웨덴에서 한국 사람들 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이 종종 느끼는 이런 일들이 생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에게 너무 친절했던 그들인데 언제인가부터 달라진 눈과 입을 가진 이들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편치 않은 마음을 가지는 한국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계 난민들과 이민자들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가 나빠졌다”고 나름의 분석들을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설득력이 없지 않은 분석이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스웨덴은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의 분쟁 지역 난민들을 15만 명 이상 수용했다. 유럽연합(EU)이 난민에 대해 의무할당제를 실시한 이후 스웨덴은 독일에 이어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난민이 아니더라도 스웨덴은 현재 중동 지역 국가들은 물론 인도나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이민 대상국이기도 하다. 그에 따라 매해 적지 않은 ‘이방인’들이 스웨덴에 정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이를 바라보는 ‘원래’ 스웨덴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스웨덴 내 거주하는 한국인 사이에서도 스웨덴의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 적지 않게 터져 나온다. 회사는 회사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또 지역 사회는 지역 사회대로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한 인종차별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인종차별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인종차별이라기보다는 국가 차별 아니면 언어 차별 정도로 봐야 할 듯하다. 실제 이들이 차별하는 것은 피부색이나 외모로 판단되는 모습에 대한 차별이라기보다 스웨덴어를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 즉 스웨덴 사람일 수 있느냐, 명백히 아니냐에 대한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앞서 스웨덴 회사에서 차별을 받는 듯한 인상을 받은 인도인은 스웨덴어를 하지 못해서 오는 이질감을 겪고 있다. 오히려 인도인보다 외모의 이질감이 더 강한 한국인 직원 A씨는 스웨덴어를 하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대학원생 B 씨는 스웨덴의 옴부즈만(Ombudsman)에 문제 제기를 했다. 참고로 세계 최초의 옴부즈만 제도는 1909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것이다. 옴부즈만에서는 이를 명백한 차별로 규정하고 해당 매장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그 일로 매장 직원을 해고하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매장 직원과 매니저는 수차례에 걸쳐 B 씨에게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 B 씨가 “이제 됐으니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계속됐다. 해당 매장이 옴부즈만의 감시 아래 모든 직원에 대한 재교육을 강화한 것은 물론이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OECD 국가 중 이민자에게 자국어를 국가가 완전 무료로 교육해주는 나라는 아마 스웨덴뿐일 것이다. 스웨덴에는 각 지방정부(Kommun. 코뮨)에서 운영하는 SFI(Svenska för Invandrare. 이민자를 위한 스웨덴어)라는 것이 있다. 거주허가를 가지고 스웨덴에 들어가 신분 번호(Personer Nummer)만 받으면 신청해서 완전 무료로 스웨덴어를 배울 수 있다. 심지어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들은 SFI를 듣는 것만으로도 국가에서 매월 보조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자기들의 세계’에 편입된 사람들에 대한 ‘파격적’인 배려인 셈이다.

 

 

어떤 경우의 차별이든 차별은 합당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사회에서도 모든 형태의 차별이 완벽히 차단되지는 않는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이기 때문에 스웨덴은 지난 20여 년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점점 심해진 것이 사실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도 않고 자신들의 복지 혜택을 공짜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웨덴 복지를 만들고 유지했던 사민당이 정권 유지의 위태로움을 느끼기도 했고,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 간 실제로 이민 정책에 보수적인 보수 연정에 정권을 내주기도 했다. 2014년 겨우 연정을 통해 정권을 찾아오긴 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민당이 이전과 같은 포괄적 이민 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보다도, 같은 유럽에서도 영국이나 프랑스나 독일보다도 이민자들에 대한 포용력이 강하다. 그건 인식만의 문제가 아니고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주권을 심사하면서 자국어를 강요하지 않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서울에서 외국인들을, 백인이 아닌 흑인이거나 또는 조선족으로 보이는 중국인들, 그리고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베트남이나 필리핀의 노동자들을 대하던 우리들을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부당한 차별을 느꼈다면 그들이 만들어놓은 투명한 제도와 장치를 찾으면 된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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