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오사카, 그 낯섦이 좋다
바다 건너 오사카, 그 낯섦이 좋다
  • 구혜리 기자
  • 승인 2017.07.14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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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 ‘일본 오사카 여행기’-3회 / 구혜리
▲ 질서정연한 간사이 공항의 모습

┃오사카의 첫 얼굴

여행이란 것이 막상 도착하면 썩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 치이고 중요한 것을 놓치거나 사소한 불평으로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뒤엔 잊지 못할 꿈처럼 매 순간이 그립다.

한 30분 잤을까? 오후 3시경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엔 비가 온다던데 날은 흐리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찍는 사진 속 배경이 흐렸지만 비를 맞지 않은 게 어디냐 싶었다. 저가항공을 이용한 터라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 본부로 이동했다. 모노레일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낯선 이정표 아래 한국어가 따라붙었다. 해외여행이라기 보단 아시아 나들이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공항 밖 터미널로 나오는 길에 질서정연하게 정차 중인 택시부대를 보고 '아, 일본에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신기하게 간사이 공항은 바다 한가운데 섬처럼 뚝 떨어져있다. 공항 외에 다른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는 부지같다. 공항에서 1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오사카 중심지인 난바에 갈 수 있다. 난바에는 인증사진으로 유명한 도톤보리와 대형 쇼핑몰이 모여 있다. 난바로 이동하는 수단은 크게 두 가진데, 일반 버스,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과 라피트 특급열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신설된 라피트 특급열차는 모던하고 고급스런 디자인 때문에 ‘한번쯤 타보는 게 좋겠다’ 하여 인기가 많은 편이다. 한화로 약 2만 원 가량, 일반 열차와는 5천 원~1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소요 시간은 비슷하지만 라피트 특급이 10~15분 빠르다. 

 

▲ 난카이 선을 타고 난바역으로

┃공항을 떠나 오사카를 만나러 가는 길

낯선 곳이 좋다. 신분을 감출 수 있고 성격도, 기분도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곳. 물론 늘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다른 외국인도 많았지만, 우리는 확실히 외국인 티가 났다. 공항을 빠져나와 흥이 난 기합을 넣고 난카이 열차의 좌석 생김새에도 호기심을 갖는. 열차가 바다를 가로질러 가고 멀리 오사카를 상징하는 관람차가 보인다. 내륙에 진입해 일본식 지붕이 줄지어 이루는 귀엽고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 바다 한가운데 뚝 떨어진 공항 부지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난카이열차.
▲ 난카이 열차에서 바라보는 일본 오사카 주택가의 모습

 

귀여움도 잠시 같은 풍경에 지루해진건지 ‘사진으로 보던 화려한 동네는 어디 있는 거지?’ 라고 중얼거렸다. 그 무렵 안내 방송에서 ‘난카이난바’가 들렸다. 출구가 지하로 연결되어 있어 지상으로 나가는 것도 일이었다. 2번 출구라 하여 숫자 2를 따라가면 열차를 타는 2번 입구가 나오기도 하고… 한참을 지하상가 같은 곳에서 헤매다 너무 배가 고파서 찰밥을 하나 사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일본 먹거리의 첫 출발로 성공적이었다.

 

▲ 저렴하고 사랑스러운 지하철 먹거리
▲ 에스컬레이터, 우리와 왼쪽 오른쪽 방향이 달라 자꾸만 실수했다.

 

오사카 주변부에 이웃한 교토와 고베를 묶어 삼도라고 부른다. 일본 내에서는 교토는 입다 망하고, 고베는 신다 망하고, 오사카는 먹다 망한다는 말이 떠돈다. 그 정도로 오사카는 먹거리의 천국이고 쇼핑의 중심부다. 특히 도톤보리를 중심으로 해 쇼핑거리가 활성화 되어 있는데, 내 생각엔 일본에서 가장 길다는 텐진바시스지 상점가보다 긴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오사카 전체가 시장과 시장이 잇달아 어디가 처음과 끝이랄 것 없이 대부분이 쇼핑거리다. 때문에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자라면 인근의 교토나 고베의 고즈넉한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을 보고 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 구로몬 시장에 인근한 숙소, PG 구로몬 아파트먼트.

