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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지 않으면 못가니까”

<영화 다시보기> ‘싱 스트리트’ 정다은 기자lpanda157@naver.coml승인2017.07.1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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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로 시작하는 유명한 노래가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대표적 듀엣곡으로 사랑받아왔다. 그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영화 ‘원스(2007년 개봉)’의 OST다. 잔잔한 피아노와 기타 연주, 여자와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 노래도 좋을뿐더러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한 피아노 가게에 두 남녀가 들어간다. 여주인공은 전시된 피아노를 치고, 남주인공은 기타를 친다. 매우 조심스럽게 서로의 목소리를 포갠다. 영상은 굉장히 거칠다. 프로가 아닌 마치 아마추어가 다큐멘터리를 찍은 듯한 느낌. 전혀 화려하지 않다. 노래도, 영상도, 스토리도 전부 투박하지만 잔잔하게 매혹적이게 다가온다. 그 잔잔한 감동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최애’(‘최고 사랑하는’을 의미) 영화 리스트에 자리 잡았다. 이후 다시 이런 영화를 볼 수 없었다.

 

▲ 영화 ‘싱 스트리트’ 포스터

 

몇 년 뒤,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이 또 다른 음악영화를 들고 나왔다. 개봉 전부터 영화 OST인 ‘Lost star’은 음악차트 1위. ‘비긴 어게인(2014년 개봉)’이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원스’를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한 사람이 다반사. ‘원스’의 그 잔잔하고 꾸밈없는 감동이 ‘비긴 어게인’에선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스’를 이을만한 작품은 역시 나오기 어렵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싱 스트리트’. 존 카니 감독의 세 번째 음악영화다. SNS에선 “인생영화”, “이 영화를 왜 이제야 봤을까”하는 리뷰들이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내 인생 음악영화는 오로지 ‘원스’라 생각하며 미뤄왔다. 그냥 흔한 하이틴 성장 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그 후 영화와 노래에 대한 취향이 비슷한 유명인의 SNS를 팔로우 하던 중 다시 한 번 내 앞에 ‘싱 스트리트’가 나타났다. “이제야 보게 되어 이 영화에게 정말 미안하다”라며 “뒤늦게 ‘싱 스트리트’ OST 전곡 무한 스트리밍 중”이란 글이었다.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말, 정기권을 끊어놓은 영화 어플로 ‘싱 스트리트’(2016년 개봉)를 봤다.

상영시간은 104분이지만 2시간을 한참 넘겨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장면 하나하나를 전부 캡처해야만 했다. 그리고 느꼈다. 드디어, ‘원스’의 맥을 이을만한 영화가 나왔구나.

주인공 코너는 전학을 간 학교에서 모델처럼 멋진 라피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밴드를 하고 있다며 거짓말을 한다. 급기야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그녀에게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도 잠시. 그는 어설픈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밴드를 급하게 결성한다. ‘듀란듀란’, ‘아-하’, ‘더 클래쉬’ 등 집에 있는 음반들을 모티브로 해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노래를 시작으로 조금씩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한다.

내용만 보면 앞서 느낀 것처럼 흔한 하이틴 성장영화 같다. 영화의 OST가 없었다면 말이다. 역시 존 카니다. ‘원스’의 경우 대표 OST ‘Falling slowly’가 거의 주도를 했다면, ‘싱 스트리트’는 그보다 더 업그레이드 됐다. 먼저 어떤 명대사 못지않은 노래 가사들. 대사보다 노래 가사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가 더욱더 감동을 준다. 다음은 영상미다. 존 카니의 영화를 보면 대부분 스케일이 크지 않다. 이번 역시 작은 스케일 안에서 최고의 영상미를 뽐낸다. 코너의 작은 집부터 밴드 의상, 뮤직비디오의 색감, 아일랜드의 작은 항구, 그리고 정반대로 어두운 색의 학교. 학교는 코너와 그 학생들을 억압하며 대립시키는 구조다. 어두운 교복, 교실…. 갈색도 안 되며 오로지 검정색 신발만 착용이 가능한 학교. 노래 못지않게 색감도 천재적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본다면 ‘싱 스트리트’는 그저 음악, 미술적 영화로만 판단될 수 있지만, 아니다. 교훈도 잊지 않는다. 아마 그 제일 큰 조력자는 코너의 형이 아닐까 싶다. 코너에게 끊임없이 조언하고, 그가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다. 덕분에 코너는 찌질이 전학생에서 한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로 당당히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었다. 또 그녀가 꿈도 펼칠 수 있게 도와준다.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형도 둘 덕분에 다시 한 번 꿈을 꿀 수 있게 된다. 누구든 꿈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는 영화다. 영화 OST 중 ‘Go now’의 일부 가사다.
 

넌 멀리 왔잖아 잘 알아
모든 역경을 헤치고
네가 옳아, 계속 가
네 인생을 위해 달려
한 번 결정하면 뒤돌아보지마
모든 게 무너지더라도
목표를 정했으면 끝까지 가봐야지
지금 가지 않으면 절대 못가니까
지금 알지 못하면 절대 모르니까
절대 뒤돌아 돌아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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