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스 시튼펠드 지음/ 이진 옮김/ 김영사

'사립학교 아이들'의 원제 ‘프렙(Prep)’은 ‘Preparatory’의 줄임말로,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 보스턴 지역 등지에 밀집해 있으면서 상류층 자녀들이 아이비리그 진학을 준비하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지칭하는 말이다.

고가의 물건으로 온몸을 휘감고, 아프리카 국민 총생산량과 맞먹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최상류층 아이들.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담쟁이덩굴 뒤덮인 지상낙원 같은 기숙학교에서 평범한 10대 소녀 ‘리’는 그야말로 완벽한 아웃사이더다. 예쁘지도 않고 공부를 잘하지도 않는,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는 리는 자신을 ‘온순하고 따분하며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그렇고 그런, 별 볼일 없는 아이’로 분류하며 투명 인간처럼 숨어드는 삶을 선택한다.

상류층 아이들 틈에서 가난한 장학생으로 산다는 일이 소심하고 생각 많은 사춘기 소녀 ‘리’에게 과연 어떤 일이었을까.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골격이다. 엘리트 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한 리는 학교와 기숙사 생활 곳곳에서 자신의 자아 속으로 파고든다. 강렬한 리의 자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복잡하고 섬세한 10대 소녀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사회상, 계급의식,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미묘한 감정과도 충돌하게 된다.

성인이 된 리의 회고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과 소극적임,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혔던 열등감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던 10대 시절의 자신을 용서한다. 

'사립학교 아이들'은 서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서 장학금을 받고, 최상류층 아이들의 전유물인 동부 사립 기숙학교에 진학한 ‘리 피오라’의 8학기 동안의 기록이다.

미국 동부, 그것도 부유한 엘리트만 모이는 미국 사립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그들이 겪는 사춘기 시절의 격렬한 성장통까지 우리와 다른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 아이들'은 우리가 사춘기 시절 경험했던 모든 일화들을 수집한 것처럼 놀라운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립 기숙학교라는 특이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1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건들과 인물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이들이 무사하게 자랐다고 생각해도 성장기 바람 속에는 모두를 떨게 한 내밀한 두려움과 불안, 외로움과 좌절, 어른들이 모르는 모험과 음모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이 소설은 향수 어린 회고담이 아니며, 어른 독자에게 자신의 성장기를 떠올리게 하는, 혼을 건드리는 읽을거리다.

인생의 모든 시기가 단 한 번뿐이듯,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던 사춘기를 특별한 시기로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 소설은 세대를 초월하여 의미 있게 읽힐 것이다.

청춘, 소외, 특권에 대한 꾸밈없는 묘사부터 계급, 인종, 성 문제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것까지 이 소설은 '호밀밭의 파수꾼' '앵무새 죽이기'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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