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지 벌써 몇 개월째입니다.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은 불복하며 올바르게 지시하도록 상주(上奏)는커녕 오히려 그의 지시나 명령을 확대하고 과도하게 해석해서 악독하게 백성들에게 죄를 지은 장관이나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광경을 보면서 200년 전에 그런 문제에 대하여 올바른 행위를 가르쳐주었던 다산의 『목민심서』이야기가 생각됩니다.

송(宋)나라 때의 오불(吳芾)이라는 관인·학자가 그 자제들에게 가르쳐주었다는 말을 다산은 인용합니다. “너희들이 벼슬살이를 하게 되면 관물(官物)을 마땅히 자신의 물건처럼 아껴야 하며, 공사(公事)도 마땅히 자신의 일처럼 보아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라도 백성들에게 죄를 짓기보다는 차라리 상관에게 죄를 짓는 편이 낫다”(「禮際」)라고 말했다면서, 다산은 더 명확하게 그 부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백성에게 죄를 짓는 것은 하늘에 죄를 짓는 것이니 감히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獲罪於民 是獲罪於天 故不敢:「禮際」)”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직자로서 가장 무서운 죄는 백성들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 민심이 천심(天心)이어서 백성들에게 짓는 죄악은 바로 하늘에 짓는 죄악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처벌을 받는 일이 바로 하늘에 짓는 죄악입니다. 공법(公法)에 위반되거나 민생(民生)에 해가 되는 일은 아무리 높은 사람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절대로 따라서는 안된다는 대전제 아래, 다산은 부당한 상부의 지시나 명령은 직위를 걸고라도 절대로 따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많은 장관이 새로 탄생하고 청와대의 고위 공직자들이 많이 임명되었습니다. 장관과 수석들이 임명장을 받을 때의 초심이야, 하늘과 백성들에게 죄짓지 않도록 대통령의 명령이라도 바르지 못하거나 부당하다면 결코 따르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높은 벼슬에서 누리는 혜택에 젖다보면 하루라도 더 그 직위를 유지하고 혜택을 누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하늘과 백성을 잊고 임명권자인 상관의 명령과 지시에 순응하고 마는 우(愚)를 범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점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 다산 정약용

그래서 다산은 하나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선비가 벼슬하는 법은 언제라도 벼슬을 마땅히 버린다는 의미로 ‘버릴 기(棄)’ 한 글자를 벽에 써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보라. 행동에 장애가 있으면 벼슬을 버리고,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으면 버리며, 상사가 무례하면 버리며, 내 뜻이 행해지지 않으면 버릴 것이다”라고 말하여 “윗사람이 나를 언제든지 벼슬을 가벼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이며 항상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인 것을 알고 난 뒤라야 비로소 벼슬살이를 할 수 있다( 禮際」)“고 했습니다.

새 정부의 모든 고관들, 그런 마음으로 벼슬하여 하늘과 백성에게 죄를 짓지 않아, 다산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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