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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알고 봤다, 리얼!

<김재범의 영화 톺아보기> ‘리얼’ 김재범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7.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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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어떤 문제점을 담고 있고, 그 문제가 공감대를 바탕으로 찬성과 반대 양측으로 첨예한 대립을 이룰 때 쓸 수 있는 단어다. 사실 이 기준에서 보면 최근 영화계를 넘어 연예계 최고 핫이슈인 이 영화 한 편이 ‘논란’의 중심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한류스타 김수현이 자신의 20대의 대표작이라고 공언한 영화 ‘리얼’에 대한 얘기다.

이 영화를 이번 주 리뷰 작품으로 정하고 관람을 한 뒤 두 가지 고민에 휩싸였다. 첫 번째는 영화평이 담을 수 있는 좋고 그름에 대한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단 점이었다. 기본적으로 내용 자체에 대한 파악이 불가능했다. 다중인격과 현실 그리고 비현실을 넘나드는 불친절한 내용은 영화적 해석을 넘어 독해 수준으로 치달았다. 두 번째는 과연 이 영화가 언론과 일반 관객들의 혹평을 넘어 비아냥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가 합당하냐는 점이었다. 물론 이 두 가지 의문점은 ‘리얼’을 관람한 뒤 만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머리에 떠오른 내용이다.

우선 이 영화는 내용 자체가 난관이다. 이미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전설의 졸작들로 평가받는 ‘클레멘타인’ ‘맨데이트: 신이 주신 임무’ 등을 넘어서는 ‘졸작 of the 졸작’으로 ‘리얼’을 꼽고 있다. 그 이유로 영화의 기본인 내용의 파악 자체가 불가능하단 점을 꼽는다. 먼저 내용부터 설명한다. 사실 이 내용도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필자 역시 메모를 하면서 영화를 감상했지만 ‘독해’ 불가를 경험했기에.

 

▲ 영화 '리얼' 스틸 컷

 

‘리얼’은 크게 3개의 챕터로 나뉜다. 큰 의미는 없지만 챕터마다 해석을 해보면 조금은 이해가 되는데 도움이 된다.

장태영(김수현)은 이중인격이다. 하나는 아시아 최대 카지노 ‘시에스타’를 세운 장태영이다. 또 하나는 비리를 추적하는 르포라이터 장태영이다. 카지노 회장 장태영은 정신과 상담을 통해 르포라이터 장태영의 인격을 죽이려 한다. 반면 르포라이터 장태영은 스스로를 죽이려 한다. 이후 르포라이터 장태영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온 몸에 붕대를 감은 채 진짜 죽을 위기에 처한다. 문제는 그 붕대를 감은 르포라이터 장태영이 되살아나면서 또 다른 인격이 출몰하게 된다.

카지노 보스 장태영은 르포라이터 장태영이 사망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암흑가 보스 조원근(성동일)이 나타나 카지노 ‘시에스타’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지분 싸움이 벌어지면서 시에스타 보스 장태영은 투자자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의 앞에 가면을 쓴 르포라이터 장태영이 등장한다. 자신을 ‘르포라이터 장태영’(가면남)이라고 소개한다. 가면남은 점차 시에스타 보스 장태영처럼 행동한다. 가면남은 시에스타 보스 장태영의 애인(최진리)마저 빼앗는다.

이후 가면남은 시에스타 보스 장태영을 제거하고 카지노를 집어 삼키려는 조원근을 이용한다. 장태영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것.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첫 번째 혼란이 온다. 사실은 진짜 인격이 ‘가면남’으로 등장한 르포라이터 장태영이며, 또 다른 인격이 시에스타의 보스 장태영이란 분위기가 화면이 그려진다. 처음 시작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후 가면남은 실제 시에스타의 보스 장태영 행세를 하면서 카지노를 집어 삼키려는 조원근을 상대한다. 하지만 힘에 부치는 것을 느끼고 시에스타의 원래 보스인 장태영과 힘을 합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면남은 조원근과 다시 손을 잡고 자신이 ‘시에스타 보스 장태영’이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가면남은 ‘시에스타 장태영’과 ‘조원근’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넘나든다. 그리고 난데없이 조원근을 제거하려 했던 러시아 조직 보스 ‘보리스’가 등장한다.(사실 보리스의 존재가 어디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나는지도 불명확하다.)