난카이 난바 역에서 밖으로 나왔을 땐 쇼핑거리의 발끝 쯤이었다. 첫 날 머무른 숙소는 ‘PG 구로몬 아파트먼트’로 구로몬 시장에 인접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오고자 호스트를 맞았다. 아파트 맨 위층에 호스트 부부가 살고 있는 듯 했다. 첫 호스트는 고양이상의 눈매가 날카로운 여성으로 일본인인지 긴가민가 했다. 영어를 써야하나 일본어를 써야하나 그것도 아니면 한국어를 써도 되나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사이 파란 눈을 가진 남성이 나왔다. 그게 언어에 대한 우물쭈물거림을 더 심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호스트와의 사이에 벽이 생겼다. 어정쩡하게 안내문과 키만 받아들고 나왔다.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일본에 지내는 일주일 동안은 최대한 일본어를 사용하고 배우자고. 지인을 통해 들은 바로는 유독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나라였다. 불친절, 웃음 뒤에 가려진 냉랭함은 어쩌면 우리가 그들에게 먼저 제시한 불친절 때문인지도 모른다. 첫마디뿐이라도 ‘스미마셍(실례합니다)’ 하나 먼저 건넨다면 그 뒤의 소통은 어떤 언어로든 어떻게든 웃으며 해결되는 법이다. 적어도 필자가 겪은바 미소를 건네면 미소를 주는 나라다. 하긴, 일본이라서가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라면 다 그럴지도. 일본어 회화 책을 들고 오길 정말 잘했다.

 

┃도톤보리 아저씨를 찾아서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은 한낮에 도착한 오사카 첫 째날. 당연히 제일 먼저 ‘도톤보리 아저씨’(도톤보리 입구에 세워진 글리코의 마라토너 네온사인 간판이다. 관광객의 기념촬영 랜드마크이자 오사카의 명물로 유명하다. 밤이면 카 레이싱을 하는 남성의 실제 사진으로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한 이름도 알지 못한 채 우리는 도톤보리 아저씨라고 애칭처럼 불렀다)를 만나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도톤보리 아저씨를 찾아 중심부를 향했다. 이 때 구글지도나 스마트폰의 위성지도는 사용하지 않았다. 굳이 어느 방향인지 찾지 않아도 ‘이쪽이 중심부 가는 길이오~’ 하고 길이 안내해주었고, 그 편이 훨씬 재밌었다. 

 

▲ 구로몬 시장과 도톤보리 중심가 어디쯤
▲ 정통 희극을 공연하는 유명한 극장이다. 마스코트 인형을 입은 희극인이 나와서 이날 공연을 홍보하고 있다.
▲ 번화한 중심가에서는 이벤트도 많이 벌어진다. 화려하게 꾸민 여자들이 우글우글 모인 곳을 비집고 들어가니 한 남성이 원인이었다. 아무래도 유명한 사람인 것 같다.
▲ 도톤보리 아저씨를 찾아 헤매다 너무 배가 고파서 사먹은 다꼬야끼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곳을 헤매는 건 숨을 참고 바다 속에서 보물을 찾는 물질 같았다. 구로몬시장은 번쩍이는 현대 물품으로 장식된 도톤보리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현지 특산물 주로 어패류의 회와 구이를 일본스럽게 조리한 먹거리가 이어져 있다. 가격은 명동 거리를 뺨친다. 하지만 명동 거리에서 거품 낀 먹거리를 너도나도 들고 있는 여행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눈과 코를 자극하는 이 거리를 지날 때면 뭐든 하나 집어 먹어보지 않고는 못 베긴다. 우리는 구로몬 시장을 지나 도톤보리로 잘 향하고 있었지만, 쇼핑거리가 너무 길어 결국 도톤보리 아저씨는 찾지 못한 채 저녁을 맞이했다. 아직 남은 날들이 많았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어쩌면 아껴두고 싶은 마음인지도 몰랐다. 

 

▲ 구로몬 시장 입구
▲ 구로몬 시장 거리. 각종 활어회나 어패류 구이를 파는 것이 수산물 시장 모습처럼도 보인다.
▲ 구로몬 시장에서 가장 먼저 맛본 어묵.

 

숙소에 돌아와 보니 발 군데군데가 물집 투성이다. 여행길에 하이힐을 챙긴 건 잘못이었다. 한 10센티쯤? 평소에도 잘 신지도 않는 힐을 초행길에 신고 놀아나겠다는 고집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하루를 채 보내기도 전에 하이힐은 애물단지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 후 일주일 내내 짐이 되어 캐리어 구석에 자리만 차지했다.) 발은 이미 퉁퉁 부어서 운동화로 갈아 신어봤자 소용이 없었다. 

 

▲ 운동화로 갈아 신었습니다.

 

구로몬 아파트먼트는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춘 분리형 원룸 형태의 숙소였다. 침실과 부엌(?)이 분리되어 있었고 화장실과 욕실도 분리되어 욕조가 있었다. 평소에도 더운 물에 몸을 담구는 걸 좋아해서 욕조를 보자 반가웠다. 첫 단추를 잘못 껴 쌓인 피로를 터뜨리고 싶었다. 욕조 속에서 두 번 정신을 잃었다. 이것도 처음이었다. 맞지 않는 신을 신고 출발해서 그랬을까, 발도 발이지만 허리 통증이 심각했다. 스트레칭에도 낫지 않는 허리 통증은 처음이라 덜컥 무섭고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여행으로 만나게 된 낯선 내 모습이었다. 여행에 있어 맞지 않는 신은 벗어 던지련다, 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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