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김상조 바람’

이른바 ‘김상조 효과’가 벌써부터 부각되고 있다. 취임 한 달도 안 됐지만 BBQ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인상을 철회하는가 하면 하도급법을 위반한 업체들도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나섰다. 여기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내부 혁신 TF를 발족시키겠다며 안팎을 긴장시키고 있다. 취임 초기엔 골목상권을 보호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선전포고도 했다.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에 제동을 건 셈이다. 전방위적으로 불고 있는 ‘김상조 태풍’을 살펴봤다.

 

 

대학교수 시절부터 ‘대기업 저격수’로 불렸던 그답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취임한지 채 한달도 안 됐지만 공정위의 위상은 이전보다 몰라보게 높아졌다. 김상조 위원장의 행보는 일거수일투족이 업계의 관심 대상이다.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BBQ 등 치킨업체들은 가격인상을 철회했다. 불공정하도급거래 행위로 적발됐던 현대위아와 한화S&C는 즉각적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이례적인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솜방망이에 비유됐던 공정위의 활동은 일부분이나마 ‘재계의 저승사자’로서 위상을 되찾아가는 형국이다. 지난달 중순 공정위 가맹거래과는 또다시 치킨 가격 인상(평균 6∼7%)에 나설 예정이었던 BBQ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5월 이미 가격인상을 단행했던 BBQ였다.

공정위는 올 들어 두 차례나 가격인상을 하려는 BBQ가 가맹점으로부터 광고비 분담 명목으로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거둬가는 과정에서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가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을의 눈물 닦아줄 것”

이에 부담을 느낀 BBQ는 조사 착수 다음날 인상계획을 철회했다. 교촌, BHC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BBQ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가격인상 철회 또는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인상 철회 및 가격인하는 김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달 14일을 전후로 이뤄졌다. 업계에선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김 위원장의 정책기조를 의식해 자발적으로 몸을 낮춘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취임 초기에는 가맹점주·대리점사업자·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최저가 입찰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고, 클레임 비용 일부를 하청업체에 전가한 행위로 지난달 말 검찰 고발을 당한 현대위아는 공정위의 제제 조치가 발표되기 전 재발방지 대책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대위아는 “향후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감액하거나 클레임 비용을 전가할 수 없도록 전자입찰시스템을 개선했으며 현재 정기적으로 시행 중인 공정거래 및 하도급법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2014년 6월 이후 3년 만에 ‘하도급거래 분야 상습법 위반사업자(11개사)’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에 포함된 한화S&C는 발표 당일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마련하고 전사 차원의 변화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명단 발표는 하도급법 취지에 맞게 언론에 공개하자는 공정위의 내부 목소리에 김 위원장이 적극 동의하면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불공정행위로 공정위에 적발된 기업들은 그 동안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반발하기 일쑤였다. 이처럼 즉각적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집단소송제’ 등 대기

하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약속한 내용들은 하나같이 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공정위 자료 미제출 행위에 대한 이행강제금 신설, 과징금 부과 가중치 상향을 비롯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 포함,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 등 중대 사안들이 줄줄이 남아있다.

이미 교수 시절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내용들이 순차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론 대결에서도 김 위원장의 역량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또 조사절차 규칙 개정 등 공정위의 내부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내부 개혁 바람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공정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사절차 규칙, 사건절차 규칙,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공정위의 신뢰제고 추진 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 정부 공정위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 문제가 불거지면서 직원들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재계의 검찰’이라는 공정위의 위상은 몰라보게 약화됐다.

김 위원장은 “사건처리, 퇴직자 재취업 등에 대해 그간 계속해서 신뢰에 문제가 제기됐다”며 내부 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신뢰제고 방안의 하나로 심판관리관, 감사담당관, 위원회 노조 등으로 구성된 TF를 내부적으로 꾸려 2개월간 운영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의 행보는 외부로도 그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최근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했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피아’ 정조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른바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정조준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교수 시절 “개개인을 놓고 보면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때는 조직폭력배나 진배 없어지는 것이 한국의 모피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업계에선 새정부 경제팀의 핵심으로 금융위 전체에 경고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합금융감독시스템 구축을 문재인 캠프의 대선 10대 공약에 넣는 등 이에 대한 고민도 깊다.

김 위원장의 ‘혁신 바람’과 함께 공정위가 제대로된 위상을 찾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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