결과적으로 이후부터 등장하는 내용은 ‘리얼’의 결말이자 반전이 된다. 보리스의 존재가 ‘리얼’의 반전으로 드러나면서 초현실주의적인 영화의 내용과 문법은 어느 정도 톱니를 맞추게 된다. 또한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분화된 장태영 가운데 누가 ‘진짜 장태영’인지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그리고 왜 장태영의 자아가 분열됐는지에 대한 이유도 그려진다.

사실 위의 내용 자체가 ‘리얼’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했다고는 못하겠다. 영화의 실제 시나리오를 구해서 정독해보지 않는 이상 ‘리얼’의 상세한 풀이는 쉽지 않다. 인물간의 인과관계가 워낙 복잡하다. 우선 ‘장태영’이란 인물 자체의 인격이 너무 많다. 인격과 인격이 만나 나누는 대화도 선문답식이다.

표현 방식이나 촬영 자체도 이 영화의 해석을 방해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자아’에 대한 스토리이기에 화면 자체가 몽롱하고 비주얼적이다. 흡사 2시간짜리 ‘광고영상’을 보는 느낌이다. 내용 파악 자체가 불가능한데, 화면의 비주얼만 강조되다보니 관람 피로도가 상당하다.

여기에 시퀀스(몇 개의 신‘scene’이 묶인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 별로 연결성이 떨어지니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도 헐겁다 못해 무너질 듯한 모습이다. 내용의 연결성이 동떨어진 시퀀스를 연달아 배치해 환각을 보는 듯한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했단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지점이 ‘리얼’을 산으로 이끌었다. 내용도 이해가 불가능한데 관객들에게 ‘당신이 보는 것 가운데 무엇이 진짜일까’란 수수께끼를 던진다. 의도된 편집이든 감독의 새로운 시도이든 이 점은 그 어떤 영화적 문법을 대입하더라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음악과 미술, 그리고 설정의 과잉만 넘친다. 음악은 영화에서 장면의 흡인력을 도와주는 보조제 역할이다. 미술은 장면의 맛을 살리는 양념이다. 설정은 각각의 재료가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첨가되는 공식이다. 이 3가지의 기본이 ‘리얼’에는 배제된 채 영화란 이름으로 상영될 뿐이다.

‘리얼’의 가장 큰 화제성은 공교롭게도 이 같은 상황에서 베드신에만 국한된 홍보성 이슈로 부작용을 더욱 크게 만들어 냈다. 걸그룹 출신이면서 최근 SNS를 통해 자극적인 사진으로 이슈를 끌고 다닌 최진리(설리)의 올누드 노출이 ‘리얼’이 살려낸 유일한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이미 1년 전에 모든 촬영이 끝났던 ‘리얼’이다. 하지만 후반 작업에서 감독이 교체가 됐다. 제작사 대표(이사랑)가 후반작업을 지휘하면서 ‘리얼’의 공식적인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김수현의 이종사촌이다.

“김수현이 이 영화를 통해 절대 가족과는 작업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는 한 네티즌의 평이 눈길을 끌었다.

이사랑 감독은 영화계 프로필 자체가 전무한 신인 감독이다. 100억대가 넘는 한중 합작 영화의 지휘를 맡기에는 그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리얼’ 자체의 기획이 잘못된 것일까.

한동안 ‘리얼’의 파장은 국내 영화 시장의 대규모 투자를 위축시킬 부작용으로 돌아올 가능성만 남기게 됐다. <영화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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